<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리뷰해주세요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제대로 나이를 먹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그때가 되면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다면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나이 먹음을 당한다고나 할까? 말장난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나이를 먹는 것과 어쩔 수 없이 나이 먹음을 당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라면 나이 먹음을 당한다는 것은 그저 철없이 살다 보니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능동과 수동, 성택과 강요의 차이라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갖게 되는 생각은 저자가 부럽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마흔의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시간에 따른 피해의식이나 1년만 젊었어도라는 후회가 없다. 그저 주가가 처한 상황이 즐거울 뿐이다. 아니 즐겁지 않더라도 즐겁게 받아들이려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까?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월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데에서 그 사람의 연륜도 경력도, 그리고 지혜도 나올 수 있을테니까!  

  스무살 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저 멜랑꼬리한 것이 좋았다. 이유도 없다. 그냥 좋았다. 비가오면 비가 온다고 기숙사 방 불을 끄고 포터블에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걸고 몇시간이고 들었다. 가끔 방으로 들어오던 형들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들어오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종종 있을 정도로 노래에 심취해 있었다. 그냥 좋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왠지 낭만적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때가 되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결혼해서 아바가 되어 있을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현실적인 감각도 노력도 없이 그저 서른이라는 나이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서른이 되어 보니 황당하다. 아니 허무하달까?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리 감상적인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에 걸맞는 노력이 없다면 주책없음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른 둘을 지나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에게 마흔이란 어떻게 다가올까? 그저 학부형이 되어 있고 중년의 나이, 유혹에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를 맞을 수 있을까? 10년을 돌아보면 글쎄올시다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성숙한다는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신변잡기를 통하여 가르쳐 주는 저자가 고맙다. 그러면서도 딴지 일보의 경력 대문인지 여전히 딴지를 걸고 있는 저자의 말투 가운데 나이 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멋진 마흔을 향하여 지금부터라도 조금식 준비해야겠다. 멋있는 성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PS 엄밀히 따지면 심리학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심리학적인 설명이라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자기의 생각을 설명하는 에세이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겠는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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