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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평점 :

8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국토 해양부 장관이 4대강 정비사업을 보고하고 있다.
어제 뉴스를 보다가 깜작 놀랐다. 요즘 워낙 시절이 하 수상하고 강아지들이 판치는지라 뉴스를 며칠 끊었다. 그러다가 둘째 녀석 잠을 자지 않는 관계로 뉴스를 보게 되었다. YTN 뉴스를 시청하다가 돌발 영상이 나오길래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이미 한번 없어졌다가 다시 부활한 코너인지라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한나라당의 쇄신안을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얘네가 이번에는 무슨 짓을 하려나?" 관심을 갖고 보던중 왠 이상한 아저시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 생각하면서 관심을 갖지 않아서 어제 뉴스를 보고 이 양반이 국토 해양부 장관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왠지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것이 "이 형님도 한건 지대로 해 드시겠군."생각하며 썩소를 날리던 중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3조원이 더 추가로 편성된 4대강 정비 사업을 한다고 한나라 당에 보고를 하러 온 것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가 만만치 않은 사안인지라 피가 터지게 머리를 싸매고 토론을 벌여도 시원찮을 판에 정말 간략하게 보고를 하더라. 오죽하면 보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고맙다고 장관이 감사했을까? 당쇄신안을 논의하는 그 자리에서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고 논의하자고 이야기하는 그 중요한 사안을 그렇게 날림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도무지 쇄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가야하냐?"를 물어 보면서 보고하는 그 시간에도 딴짓하는 한나라당 의원을 보면서 화가 났다. 도대체 저 양반들이 이런 마음으로 무엇을 쇄신하겠단 말인가? 그리고 왜 대화하겠다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하겠다고 말하던 정부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을 3조나 더 추가 편성해서 밀어 붙이고 있는가? 도무지 녹색 뉴딜이란 무엇이며, 그 정책의 골자가 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이란 무엇인가? 다른 나라에서는 있던 것도 듣어 내는 판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몇 년전에 덮었던 청계천도 뜯어내시던 판에 4대강 정비라는 말은 무슨 넌센스란 말인가?
이 책을 읽고 난 후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4대강 정비사업의 뉴스는 내 마음을 꽉 막아 버렸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토목 건설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아직도 하는 분들이 청와대와 여의도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당장 예산이 없어서 빈곤층 정부 보조그미 줄어드는 마당에, 복지 정책을 실행할 자금마저 줄이고 있는 마당에 저게 무슨 뻘짓이라는 말인가? 역시 건설사 CEO를 역임하셨던 분이라 이리도 삽질에 도통하신 분이었던가?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작년 쇠고기 파동 이후로 얼마나 딸에게 미안했던지. 이제 막 태어난 그 녀석이 무한 경쟁의 시대로 들어가게 만든 것이 마치 나인양 미안했는데. 그래서 침대에서 뒤집기를 하던 어린 녀석의 손을 붙잡고 "아바가 미안해."를 얼마나 외쳤던가? 이번엔 뒤집기도 못하는 둘째에게 딱 1년만에 "아빠가 미안해."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권을 아마추어 정부라 이야기하던 현 정권의 실세들이 이처럼 아마츄어리즘의 선두주자가 될 줄은 몰랐다. 소통이 없고, 국민은 그저 때리면 맞나보다 생각하고 있는가? 맘에 안들면 빨갱이라 말하면서, 시장 지상주의를 외치지만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이분들의 모순과 무책임은 누가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내 자식들은 도대체 무슨 죄로 앞으로 그렇게 큰 재앙을 당해야 한는가? 그저 이 땅에 태어났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오른쪽으로 돌아간 시기에 태어난 죄밖에 없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얼마나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을 것인가?
어릴적 사회를 배우면서 배웠던 시장에 관한 정의가 생각이 난다. "시장은 시장의 원리에 의하여 움직인다. 정부는 야경 국가에 머무르는 것이 최상이다." 작은 정부론이다. 그땐 그것이 최선인줄 알았다.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학설을 달달 외우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굵어지면서 작은 정부는 사실 무한 경쟁과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선진국들은 반대의 방법을 사용하여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또한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철지난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와 이것이 정답이라 외치는 정부를 보면서 "돌아이 아니가?" 생각하는 마당에 이건 뭐. 병진도 아니고...
시장은, 경제는 오른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100% 동의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보수적인 저자로부터 듣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내가 보기에 분명 보수적인 저자가 빨갱이요, 좌파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미쳐 돌아간다는 생각도 그래서 하고.
정부는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경제는 오른쪽이 아니라 옳은 쪽으로 향해야 하며,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안혹 무시된다면 아마 나도 한국을 떠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 끄적끄적댄다.
"쿠오바디스 도미네"를 외쳤던 베드로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