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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의 '죽음준비학교' - 삶의 소풍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위한
유경 지음 / 궁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9988234!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들앓고 사흘째 죽는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죽음의 모습이 아닐가? 연로하신 분들 앞에서 죽음을 가르치고 준비하자는 것은 어뜻 보면 그분들을 모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연로하신 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과 사의 경계선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류가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 것만큼이나 죽음에 관한 질문 또한 오래 되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죽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래로 현자들이 죽음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던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문제는 삶에 관한 문제만큼 건강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것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주제이며, 성에 관한 것만큼이나 음성적으로 이야기되어져 왔다. 이 책은 이러한 죽음에 관한 문제를 솔직 담백하게 까발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뇌사? 아니면 신체 기능의 정지? 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기억의 소멸? 글쎄다.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이다. 저 불로장생의 꿈을 꾸었던 진시황도 결국은 죽었으며, 막강한 권려을 휘두르고 사후의 세계마저 자신의 권력하게 두려던 이집트의 파라오마저 죽음을 맞이하여 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본다면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평등한 것은 삶보다는 죽음이 아닐까? 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누렸다고 할지라도, 명예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죽고 나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평등한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먼저 가느냐 나중에 가느냐 정도가 아닐까?
사람에게 이만큼 중요한 죽음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본다.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하고 살아가지는 못한다. 죽을 것은 알지만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죽음이 이렇게 빨리 다가 올지 몰랐다는 것이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아닐까? 그러다 보니 죽음이 임박해서 급해진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지난 삶을 반추하기 보다는 죽기 싫어 몸부림치다가 떠난다. 어찌보면 허무하기까지 한 우리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웰빙에 많은 관심을 갖고 많은 물질을 쏟아붓는 시대에 웰다잉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겸손이 아닐까? 인간이 신이 아니라는 자각, 그리고 남겨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자는 것이 웰다잉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을 반추해본다. 나는 과연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 죽음을 접하여 나는 과연 의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생의 소풍을 마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절대자 앞에 설 수 있겠는가?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 그간 무엇을 하며 살아왔던가? 왜 그리 부질없는 삶을 살았던가 후회해도 늦기 전에 내 삶을 정비해 본다. 올해의 계획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을 계획해 본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려 본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이겠는가? 죽음이 아니겠는가? 죽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현실에 충실하다. 언젠가는 이 세상의 것들을 훌훌 털고 떠나야 할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모래시계에 모래가 다 덜어지면 미련없이 사우나 실을 나오는 사람처럼 내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모래가 다 떨어지면 내가 세상을 살면서 얻었던 것들을 훌훌 던지고 절대자 앞에 서야 한다. 그리고 삶이란 그 날을 의식하면서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열심히 준비하자. 최대한 열심히 살자. 그리고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다 주고 떠나자. 인생의 설거지를 하자. 아름다운 죽음이란 아름답게살아가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천상병 시인의 소풍을 음미해 보며 나의 삶을 다잡아 본다.
소풍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과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 놀다가 구름 손직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내 삶이 아름다운 소풍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