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맛있다. 글이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이 책이 분류상 경영이라니 경영으로 넣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인문학 쪽이 아닐까? 여하튼 각설하고 책의 서평을 써보자.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 어느 CF에서 그랬던가? 디지털을 이야기하는 젊은이에게 좌판에서 물건을 파시던 할머니께서 "돼지털?"을 반문하셨따. 그때에는 그저 웃고 지나갔지만,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이게 세대차이라는 것이구나 느꼈다. 나도 젊은 세대이다. 컴퓨터를 필수품으로 여기고 살아가면, 학교 숙제도 아래한글로 작업해서 제출했던 세대이다. 원고지라고는 고등학교 이후로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에도 초안을 잡고 그것을 다시 다듬어서 올리는 귀찮음을 감수하기는 만만치 않다. 대개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그것을 바로바로 한글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예전에 도대체 원고지에 어떻게 작업을 했는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은 예전에 연습장에 글을 쓰고 수정을 한 다음 정성스럽게 한글자 한글자 옮겨쓰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맞춤법이 "막춤법"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대학 리포트와 시험 답안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코티콘을 적어 넣었던 후배를 보면서 황당하다 못해 기가 찰 지경이었던 경험까지 겪고 난 후에는 더욱 그렇다. 아직 내 안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남아 있어서 일까? 

  사람은 어릴적 접한 것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교육철학적이고, 아동심리적인 이야기는 둘째치고 숫자로 표시되는 차가운 디지털보다는 물흐르듯이 끊임없이 흐르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요즘나온 고가의 디지컬 카메라들은 하나같이 사진을 찍으 ㄹ때 셔터음이 들리도록 되어 있다. 디지털 사진기에 셔터음은 솔직하게 필요없다. 그러나 그 셔터음 하나로 인해, 찰칵하고 넘어가는 그 효과음 하나로 인해 사진을 찍는 맛이 달라진다. 그렇다. 아날로그는 이어령씨가 지적한대로 맛의 문제이다. 멋의 문제이다. 차가운 디지털적인 감성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미, 정, 따스함, 멋, 맛 이런 것들이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아닐까? 한국의 먹거리와 식문화를 가지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이야기하는 이어령씨의 글을 읽으면서 참 글을 맛있게 쓰는구나?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하는 존경심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하다. 독불 장군은 없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사람들은 극과 극의 개념으로 양립이 불가능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인들은 먹거리를 통하여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디지털의 효율성을 삶에서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의 효율성과 아날로그의 감성이 만나 디지로그를 이룰 때 그것들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물론 뻔한 결론이다. 누가 이런 것을 모르겠는가? 그렇지만 이 책을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던 이유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글을 쓰는 이어령씨의 감성 때문이다. 제멋대로 글을 쓰는 긔여니 세대에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 아닐까? 진정한 글멋과 글맛에 대해서 할게 해준 이어령씨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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