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 전망 2009
권순우.전영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참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었다.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출발은 2008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7년 말 SERI 전망 2008을 사서 읽었다. 한미FTA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2008년은 국내외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산업의 형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 2008년을 전망해보는 책을 읽어보면서 처음에는 난해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생소한 경제 용어와 어려운 주직 관련 용어들은 내가 책을 읽어가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2008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억지로 읽어 나갔다. 그리고 2008년을 살아오면서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대략적인 방향은 맞춘 것 같았다.  

  2008년은 정말 복잡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출발과 동시에 일어난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 언론탑압, 사대강 정비 사업 등등 온갖 사건들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온통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 같은 2008년의 사건을 꿰뚫는 한마디는 신자유주의이다. 세계적인 대세가 되어 자유시장경제를 강요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대한민국의 한 복판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였다. 모든 것은 경제로 이야기 된다. “경제만 살린다면”이라는 비아냥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님을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효율성, 경제성, 자유주의, 자본주의 등 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언론이 춤을 추고, 권력이 기업에게 면죄부를 심어 주었던 것이 2008년의 본모습이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힘이 든다, 그러니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하자는 이야기는 그냥 말일뿐이다. 이 말에 속아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만 바보가 된 것이다. 여전히 빈부의 격차는 넓어지고 있다.  

  과연 2009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을 살아온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참 괴로운 질문이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딱 이 말이 들어맞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래도 무엇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SERI 전망 2009를 샀다. 그런데 도무지 이놈이 읽혀지지가 않는다. 온통 어렵다는 이야기뿐이니, 위기라는 이야기뿐이니 읽혀질 턱이 있나? 그저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도무지 깊이가 없다. SERI 전망 2008에 비하여 도무지 깊이가 없는 내용들이 실려있다. 그냥 힘들다는 이야기만 적혀 있고, 그러나 잘 될 것이라는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실여 있을 뿐이다. 차라리 신문의 경제면을 보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는 생각만 든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한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을 근본에서부터 흔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 공포감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움직였고, 숫자에 불과한 금융자본은 손에 잡히는 실물경제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대출 이자율은 높아져갔으며 국가에서 시중에 돈을 풀지만 은행이 이 돈을 다시 국가에 반환하는 기묘한 핑퐁게임이 시작되었다. 환율은 1500원을 치고 올라갔으며, 베이징 올림픽 특수도 끝났다. 잔치가 끝나버린 것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고통분담을 하자고 국민들을 선동한다. 쓸데없이 켜두는 전깃불도 끄자, 물은 아껴쓰자라고 하면서 마치 80년대 분위기를 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파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해고되는 비정규직들이 늘어난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100조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투자하지 않고, 직원들을 자르는 기업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의 말대로 저들이 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가 의문을 품어보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SERI 전망 2009는 말한다. 다 좋아질 것이라고. 이제 안정되고 물가도 잡혀가고 있으니 좋아질 것이란다. 비론 전반기는 힘들겠지만 후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근거가 무엇인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저 뜬 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를 써 놓으면서 다 좋아질 것이니 참고 견디라는 SERI의 이야기는 역시 삼성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환율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SERI의 이야기와는 달리 다시 1500원대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왠지 SERI 전망 2009를 보면서 맑스가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지금 SERI의 역할이 꼭 이런 것은 아닐는지? SERI에 대한 실망감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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