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과 도쿄대 1 - 현대 일본을 형성한 두 개의 중심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천황과 도쿄대라는 두 가지 단어는 일본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어이다. 그러나 이 두 단어를 가지고 일본 현대사를 날카롭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번 놀란다. 첫번째는 자국의 현대사를 이렇게 날카롭게 인식하고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일본의 그것과 한국의 그것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일본에 의하여 강제로 그런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고, 그 기간이 일본에 비하여 훨씬 짧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에게 있어서 천황과 도쿄대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한국인인 나에게 있어서 일본이란 나라 자체가 거부감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천황이라는 말과 도쿄대라는 말은 가급적이면 언급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다. 게다가 "텐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카미카제식 공격을 감행했던 황군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천황이라는 말에 대하여 더욱 반발심을 갖게 만들었다.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한국인에게 천황은 일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천황에 대한 존중도 없고, 경외도 없고, 오직 원수를 대하듯이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에게 있어서 천황이란 대단한 존재감을 풍긴다. 우리가 단군을 우리 나라의 국조로 여기듯이 일본에게 있어서 천황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신이다. 그 어떤 부당한 권력에도 정당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일본이 사분오열하여 오랜세월 전란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힘과 명분이다. 명본의 최고점은 천황이며 이것은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천황가 자체가 힘을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천황은 철저하게 약자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한국에 왕가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왕가란 힘으로 나라를 취하면서 시작되고, 그 힘을 잃었을 때 왕조가 교체된다. 일본은 천황이 아닌 막부가 그런 역할을 감당했다. 이게 천황이 오늘까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천황이 명분의 최고봉이라면 도쿄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쿄대는 간판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딸 수 있는 간판의 초고봉이 도쿄대가 아닐까? 물론 간판이라 함은 실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쿄생이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는 시스템 가운데에서만 작동하게 되는 간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도쿄대생들을 찻잔이라고 부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떤가? 한국에는 물론 천황이라는 명분은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다른 면분이 있다. 그것은 반공이다.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씌운다면 모든 것이 무사통과이다. 교호에서도, 정치에서도, 심지어는 경제에서도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이 힘이 얼마나 거대한가? 대통령마저도 탄핵할 정도로 대단하다. 어디로 보나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빨갱이요 좌파로 몰아서 오늘날까지 우려먹고 이쓴 것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반공은 천황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럼 도쿄대는 무엇인가? 서울대이다. 서울대느 그 태생부터 도쿄대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경성제대가 서울대의 전신임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던가? 실력은 둘째 치고 한국에서 달 수 있는 최고의 간판이 서울대 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거칠지만 이런 구도로 이 책을 읽고 한국 사회에 대입한다면 너무나 흡사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더군다가 학교에서 주도하여 관료를 키우는 것이 도쿄대의 가장 큰 목표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길러낸다는 서울대의 이념이, 각계 각층에 포진하고 있는 서울대 인맥이 도쿄대의 인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좌와 우의 개념조차 국익을 추구하는 태도에 따라 갈린다는 것까지 어쩜 그리 똑같은지. 서울대 출신들의 좌냐 우냐라는 것 또한 국익, 좀더 자세히 말하면 전체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두서없이 썼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읽어보라.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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