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그 불만 - 前세계은행 부총재 스티글리츠의 세계화 비판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송철복 옮김 / 세종연구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3년 멕시코의 칸쿤에서 농민 운동가 이경해씨가 할복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고 이경해씨는 세계화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 세계화의 부조리에 대하여 경종을 울렸다. 미국 언론들은 고 이경해씨의 고향을 찾아가 그의 삶에 대하여 조명했으며 반대에 부딪힌 세계화에 대하여 심도있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한 국내 메이저 언론사에서는 북한의 지령을 빧아 빨갱이 사상에 물든 빨갱이가 조국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사건으로 보도했었다. 내가 조중동을 비롯한 메이저 언론을 싫어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농민운동가 조지 보베가 한국에 들어왔다가 농민 운동이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깜작 놀랬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야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언론이 통제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언론이 통제되는 사회가 아니라 농민 운동에 대하여 관심조차 갖지 못하는 사회이다. 농업은 천하지대본이 아니라 그저 경제성 없는 천덕꾸러기 산업일 뿐이다. 자동차 한대를 더 팔기 위해서는 기꺼이 희생되어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은지 오래이다. 노동 운동에서도 심도 있게 농민 운동에 대하여 다루지는 않았다. 그저 인원 동원을 위한 기구 정도의 위상만을 가진 것이 오늘날 농민 운동의 현주소가 아닐까? 이런 처자에 뜬금없이 고 이경해씨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계화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비판과 불만을 읽으면서 고 이경해씨의 할복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그 악명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 인물이지만 철저하게 제도권 안의 사람이다. 좌익 사상에 물든 사람도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우익인 사람이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고문 역할을 감당했으며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만한 사람이 작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그저 빨갱이 사상으로 치부해 버릴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제도권 안에서 일해 온 사람이고, 세계 은행 부총재의 직물르 감당하면서 계속적으로 IMF와 함께 일해왔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지금의 세계화는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유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가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세계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의 말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그는 세계화를 부정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사람이 왜 세계화 비판의 선봉장이 되었는가?  

  그의 판단에 의하면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는 소탐대실을 하고 있는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절대빈곤을 청산하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는 근시안적이고 권위적인 IMF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IMF가 상식선에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IMF 스스로 실수 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하며, 실수로 판명난 사안들에 대하여 반성할 줄 알아야 하며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구제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체질이 다르고 정체가 다를텐데 세계화는 어느 나라에든지 들어맞는다고 굳건히 믿는 만병통치약을 제시한다. 울타리를 낮추고, 지출을 줄이며 내핍 경제를 통하여 빨리 빚을 청산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한 요구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IMF는 요구가 아닌 명령을 내리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채무국의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빨리 빚을 청산하기 위하여 기거이 희생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희생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에게 강요되니 문제이다.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식에서 벗어난 미치광이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얼마전 종부세를 완화하면서 초과한 종부세를 환급해준다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었다.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정부는 IMF와 같은 방식을 취했다. 줄일 것은 줄인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던 것이다. 그러나 줄인 곳이 문제였다. 종부세를 환급해 주기 위하여 아동복지와 사회복지 지출을 줄였던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드는 일이지만 IMF는 이일을 밥먹듯이 한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치운다. 그것들은 자기들 권한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빚을 빨리 받아내야 한다고 말하면 할말이 없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될 것을 기어이 나서서 망쳐 놓기 일쑤이다. 소탐대실, IMF의 정책을 이만큼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IMF를 I am F라고 부르면서 반대하는 지도 모르겠다. 

  만약 세계화의 기수 IMF가 현재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비상식적인 행보를 계속한다면 전세계적으로 들끓는 반세계화의 물결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키글리츠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상식적인 세계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세계화를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세계를 빈곤에 빠뜨려 지배하기 위해 IMF가 일부러 이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음모론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IMF의 독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런 IMF의 방식을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배워와서 자신들을 방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탐대실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포식자와 피포식자의 균형이 무너지면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소탐대실로 끝을 볼 것이냐, 아니면 상생의 길을 찾아갈 것이야 세계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딜레마일 것이다. 

  세계화를 비판하는 사람일지라도 꼭 한번은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