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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변방에 말을 잘 기르는 노인이 한 명있다. 이 노인에게는 애마가 한 마리 있는데 이 말이 어느날 집을 나갔다. 마을 사람들의 위로에 노인은 대수롭지 않게 그런 날도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얼마후 집을 나갔던 말은 다른 말들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이번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노인의 아들이 이 말을 타가다 떨어져 다리를 저는 불구가 되었다. 위로해 주러 온 사람들에게 노인은 역시 그런 날도 있지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쯤 되니 마을 사람들도 노인이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지만 노인은 이에 대하여 일절의 대꾸도 없었다. 머지않아 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끌려갔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 때문에 끌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길흉화복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의 삶을 가리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 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를 읽으면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4대용으로 불리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젠 IMF라는 위기를 겪었으며, 지금은 IMF보다 더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년 7%이상식 오르던 고성장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3%의 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아니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한나당과 보수층의 말처럼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이 성장동력을 다깎아 버렸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보층의 말처럼 정권과 기업의 지저분한 결탁때문에 경제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부가 편중되에 분배되고 있기 때문인가? 일견 모두 옳은 말 같지만 이 책에서 오늘 우리가 경제 빙하기를 맞이한 이유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 특히 내려가야 하는 경제 빙하기를 고성장 시기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데에서 오는 오만함의 결과라고 말한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한국은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정말 잘 지켜지는 나라이다. 이긴 사람이 다 갖는다. 점수는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 한다. 무조건 1등급을 해야하고, 1등을 해야한다. 엄친아가 되기 위해 기를 쓰는 대한민국을 어떤 사람은 개미지옥으로 표현했었다.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은 모두 죽는 개미지옥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그 사람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우리는 정말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올라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겅쟁에서 빌려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올라가든지, 사라져버리든지 우리에게는 둘 사이의 선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올라가면 끝이라 생각하고 어떻게해서든 올라가려 애쓰는데 올라가면 올라간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주문한다. 등산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올라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이 내려가는 연습으로 책의 제목을 삼은 것은 경제위기나, 인생의 위기도 등산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오게 되어 있음을, 즉 인간만새 새옹지마임을 기억하고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흔히 그렇듯이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 계발서들을 잘 읽지 않는다. 긍정의 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같은 자기 계발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을 돈주고 사봐야 하는가라는 우습지도 않은 자존심때문이여, 이렇게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황당무계함 때문이다. 이 책ㄷ 비슷하겠거니 생각해서 읽지 않으려 했지만 순전히 책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 기독교 서적 가운데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혹시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다. 책을 한장씩 넘겨가면서 재미읽게 있었고 곳곳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이 책은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철저하게 생존을 이야기한다. 살아남아야 성공을 굼꿀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일까 손해를 보더라도 철저하게 생존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로스 컷을 미련한 행동이 아니라 과감한 용기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철저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올라가기만 생각하는데 올라간다는 것은 곧 내려옴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밀려나면 내려옴이 아니라 추락이다. 자신의 의지로 내려와야 착륙이다.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하여 잔뜩 몸을 움츠리라고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각광을 받는 곳에는 가지도 말라고 한다. 곧 거품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남아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좋다.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니 다시 일어서도록 노력하라. 이런 주장들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주고 이런 책을 사보는 이유는 이렇게 당연한 말들을 도무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취업을 앞두었거나 미래에 대해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내려가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그냥 밀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우아하게 내려가는 연습을 해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생존과 재기, 그리고 성공이 철저하게 개인에 의해서 좌우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계발서가 지닌 한계이겠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저하나 잘났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맥과 가진 자본에 의하여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자기 계발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베스트셀러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것이 자기계발서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오랜만에 괜찮은 자기 계발서를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