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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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뉴스를 보았다.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네덜란드인가 노르웨이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쉬위를 벌였단다. 시위의 주된 내용은 1050교육 정책이었다. 학생들은 하루에 8시간씩 1년에 1050시간을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겟다. 한국에서는 이미 1년에 3000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학원에서 밤 늦도록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모습에 비하면 천국에 살고 있는 이들이 투정 부리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그 일들이 전혀 이상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아쉽다면 교약이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한 지식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이니 나에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 온 이야기는 공부잘 하라는 것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납이 되었다. 공부만 잘하면 약간은 품행이 불량해도 이해가 되었다.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것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 소위 말하는 SKY에 가야 내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SKY를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랬으며 오늘에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렇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부자라는 것에 올인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딴 나라 이야기이다. 동생 집에서 한국의 고집쟁이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 왔다. 집어 온 책을 앉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짧은 기사들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이 짧다고 해서 감동이 짧은 것은 아니다. 어느 사연은 마음 한구석에 뭉클한 감동을 주고, 어떤 사연은 눈물 짓게 만든다. 어느 사연을 읽으면 웃음이 나오고 어떤 사연은 내 마음을 숭고하게 만든다. 자세를 고쳐잡기를 몇번이던가? 도를 닦는 마음으로 접했던 책을 아쉬운 마음으로, 그러나 만족하면서 내려 놓는다.

  세상이 어두운 곳을 밝히는 불시 한 자락으로 고집스레 살다간 사람들, 스스로 천직을 선택해서 전통 복원과 유지에 힘을 쏟는 사람들, 세상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전진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는 고집스럽지만 숭고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에서는 인간 냄새가 솔솔난다.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것이 무에 대수라 생각하겠지만 요즘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돈냄새, 쓰레기 냄새, 이기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욕심인 줄 할면서도 나는 이 책에 눈毒을 들인다. 그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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