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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ㅣ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평점 :
한나당 대선 후보 당시 디씨에서 패러디 했던 포스터를 보았다. 옹박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그 포스터의 문구는 이랬다. "박정희는 죽었다. 박근혜는 약하다. 건설의 후예 명박" 이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의 모든 마인드가 설명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BBK관련된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용납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품고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그러나 더이상 한국 경제는 한 사람만의 힘으로 회생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것이 아니기에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실업율은 점점 올라가고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하여 이명박 정권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경제 회생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아파트 건설을 위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이다.
텔레비전을 통하여 이 뉴스를 듣고 나는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건설을 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한단 말인가? 아직도 현대건설 사장인줄 아시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어이가 없어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탐독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절대불변의 법칙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집이란 사람들에게 있어서 거주의 개념인가 아니면 투자의 개념인가? 거주의 개념이면 나누어 써야 하는 공공재일 것이요, 투자의 개념이면 한탕하기 위하여 사재기해야 할 물건인데, 한국에서는 공공재가 아닌 투자의 개념이 더 강한 것 같다. 아니다. 투자라는 말보다 투기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투기의 개념이기 때문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겠지? 집이 없어서 계속 옮겨다니다 결국 쪽방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수십만을 헤아리는 시대에 한 사람이 108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단돈 몇 만원이 없어서 쪽방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시대에 수십억대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동산의 편중보다 더 심한 부동산의 편중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돈을 많이 벌어 더 편한 집을 구하고 더 넓고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들에게 왜 나누어 주지 않고 자기만을 위해 쓰냐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지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편중현상이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번 고착화된 계급이 다시는 변동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이 나는 몇 계급인가 바라보면서 하향계급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아둥바둥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실력이 그 사람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척도였다면 이젠 부동산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계급"인 시대에 집하나 없이 살고 있는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집과 땅은 공공재이다.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투기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아 천박한 자본주의 밖에 배우지 못한 일부 사람들이 집을,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다른 이들을 쥐어짜고 있다. 과거 조선에서는 탐관 오리가 백성을 쥐어짰고, 지금 한국에서는 집부자, 땅부자들이 서민을 쥐어짜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암행어사가 그들을 처벌했는데 지금은 누가 처벌할 것인가? 서민을 쥐어짜는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 사람들이 땅부자요, 집부자인데 누가 누구를 처벌한단 말인가?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인 이 시대에에 누가 부동산을 공공재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다가 하늘에 커다랗게 선을 그리고 여기는 내 땅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구름을 분양한다는 광고가 나지 말란 법이 있단 말인가? "그냥 놔두면 시골땅 누가 사냐? 이렇게라도 땅을 사주는 것을 고마워해야지, 그래야 시골에 돈이 돌지 않냐?"고 당당하게 외치는 똥관이 형님의 말을 과연 누가 지적할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 대운하, 아파트 건설, 분양가 상한 폐지, 주상복합 아파트, 제 2의 롯데월드 등 도무지 이 땅에서는 건설을 빼고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건설이 선이고, 건설이 만병통치약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수도 없이 많은 이 시대에 끊임없이 건축을 한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해도 이윤이 남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40%만 분양되도 돈번다는 소문또한 어느 정도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부동산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천박한 자본주의 시대를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책에서는 거칠지만 나름대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땅을 국유화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정책으로 삼고 장기 임대를 보장하는 것을 골격으로 삼았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말그대로 제시된 대책이 너무 거칠다. 과연 국유화가 가능하기는 할 것일까?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이들이 이미 충분히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물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대책은 이상으로 끝나 버릴 것이다. 이 정책을 갈고 닦아 현실화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인데 천박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을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PS.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대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부동산을 깊이 파고든 첫번재 책이라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