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
프랭크 맥린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로마의 신 중에 야누스라는 신이 있다. 옆의 그림에 나오는 신이 바로 야누스인데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으로 유명하다. 1월을 January라고 부르는데 이는 바로 Janus라는 신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년의 시작이자 끝과 같은 양면의 큭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나? 두 얼굴의 사람을 가리킬 때 우리는 야누스 같은 사람이라고도 부른다. 로마 사람들은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 야누스 신을 조각해 놓길 즐겨했단다. 또 야누스 신은 종종 아테네 여신과 함께 조각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심상치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테네 여신은 지혜의 여신이자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 용기를 가지고 나가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유명하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등 유명한 영웅들은 대개 아테네 여시의 수호를 받으며 그 여신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훌륭한 영웅이 되었다. 이러 ㄴ아테네 여신과 두 얼굴의 신 야누스가 같이 조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영웅은 야누스같은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전사들,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사들의 이기는 기술"이라는 책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 살가 망설였던 책이다. 기이하게도 우리 나라에는 자기 개발서가 넘쳐난다. 서점에 가보라. 왠만한 것은 거의 다 자기 개발서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스티브 코비의 책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팔렸으며,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안다면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우리나라의 자기 개발에 대한 열망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사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루고 있는 등장 인물들이-스파르타쿠스, 코르테스,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틸라, 사자왕 리차드, 나폴레옹-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무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사람들을(심지어는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코르테스를 포함하여)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단 말인가? 순전히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한페이지씩 읽어가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책 제목을 왜 전사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책 제목을 전사라는 의역이 아니라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월씬 낫지 않았을까? 솔직하게 "영웅 그리고 악당"이라고 말이다.

  "영웅 그리고 악당"이라는 원제에 맞게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점에서는 영웅들이다. 대제국 로마에 반기를 들었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예술가적인 영감을 떠나서 당시 노예의 신분으로 로마에 맞장을 떴던 그의 용맹함은 높이 존경할만하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코르테스, 그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정말 비열한 사기꾼이다. 그러나 그는 아즈텍 문명을 무너뜨리고 백인들에게 멕시코를 가져다 준 무자비한 강도였다. 비열하고 음흉하기라면 코르테스와 상벽을 이룰만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2인자의 자리에서 칼을 갈고 있었다. 시간이 마치 자기편인 것처럼 말이다. 결국 그의 경쟁자들이 사라져가고 제일 약했던 그가 천하의 대권을 차지 했다. 다케다 신게, 우에스기 겐신, 오다 노부나가, 이마가와, 호조,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이에야스보다 더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갔지만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그리고 천하를 차지했다. 유럽인들에게 오늘날까지 악명높은 아틸라, 여전히 유럽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이다. 비열하고, 음흉하고, 무자비한 존재 아틸라는 독일민족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반지에도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테르 왕과 브룬힐트 왕비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지그프리트의 아내 크림힐트가 청혼한 사람이 바로 핀족의 아틸라이다. 아마도 이 모티브는 훈족의 왕 아틸라가 서로마 황제 발렌티아누스의 누이 유스타 그라나 호노리아로부터 청혼받은 사실에서 따온 듯 하다. 스릴을 즐기고 남자 다운 그리고 당시 최고의 전사라고 칭함받던 사자왕 리차드, 그에 대해서는 온갖 유명한 전설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전사로 머물러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왕으로 태어난 것이 그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나폴레옹,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철저하게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 살았던 독재자이지만 그는 평생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다.

  저자는 6사람의 인생에 관하여 그들의 약점과 장점을 동시에 살펴본다. 한편으로 추켜 올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깎아 내리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강도같은 코르테스와 마피아같은 아틸라조차 그들의 인생에 영웅적인 모습들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추켜 올리지도 않는다. 영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자왕 리차드에 대해서는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도 무조건 추켜 세우지만은 않는다. 이 책이 역사책이 아니라 자기 개발서로 읽힐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떠난 영웅은 영웅의 모습과 악당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들은 장점과 동시에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악당의 모습을 영웅의 모습으로 가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약점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영웅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장점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자기의 약점에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있어서 영웅와 악당은 한 끝차이요, 야누스같은 존재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도나 그림 자료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 중에 지도는 딱 한번만 나왔다. 아무리 자세하게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림이나 지도가 한 컷 들어가 있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책이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글씨가 조금 큰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얇게 만들었다면(내 생각에는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쉬웠을 것이고, 책값도 조금은 싸지지 않았을까? 18000원이라는 책값은 책의 내용에 비해서 조금은 비싼 듯 느껴진다. 하드커버도 불필요하지 않았을가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보면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끊을 정도로 심해지기도 한다. 세 가지가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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