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주의 목회 신화를 포기하라 - Good Seed 교회와 목회시리즈 4
유진 피터슨 지음, 차성구 옮김 / 좋은씨앗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의 일이다. 학생 때 채플 시간에 한 목사님이 나오셔서 설교를 하셨다. 그날 설교의 주제는 목회에 성공이라는 말이 가능한가였다. 세상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성공이라는 말을 꿈꾸고 살아가는데, 그리고 성공했다고 말하는데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가, 세속적인 성공이라는 말이 과연 목회와 어울리는 말이더냐는 것이 설교의 요지였다. 이날 채플을 마치고 수업 시간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내가 전공한 것이 윤리이다 보니 그날 수업의 주제가 여기에 맞추어져 버린 것이다. 수업 시간에 논쟁이 일어나면 대체로 6학기 학생과 4학기 학생으로 갈라지기 마련이다. 6학기 학생은 일반 학교를 다니다가 목회자가 되기 위하여 신학대학원에 입한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4학기 학생들은 대학교를 아예 신학대학에 들어간 경우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날도 여지 없이 6학기와 4학기의 논쟁이 불을 뿜었다. 4학기는 목회에 성공이라는 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6학기는 목회에 성공한 분들이 많지 않냐는 것이다. 6학기 생들이 성공한 경우로 꼽는 사람들은 김선도, 김홍도, 김국도, 조용기 같은 대형교회의 담임목회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목회의 성공이라는 것은 큰 교회를 담임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것이 성공이라고 끊임없이 세뇌받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목회라는 말에 성공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길 좋아한다. 작은 교회보다는 큰 교회를 담임해야 하고, 자기 말 한마디에 여러 사람이 움직이고, 자기를 떠받들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누구나가 마찬가지다. 다만 얼마나 조심하고 경계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별로 그러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다. 자기 듯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켜 사탄이라고 칭하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목회자의 말에 거스르면 그 이야기가 옳고 그른지를 따져보지 않고 거부해 버리는 것이 목회가가 가장 쉽게 따르는 선택이 아니던가? 마치 자신이 사람들에게 얕보이면 하나님이 얕보이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커다란 탑을 쌓는다. 그리고 그 탑이 더 웅장해지고 위엄을 갖도록 교회의 부흥을 바란다. 그런데 그 부흥이라는 것이 대체로 양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양적인 성장에 매진하다보면 목회자는 필연코 돈과 권력과 섹스라는 함정 앞에 직면하게 된다. 막장이라고나 할까?

  유진 피터슨은 이러한 목회자들의 위험을 자기의 경험을 가지고 우리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요나서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시스로 가려는 배를 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것은 목회의 길이 아니니 당장이라도 내려서 니느웨로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니느웨만큼 목회의 현장을 잘 설명하는 말은 없는 것 같다. 가기 싫은 곳, 그러나 가야 하는 곳, 하나님의 은혜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곳 이곳이 니느웨이다. 다시스는 어떤 곳인가? 하나님이 없이 내가 존재하는 곳, 내 뜻대로 하고 싶은 곳이다. 우리 목회의 현장은 어느 곳인가? 다시스인가? 니느웨인가?

  요즘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마음이 답답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기도하지만 답답함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다 예전에 사 놓았던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 내용이 너무 사변적인 곳도 많고 번역이 조잡스러운 곳도 많아서 읽다가 졸기를 반복하다가 집어 던졌던 책이다. 이번 기회에 인내를 가지고 마지막가지 읽게 되었다. 물론 여기저기 거친 부분들도 있고 졸음에 자연스레 빠지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지만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혹시 프로그램에 목말라하고, 조급증이 일어나는가? 왜 교회가 안커지냐고 불안해 하고, 맡겨진 자리가 답답해지는가? 내가 아니면 안될 것처럼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추어 삶을 돌아보고 니느웨로 가는 배로 갈아타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당신의 여정에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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