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 악의 뿌리 미국이 지목한‘악의 축’그들은 왜 나쁜 나라가 되었을까?
권태훈 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과 맞짱을 뜬 나쁜 나라들"이라는 제목이 내 눈을 확 잡아 끌었다. 그래서 생일 선물로 서클 형에게 선물을 해달라고 했다. 졸업한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써클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내 부탁을 들어준 형에게 참 감사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가 흔히 나쁜 나라들, 독재 국가들이라 기억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델과 체의 나라 쿠바,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산디노의 나라 니카라과,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베트남, 금기의 조선, 중동에서의 논란의 핵심 이란, 카다피의 리비아 7개국에 대하여 우리가 익히 언론을 통하여 접하게 된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고 있다. 지금까지 조선은 말만해도 진저리처지는 나쁜 나라, 독재의 국가, 악의 축과 같은 나라이다. 체와 피델의 이야기는 우리 나라에서 금기였으며, 라이따이한으로 기억되는 베트남은 우리에게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시는 고엽제 전우회같은 분들의 모습이나 돈 주고 베트남 신부를 사온다고 생각하는 일부 한국 남성들의 몰지각한 인상이 베트남에 대한 시각의 전부이다. 차베스는 미국에 반대하며 포퓰리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독재자이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위협에 빠뜨리려는 아주 나쁜 나라이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이 악의 축으로 악명 높은 국가로, 오죽하면 에니메이션에서 바퀴벌레로 그려졌겠는가? 니카라과와 리비아는 거의 존재감도 없는 국가이다. 이것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는 7개국에 대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시각을 일단 접어두고 이 책을 대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읽기가 매우 고약한 책이 될 것이다.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다가 빨갱이 서적이라고 도대체 이런 책이 어떻게 우리 나라에서 출판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태워버리고 싶다고 하는 사람의 비류를 봤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시각을 접어버리지 못하고 이 책을 편 사람일 것이다. 만일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이 이렇게 지금까지 배워 온 시각을 접어두지 못한다면(책의 내용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이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철저하게 세계의 악의 축은 미국이라 말하고 있다. 미국이 어떻게 제3세계 국가에서 민중을 착취하는지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력으로 직접 통치하고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했다면 지금은 훨씬 더 교묘한 방법으로 착취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경제봉쇄와 테러지원 국가, 대량 살상무기 보유국가 등 온갖 명분을 다 동원하여 그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미국식의 세계 질서에 편입한다면 그것들을 해제해 주겠다는 논리, IMF 구제 금융을 통하여 해당국의 경제질서를 미국에 유리한 신자유주의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모습은 동네 양아치나 조폭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는 미국이라면 껌뻑 죽는다. 같이 피를 흘린 동맹국, 꼭 은혜를 갚아야 하는 나라, 하나님의 지상 대리인 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뉴라이트분들께서 못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임진왜란 출병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면서 다 죽어가는 명나라를 붙잡았다가 청에 된통깨진 사람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명이 멸망하자 마치 자기나라가 멸망한 듯 슬퍼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소중화를 말한 사람들의 미련함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무리 날고 기고 명나라를 따라한다고 할지라도 조선은 명이 될 수 없다. 민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은 중화가 되겠다는 무식한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오늘 대한민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뿐이다.

  동맹국이라 말하면서 미국에 은혜를 갚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미국식 정치 제도를 도입하고, 신자유주의에 열광하며, 미국 사람이라면 범죄자라도 받아들이는 웃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젠 도를 넘어 스스로 운전까지 하는 한심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소중화가 아닌 소미화를 외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마치 우리는 한 형제, 동지라고 말하듯이 악수를 하고, 친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워싱터 포스트지에서 말한 부시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무례한 부시의 모습과 머슴같은 이명박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미친"이라는 욕이 튀어나온 적이 몇번인지 모르겠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이미 제국주의 노선을 착실하게 걷고 있다. 원하는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온갖 무력을 다 동원하여 그 땅을 차지해 버린다. 그 어느 나라도 미국과 1대1로 맞짱을 뜰 힘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실체를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교묘한 전술 때문이다. 자유와 자본, 편리라는 논리로 모든 것을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문명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같은 생각이 들곤한다.

  이런 미국에 거침없이 달려드는 7개국 나라의 특징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 벌어지는 모습들은 냉전이 낳은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거침없는 미국의 행보에 당랑거철과도 같은 모습으로 덤벼드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주의 가치관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품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얻게 되는 가장 큰 유익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 절대주의를 넘어 숭미주의를 탈피하고 소미화를 탈피하게 하는 하나의 돌팔매질과도 같은 책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좌파가 가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우석훈씨가 책에 기록했던 말 가운데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우파는 능력이 있지만 부패하기 쉽고, 좌파는 사회를 개혁하고자하는 열정은 있지만 정책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그 단점을 보여준다.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열망은 가득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하고 실행할 정책 운용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좌파의 한계이다. 우파보다 더 독선적인 것이 좌파인데 이 책에서 여실히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미국에 의해 강요된 모습들도 있지만 위에 제시된 나라들의 특징은 강력한 정책 운용자가 있다는 말이다. 강력한 정책 운용자라는 말은 독재자라는 말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들의 독재가 미국과 맞장 뜨도록 만들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단점들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단점은 싹 무시하고 그곳이 마치 지상 천국인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은 좌파가 금기시 된 대한민국 좌파의 한계이다.

  조선을 대한민국과 대조하면서 그 나라는 미국과 맞짱뜨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인가라는 식의 화법은 과거 학생 운동을 하면서 주사파를 학습한 사람들이 "김일성 장군님 만세!"라고 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과연 이런 태도가 일반인들에게 먹힐 것인가?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한다고 할지라도 먹히지 않는 것이고, 대통령의 정책이지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명명하는 오만한 한나라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좌파가 자기만의 벽을 쌓아버리고 다른 사람을 계도하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국 좌파나 우파나 모두 버림받을 것이다. 아니 그래도 우파는 살아남을테니 좌파 없는 바른(right) 대한민국이 평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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