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평을 쓰기 전에 먼저 두 기사를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기사인데 잊혀지지가 않아서 스크랩 해 놓았던 기사들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 상은?’이란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펼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이 글에서 “부정부패로 돈을 벌었던 시절이 언제였습니까? 그 시절은 바로 그 옛날 권위주의적 정치시절이었습니다”라며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엄격한 잣대로 응징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 부자들의 95%는 젊은 날 검소와 절제와 노력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멸치볶음과 김치만의 도시락을 집에서 싸갖고 다니며 열심히 일하셨던 분들이 더 많다”고 썼다.
  전 의원은 한 네티즌이 쓴 ‘가장 바람직한 정치인상은?’이란 글에 대해 ‘다 부정부패 수단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다 고액 과외를 하고 컨닝을 해서 성적을 좋다는 식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고액과외한 학생이라고 다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 2008년 5월 14일 자 중앙일보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는 ‘우습게 보이는 실용’이 아니라 ‘무서운 실용’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위기 때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그마한 탈정치적 자세가 실용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이념을 바탕으로 했을 때 실용노선은 강도 높은 지진에도 끄떡 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인도가 이제 ‘열정’과 ‘실력’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 따라잡기’를 목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위기”라며 “위기를 ‘이명박 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 ‘국제환경’에서 긴 안목으로 짚어보고 진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 의원은 “실용이야말로 철저한 가치, 철학, 이념이란 어머니의 산통으로 이 세상에 나오는 아기와 같은 것”이라며 “즉 실용은 자유주의의 오랜 전통 아래 시장을 보호하고 지키면서 쌓아온 우리 가치가 단단해야만이 우리 사회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존경하는 친구들, 그리고 영등포 구민 여러분안녕하세요? 오늘 점심을 먹고 국회 안을 걸었습니다. 18대를 맞이하기 앞서 17대를 정리하고 싶어섭니다.
  제게 17대는 '정권교체'를 위해 화약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보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권교체를 했습니다. 그러나 참 유감스럽게도 불과 석 달도 안돼 대통령은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일처리'에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어제 늘 좋아하고 아끼는 후배와 점심을 먹으며 고민했습니다. 그 후배 말하기를 - '선배-실용은 무서운 거예요'저는 그 한마디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실용이라는 것- 간단치 않고 무서운 것이 맞아.' 저는 즉시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즉 '실용이야말로 철저한 가치, 철학. 이념이란 어머니의 산통으로 이 세상에 나오는 아기와 같은 것이다'라는 생각 말입니다. 즉 실용은 자유주의의 오랜 전통 아래 시장을 보호하고 지키면서 쌓아온 우리 가치가 단단해야만이 우리 사회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시작의 기회는 공평히 갖되 결과의 불공평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땀과 노력을 바친 결과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미소 지으며 박수칠 수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용'이라는 가치를 인정받고 한국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신뢰와 인정이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저는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바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는 토마스 프리드만이 이야기 한 '평평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이제 '열정'과 '실력'으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 따라잡기'를 목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위기입니다. 위기를 '이명박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아니라 '국제환경'에서 긴 안목으로 짚어보고 진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한국인들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기 때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탈 정치적 자세가 실용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이념을 바탕으로 했을 때실용노선은 강도 높은 지진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우습게 보이는 실용'이 아니라 '무서운 실용'의 자세로 이명박 정부는 나아가야 합니다. 위기 때는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 2008년 5월 20일 자 중앙일보

  조금 길지만 서평을 쓰면서 이 두 기사를 인용한 것은 일단 서평을 기록함으로 인해서 이 기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고, 두번째로는 이 기사의 내용이, 즉 젼여옥 의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이 책에서 공격하고 있는 이 시대의 잘못된 룰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은 무서운 것이다, 평평한 세계이다, 부자는 검소함으로 부를 이루었다 등등 전여옥 여사가 던지는 말들은 일반 대중들의 공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차치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만 경쟁을 멈추자는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더 가속화하는 것이 시장의 논리요, 우리가 나아갈 길이요,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말도안되는 논리를 지껄이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좀 과격해졌지만 전여옥 의원의 말이 정말로 입에서 나오는대로의 지껄임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들리지 않는 것은 전의원의(아니 전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특히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대다수 가지고있는 생각일 것이다.) 발언이 우리나라를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무한경쟁의 도박으로 몰아넣는 것을 당연시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기사를 읽다가 중고등학생들의 급훈에 대하여 기록한 기사를 읽었다. "조금 공부 더 하면 남편의 얼굴이 달라진다.", "엄마가 보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 미래가 있다." 등등 하나같이 무한경쟁의 논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지하철 2호선에 미래가 있다는 이야기가 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중고등학생들의 미래가 고작 2호선에 있다는 이야기는 학력 경쟁이라는 지위군비경재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옳은 일인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가면서 일류대를 꿈꾸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인가? 결코 아니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가족들이 단란히 둘러 앉을 수 있는 시간과 행복을 포기해가는 모습들은 학력경쟁이 이 시대에 선물해준 최악의 수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일류대를 꿈꾸며 지위군비경쟁을 한다면 평균 성적이 약간 올라간 상태로 지금의 서열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자본의 소유에 따라서 학력의 획득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소모적인 경쟁을 할 것이라면 차라리 합의를 이끌어 내어 학력이라는 지위군축협정을 맺는 것이 더 좋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기회비용들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최선을 것이리라.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요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일이다. 그러나 정치의 논리에 의해서(전의원의 발언을 보면 알 것이다.) 교육이 흔들리고, 비지니스 프렌들리의 자세로 교육을 대하니 일류대를 위한 학력 경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계속 이런 상태가 유지되고 심화된다면 지하철 2호선에 미래를 건 우리 10대들은 지하철 2호선에서 투신자살을 할지도 모른다. 승자는 2호선을 타고 다니고 패자는 2호선에 뛰어들 것이다. 학생들이 요즘 청계천에, 시청 앞에 촛불들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라. 숨막히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논리를 그만 멈추어 달라는 요청이다. 그런데 정부는 단순하게 좌빨이라는 이념으로 제단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웃긴 일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이미 우리 사회에도 심화되어 가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 "돈이 돈을 번다.", "이대로(IMF시절 부자들이 높은 금리가 유지되기 바라며 외쳤던 건배구호)" 등 승자독식의 논리를 표현하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경쟁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경쟁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우리들의 꿈은 정말 말 그대로 소박한 것이다. 정당한 경쟁과 정당한 소득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유토피아적인 환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현실은 달라요." 어느 개그맨이 이야기했던가? 맞다. 현실은 다르다. 적당한 경쟁은 사라져 버린지 모래다. 무한경쟁의 시대, 전부 아니면 전부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주 조금의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자본의 획득과 상실이 결정될 것이다. 여기에 패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재능과 지식과 조건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들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은 과거에나 있었던 이야기이다. 놀며 데모하며 낭만을 꿈꾸던 대학생활은 없어졌다. 6년 공부하면 대학생이 되어서 편히 놀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사탕발림은 사탕발림으로 끝났다. 우리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멈춰야 한다. 적당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활력소가 되지만 무한경쟁은 적자생존의 정글을 우리 시대에 도래시킬 뿐이다. 여기에서 오는 엄청난 지위군비증강의 모습들은 엄청난 사회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이 비용들은 발전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상쇄하는 소모적인 경쟁에 사용될 것이다.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멈춘다면 대안이 생길 것이지만 멈추지 않는다면 파멸이 있을 뿐이다. 간단한 예로 지금 사교육에 쏟아붇는 돈들을 대학기부금으로 돌린다면 저가의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민간 보험에 쏟아붓는 돈을 건보에 돌린다면 우리는 건보하나만으로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논리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국회를 장악했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 시장경제를 주창했던 사람들조차 인정했던 단점을 바라보지 못하고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회를, 청와대를 장악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를 좌빨이라 부르겠지? 그러나 내가 좌파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정치경제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사회는 점점 경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All or Nothing"의 법칙이 절대 법칙이 되어 가고 있다. 도박은 금지하면서 승자독식은 장려하는 모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PS. 이 책이 경제 경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승자독식의 사회는 경제 경영이 아니라 사회과학으로 분류함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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