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교회 - 권력에 중독된 한국 기독교 내부 탐사
김지방 지음 / 교양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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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렐루야! 미국이 철수하지 못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마수에 적화되려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의 손길은 미국을 통해 나타났습니다. 존경하는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께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김한식 목사)

  미국 사람들이 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한국 사람들이, 그것도 대형 교회의 명망있는 목사들이 했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이 한국 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미국의 오만함을 정당화 해주는 모습이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이야기이다. 자국의 대통령은 빨갱이라 몰아 붙이면서 미국의 자선을 구걸하는 말도 안되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너무나 많이 살고 있다. 참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한기총을 필두로 하여 이름만 댔다하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시청 앞 광장에 모여서 코메리카를 주장한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갚는다는 미명하에 청나라를 대적하였던 조선 말의 그 고루한 사고들이 여전히 우리 가운데 충만하다. 6.25전쟁의 은혜를 갚는다는 미명하에 영원한 미국의 우방, 아니 미국의 한 주이고 싶은 코메리칸들이 이 땅에 넘쳐난다. 성조기를 흔들면서 기도하는 목회자들의 모습은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신앙을 버리게 만든다. 소자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느니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빠지라던 예수님의 말씀을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많은 젊은이들을 실족시킨다. 신앙을 버리게 만들고, 기독교를 개독교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들이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기보다 개인들의 정치적인 야망과 권력 획득을 위해 교회가 발벗고 나섰다. 평소 교회가 정치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다. 정교분리를 외치는 것은 사실 비겁한 타협이라고 주장하는 나이지만 이건 아니다. 교회가 권력 획득을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진정 잘못된 모습이다. 교회가 세상을 떠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하여 가진 모든 것들을 투자하는 것이 교회가 가져야 하는 모습이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예수님은 그렇게 행하셨다. 사회적인 약자, 전통의 피해자들, 문화와 관습에 매여 신음하는 민초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신 분이 예수님이다. 예수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교회라면,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살아야 한다.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해 가진 것들을 다 쏟아붓고 그것이 해결된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뒤편으로 물러나는 것, 이것이 세상을 향한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영광의 자리에만 자신을 드러낸다. 사회적인 약자가 아니라 극소수의 기득권자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정당화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이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였을 때 기존 대형 교회에서 했던 일들이 무엇인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 장로 대통령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거기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이름과 축복을 남발한 것이 기존 교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오기를 거부하였던가?

  더군다나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스킬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도 없다. 아마츄어리즘의 극치가 한기총의 정치력이 아니던가? 협상도 모르고 타협도 모르고 무식하게 자신들의 정치적인 견해를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하는 모습이 아마츄어리즘이 아니던가? 기독당은 물론이요, 한기총을 필두로 정치에 뛰어든 많은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아마츄어리즘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팽당하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렇게 많은 물적 자원, 인적 자원을 쏟아붓고도 개독교라고, 자신들만 안다고 비난 맏는 것이 아마추어리즘이 만들어낸 현상이 아니던가?

  정치를 외치겠다면, 사회 가운데 교회가 뛰어들겠다면, 겸손한 모습으로 프로 정신을 가지고 뛰어들라. 자세는 한없이 겸손하게, 약자를 살펴보고, 맡겨진 역할이 끝났다면 역사의 뒤편으로 조용히 사라지라. 그리고 시대적인 일이 있을 때, 하나님의 뜻이 있을 때 다시 나오라. 결코 자신의 욕심에 하나님을, 예수님을, 십자가를 소품으로 사용하지 말라. 그리고 실력을 배양하라. 협상의 기술, 전문적인 정치력, 기술을 갖춰라. 이것이 진정한 POLI-CHURCH의 나아갈 길이다. 마지막으로 아모스 선지자의 글을 인용함으로 우리 교회가 사회 가운데에서 제대로된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한다.

  내가 너희 절기들을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너희가 내게 번제나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의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 네 노랫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1~24)

PS. 부끄럽다. 평신도인 저자도 이런 글을 쓰는데, 목회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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