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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3월
평점 :
이 책을 열심히 봤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오랫만에 역사책을 본다는 설레임으로 봤다. 제목도 "밖에서 본 한국사"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무지 힘들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책을 읽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면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더라. 350페이지가 안되는 책을 읽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서 딴짓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마음이 없다는 것이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김기협이 도대체 누구냐? 결론이 뭐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저런 서평을 찾와 봤다. 마음에 꼭 드는 책이라고 하는데 난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하지? 내가 고정관념에 박혀 있는 것일까?
국사의 해체를 바란다고 하면서 한국사는 동아시아사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을 하더만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동아시아사에서만 한국사를 바라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밖에서 바라보다 보니 내용을 잃어버렸다고 할까?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논점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한국이 살아남은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고, 그 문화에서도 고구려의 것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고, 강대국들과의 관계 가운데에서 모질게 살아남은 것이 한국사라는 의미인가? 만일 내가 파악한 것이 옳은 것이라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 한 순간에 한국사가 축구공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구려사가 내 것이 아닌데도 마치 그것이 내것인양 붙잡는 파렴치범이 되는 것이요, 주체 의식 없이 이리저리 채이는 축구공 신세가 되는 것이요, 문화로 오늘까지 살아남은 별종 중의 별종인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한국사인가? 국사라는 국수적인, 애국적인 모습을 버리고 동아시아사에서 바라보는 바람직한 한국사의 모습인가? 웃기는 일이다.
뉴라이트에서 나오는 한국사 교과서가 문제가 극우적이라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 교과서나 이 책이나 그렇게 차이가 없다.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국사의 국수주의적 모습을 벗어버린다고 하나 책의 중간중간에 던지는 이야기들이 요즘 보수층들이 말하는 논리와 교묘하게 겹치고 있다. 친일파에 관한 문제들이 그것이다. 항일운동한 사람들을 무작정 영웅으로 볼 것도 아니고 친일파들을 무작정 매도할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얼마전 친일 인명 사전이 발표된 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와 놀랍도록 똑같은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외 4.19 민주화 운동, 군사 정권에 대한 평가들을 보면서 어이없어서 픽픽 웃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서의 한국사의 위치, 세계화에서 화이부동이라는 말이 이 책의 논점이라 말하는데 왠지 합종연횡으로 들리는 것이 무엇일까? 합종연횡의 마지막이 어떠했는가? 교묘한 말로 국가들의 연합을 꾀했고,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 마지막은 어땠는가? 그렇게 경계했던 진에 의한 통일로 합종연횡이 얼마나 실패한 정책이었는지 드러나지 않았는가? 밖에서 본 한국사를 외치다가 그나마 안에 있는 것도 잃어버릴까 두렵다. 더구나 요즘은 국사마저 선택으로 배우는 시대 아닌가? 르네상스도 모르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시대가 아닌가? 그런데 무슨 동아시아사요, 국사요, 세계사인가? 동북공정, 독도 문제 이걸 도대체 어떻게 풀 것인가? 책을 덮는 마음이 씁쓸할 따름이다.
ps.역사 에세이가 도대체 뭔지? 논란거리를 피하기 위해 살짝살짝 말만 던지는 비겁함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욕먹어도 당당하게 적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한다. "이뭐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