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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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도대체 이 사람의 생각은 무엇일까? 만감일기라는 말 그대로 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을 기록한 블로그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그 개인적인 생각들이 단순히 "저 사람은 그래."라고 말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심도 있는 이야기임은 사실인데, 도대체가 이렇게 ㅈ버렇게 써 놓은 글들의 논점을 모르겠단 말이다. 분명 지평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개인의 실존, 우리라는 집단주의, 국가와 민족이라는 민족주의적 권력, 그리고 자본주의와 모든 권력과 파쇼로부터 넘어가자는 말을 하고 있는데 왠지 이 소리가 술먹고 주정하는 소리 비슷하게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이런저런 리뷰들을 살펴보면서 역시 박노자라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그다지 큰 울림이 다가오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NL과 PD라는 개념조차 사라져 버렸는데 NL을 말하고 비판적인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만민 평등주의를 말하는데, 그리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은 때려치우라는 말들은 하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알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다지 현실성은 없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물론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야 할 질을 포기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인 것을 알고 있지만 도대체 이건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삶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쉽게 포기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부끄럽게 만드는 저자의 삶의 방식이다. 사회에 민감한 지식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민감하기만 하다. 딱 거기까지다. 파워가 없다. 선동도 없고 뭔가 빠졌다고 할까? 카산드라의 예언이라 할까? 마치 예전에 한 선배가 했던 말들이 생각이 난다. 이 선배는 참 똑똑했다.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깨어 있고, 사회를 향한 뛰어난 열정도 있고, 남자인 내가 봐도 참 멋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선배와 이야기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선배에게 빠져들곤 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빠져들긴 하는데 행동이 안된다. 왜냐하면 이 선배가 가장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는 술먹고서 이야기할 때였기 때문이다. 내용은 진실이지만 주절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뛰어 넘고, 우리를 뛰어 넘고, 국가와 민족을 뛰어 넘고, 모든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나도 동감한다. 나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감할 것이다. 그러나 왜 안 뛰어넘을까? 왜 자신들만의 테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일까?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비빌 언덕, 즉 안전을 위해서 자신들만의 틀과 구획을 만들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이렇게 만들어 온 시스템이 과연 포기될 것인가? 아닐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이상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이상은 이상이다. 차라리 이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보완하는 것이 더 바랍직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힘들다는 것은 아다. 저자도 분명히 지적하였다. 자칫 정신을 잃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고.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물론 현실성 있는 대안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나의 생각을 포기할 것이다.

  저자도 벗어나지 못한 경계를 우리에게 벗어나라 하는 것은 기만이다. 자신은 한국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다 말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의 경계를 넘어서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사상, 진정한 사회주의하는 잣대 도한 하나의 틀일 것이다. 그의 지난 삶의 경험들 또한 하나의 틀이다. 이런 것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생각이 멈추지 않는한, 죽지 않는한) 여전히 우리는 나도 모르게 어떤 틀 가운데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틀이 덜 비관적이냐의 차이만 있겠지만 말이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만감이 교차한다. 무슨 물인가 끄집어 내야하는데 잘 안풀리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나의 틀을 고수하고 있구나. 다른 사람의 틀은 너무나 쉽게 거절하고 있구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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