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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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그러나 나의 어린 심판관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 걸 보고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주어야 해?"
 "왜 그런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거기 있는 걸로 아마 충분할거다.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 보았다.
 "그다지 작지도 않은걸. 어머! 잠들었네......"
 이렇게 해서 나는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라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세 가지 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여우와 장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네모난 상자에 얽힌 이야기이다. 아무리 멋있게 양을 그리려고 할지라도 계속 맘에 들어하지 않자 결국에는 궁여지책 끝에 상자를 그려준 저자, 그리고 그 상자 그림을 받아들고 마음에 들어하는 어린 왕자. "스키너의 심리학 상자 열기"라는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불현듯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치 인간의 심리란 어린 왕자의 상자 그림과 마찬가지라는 듯이.

  내게 있어서 심리학이라는 것은 결코 반가운 것은 아니다. 조용한 숲 속에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생활하는 나에게 불현듯 찾아온 반갑지 않은 불청객! 이것이 심리학에 대한 나의 평가이다. 심리학이란 결코 반갑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불청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별 통보를 받은 후에 복잡하고 다스리기 어려웠던 나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하는 누나가 미술 치료 기법으로 나를 달래줬으며, 어머니의 정신분열증 재발로 인한 약물 치료와 병원 입원을 옆에서 지켜 보았으며, 군목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나에게 심리검사 및 기초 상담에 관한 이론들을 배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이것들은 놀랍게도 나로 하여금 집단 상담 2급 자격증을 따게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들은 나에게 있어서 심리학이 반가운 것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을 불청객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모른다는 것이다. 클리어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을 내려야 하고 다른 이들에게 클리어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검사를 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고 척도를 적용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심리를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을 전공한 목사님들은 전공하면 전공할 수록 사람들의 심리를 마치 상자 열어보듯이 단언하고 평가를 하더란 말이다. 이것이 나에게 불편했고, 이것이 나에게 심리학은 결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되게 만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심리학적인 개념들 10가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던 것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내면에 감추어진 이야기라든지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하여 좀 더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심리학은 불청객이다. 왜냐 여전히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몇 가지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개념들은 들어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자신들의 기준이 최선인양, 진리인양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평가하며 그 사람에 대하여 상자 열듯이 속속들이 알고 있다 평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보상으로 인간의 심리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인간의 그 세세한 면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다. 결코 그럴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심리학에 관한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여전히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고 상자를 열면 열수록 더 모른다는 것이다. 상자를 보고 양의 크기와 먹이를 상상하는 어린 왕자처럼 한 꺼풀을 벗기고 나면 또 다른 거풀이 나오는 양파와도 같은 인간 심리의 특성 때문이다. 결국에는 내가 바르게 가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한없이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 심리라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는 장난감처럼 막 주무를수 있는 것이 아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르고 싶어하던 심리학자들의 열망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의 내용에 대하여, 중요 개념에 대하여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다. 대학교 1학년 심리학개론 시간에 레포트로 내 줄만한 책이요, 난이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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