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쟁 -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다신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가톨릭, 개신교, 힌두교)
도현신 지음 / 이다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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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 암스트롱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신의 전쟁"이라는 책이 걸린다.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내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다. 책을 사면서 아내 눈치를 보는 것은 공간 때문이다. 아내는 아이들이 크기 때문에 방을 따로 주어야 한다고 했다. 딸에게는 방을 줬고, 그동안 서재로 쓰던 방을 아들에게 줘야 하는데, 아직 초등학생인 관계로 방을 따로 안줘도 된다면서 버티고 있었다. 이사를 몇번 하면서 책을 많이 처분했다. 알라딘 중고서적에 팔기에는 아까워서 후배가 작은 도서관을 한다고 해서 200~300권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도 아직 처분 못한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아내의 결론은 책을 더 늘리지 말고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취미 생활로 하는 건프라도 올려 놓을 공간이 없으니 책 욕심을 많이 접었다.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받은 책이 "신의 전쟁"이다. 신의 전쟁은 신의 전쟁인데 암스트롱이 아니라 도현신의 책이다. 처음 들어보는 저자이기에 실망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처음 기준이 암스트롱이었다는 점이다. 암스트롱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보니 눈에 찰리가 없다.


  게다가 이 책은 아이들에게 교과서로 읽힐 수는 있겠지만, 무엇인가 종교의 이름을 내건 전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원하던 내겐 눈에 차지 않았다. 물론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많은 전쟁과 폭력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제목에 부합한다. 그렇지만 책의 많은 분량은 기독교에, 그리고 그 다음은 이슬람교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니 신들의 전쟁이라기 보다는 기독교와 무슬림의 신들의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각 전쟁을 규정한 타이틀도 상당히 작위적이다. 마카베오 전쟁을 "인류 최초의 종교전쟁"이라고 규정한 것은 "왜?"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만든다. 역사에 대해서 조금만 아는 사람은 이 보다 더 이전에 종교전쟁이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부제를 잡았다면 그 부제에 맞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그냥 제목이 그러니 너는 그렇게 받아들여라는 투로 말한다. 


  책을 소개하면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가톨릭, 개신교, 힌두교 그리고 다신교, 이단 종파에서 조로아스터와 나미교까지 종교의 대립과 충돌에거 신의 전쟁으로 이어진 세계 역사를 들여다 본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 소개를 보면서 뜨악했다. 다른 서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최소한 종교를 다루는 서적이라면 기독교, 가톨릭, 개신교를 섞어서 사용하면 안된다. 구성 자체를 타종교끼리, 그 다음에는 한 종교 안에서 서로 다른 파벌끼리의 문제로 엮었다면 이러한 오해는 없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책을 엮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뒤죽박죽 같아 보이는 점도 있다. 또는 세포이 항쟁처럼 모든 사회, 계급적인 이유보다 종교적인 이유를 앞세운 것은 종교 전쟁이라는 틀로 엮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런 이유가 있고, 그 중에서 종교적인 이유도 있으니, 이 책에서는 종교적인 면에 집중해 보자는 식의 솔직하고 논리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주어진 분량에 비하여 너무 많은 것들을 건드렸고, 가지치기에 실패하였으니, 읽는 재미는 분명히 있지만, 들인 품에 비해 얻는 것이 부족하다.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신의 전쟁"이라는 제목에서 "예비"를 작게 적는 후보 경선 포스터의 꼼수를 읽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윤동주의 "쉽게 씌여진 시"가 생각 나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께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책이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PS. 분명히 말하지만 보는 재미는 있다. 그러니 별 두개로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만큼은 아니기에 별 세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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