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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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봐! 날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어!"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한 대사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름없는 괴물"이라는 이름의 동화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몬스터의 전체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책이다. 몬스터를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이 묘하게 몬스터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고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곱씹으면서 "몬스터"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괴물과 싸우는 의사, 돈 대신 의사라는 본분에 충실한 선택을 한 주인공은 그로 인하여 병원에서 쫓겨난다.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이 살린 아이가 절대로 살려서는 안되는 괴물임을 깨닫게 되고, 그 아이를 죽이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을 그리고 있다. 만화 책을 읽으가면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악이란 것이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는데, 암흑의 핵심이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기 노력에 대해 공평한 대우를 받고 싶어했던 커츠. 그는 콩고로 떠난다. 그곳에서 상아를 수집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그는 복귀하던 길에서 돌이켜 다시 밀림으로 들어간다. 그를 찾아 복귀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던 말로를 통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래는 젠틀하고 상식적인 커츠가 어떻게 콩고의 삶을 통하여 식인까지 하게 되는 불건전한 사람이 되었을까?(지배인은 소설 내내 커츠의 방식에 대해서 불건전한 방식이라고 비난을 하는데,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 말을 사용한다.) 목표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 삼켰기 때문이다. 성공을 통하여 공평한 대우를 받겠다는 그의 생각, 성공을 통하여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던 약혼녀의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서겠다는, 또는 복수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성공"이라는 괴물에 잡아 먹히고 말았다. 성공이라는 배고픈 괴물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잡아 먹고 심지어는 커츠마저 잡아 먹었다. 성공이라는 괴물을 직시하지 못하고, 거기에 휘둘리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기묘한 복장과 기괴한 행동을 일삼는 원주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어진 커츠의 모습은 옷과 피부색만 다를 뿐이지 본질은 동일한 존재들이다. 그렇게 성공을 위하여 달려오던 커츠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무서워! 무서워!"


  성공을 바라보고 달려온 인생치고는 싱거운 그의 마지막 두 마디이지만, 그 두 마디는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아니겠는가? 


  공정이 요즘 우리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이슈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 남자만의 병역 의무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성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 등등. 이 사회는 공정하지 못한 것 투성이다. 그만큼 공정에 대한 목마름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이들의 모습이 공정하지 못하다. 불공정과 싸우다보니 어느새 자기도 불공정에 물들어 버린 것이다. 더 문제는 그것이 공정의 잣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는 그렇게 타파하려던 능력 지상 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성적만으로 줄을 세울 수 없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수십년전에 있었던 투쟁의 가치관들이, 그리고 어느 정도 이루었던 성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마치 콩고의 밀림에 던져진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공정이고,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일까? 


  거츠의 "무서워! 무서워!"라는 마지막 유언이 우리 사회의 결말이 되지 않기를 소원한다. 책을 덮고 정리하면서 니체의 말의 의미를 약간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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