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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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풍자가 사라졌다. "민상토론"을 정말 재미있게 봤던 사람으로서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참 아쉽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팍팍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 같아서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던 내게 이 책은 오랫만에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것을 줬다. 이 시대를 평가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웃음으로 버무려 놓은 풍자는 간만에 접하는 꽤나 고급의 풍자 개그물이다.


  어린 시절 똘이장군이라는 만화를 많이 봤다. 똘이라는 소년이 북한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한낱 소년이 어찌 장군이 될 수 있으며, 북한과 싸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만큼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재미있었다. 열심히 똘이 장군을 응원했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당시 북한의 우두머리는 항상 돼지였다. 부하가 늑대나 개이고 우무머리가 돼지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법한 일이라서 어린 나이에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그러한 것들이 동물농장에서 연유한 것임을 알면서,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책도 학교에 보급하던 문고판 책이었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그렇게 자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줄거리들은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이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


  동물농장의 주된 내용은 작품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소련의 혁명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번역자가 너무 친절하게도 각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1대 1로 매칭해 놓았다. 소련의 혁명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흐름을 따라서 이 책을 읽어간다면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번역자가 말한대로, 이 책을 그저 그 시대에만 국한 시켜 읽을 필요는 없다. 지엽적인 문제들은 다르겠지만 주된 흐름은 여전히 그대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뉴스에 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국과 정경심 관련한 사안들, 여야 대선 주자들의 행보들, 이재용 가석방과 관련된 사안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하여 그 의미가 상당히 희석되어 버렸지만, 모두가 메가톤 급의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청와대가 잘못했다, 어떤 이들은 범무부가 잘못했다 설왕설래가 많다. 민주당의 후보들은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적통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당의 후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말하면서 이승만, 박정희의 라인을 대표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생각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이다. 왜 그럴까?


  권력 자체를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꿀 뿐 본질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오웰의 생각이 그 답이다. 아무리 국민을 위해, 나라가 망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라는 말을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권력이다. 권력을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표로 본다. 그러니 권력을 얻으면 다 똑같아지는 것이다. 친박연대와 대깨문처럼 말이다. 그들은 서로를 공격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닮아 있다. 공수교대만 할 뿐이지 권력지향적인 생각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정신 운운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혁명을 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은 없다. 그러니 항상 우리 사회는 주인만 바꾸는 혁명으로 끝나 버리게 되는 것이다. 혁명이 미래를 향한 길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적폐청산에 머물러 있게 된다. 적폐청산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폐청산만 외치다가 세월이 다 흘러가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리라. 


  정치인들이 무더운 여름 너무 열만 올리지 말고 동물농장 한권씩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혁명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 주인만 바꾸는 것은 서로에게 고달픈 일일테니 말이다. 표를 구하는 정치인들이나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나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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