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사사 - 상 일본군사사
후지와라 아키라 지음, 서영식 옮김 / 제이앤씨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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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역사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러한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왜 한국 군대의 문화를 보면서 일제의 잔재라고 하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일본의 군대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과 비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이 책은 한국의 군대를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만큼 한국 군대가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리라.


  이 책에서는 일본 개항에서부터 2차 대전 종전까지의 일본 군대를 다루고 있다. 일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를 통하여(가령 바람의 검심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신선조"로부터 시작하는 정부군과 막부군의 내전, 메이지 유신, 2.26사건, 청일 전쟁, 러일 전쟁,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전선의 규모가 커지는 양상에 대해서 기술하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 그 의미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군대는 묘한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무라이를 중심으로 하는 군조직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군으로 형태를 바꾸어가지만, 실상은 국민군이 될 수 없는 군대라는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메우기 위하여 군대와 민간의 벽을 견고하게 세우고, 군대로 하여금 명령에 복종하게 만든다. 국민군이 되기 위해서 군인 스스로 사고하는 모습이 필요하지만, 급작스런 체질 개선을 위해서 사고하는 모습을 제거하고 규율과 명령의 복종을 강조하는 모습을 이식한 시점에 일본 제국군은 기묘하고도 위험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군을 모방하여 출발하지만 점점 독일군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일본이 후에 나치와 파시즘과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가 될것이라는 점을 기시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규율과 복종, 이를 위하여 강제되는 여러가지 부조리한 모습들은 오늘날 한국 군대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분명 일본군에 대한 책인데, 그 안에서 한국군의 모습을 발견하는 그 기묘한 재미란...


  저자는 군대가 통제를 일어간 결과가 2차 대전이라고 단언한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군대가 천황이라는 한 사람의 명령에 충성하는 존재가 될 때, 그리고 정부가 군대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때, 그 군대가 얼마나 끔직한 일들을 할 수 있는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은 분명히 보여준다. 육해공 지휘부에서 전쟁 결정을 내리고, 그 전쟁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끌고 내려가는 것, 천황제 유지를 위해서 일본 전국토를 옥쇄의 전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군대의 모습일까?


  문득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군, 그리고 일본 육사 출신임을 떠올리면서, 한국군이 왜 그렇게 일본군을 닮아갈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간다. 한때는 사단장이 시장, 군수, 국회의원들을 자신들의 아래로 보고 때리던 시절이 있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검사시절에 사단장이 하도 술을 먹여서 빨리 취하게 만들려고 폭탄주를 만들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이야기는 당시 군대의 권력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오직 박정희 대통령의 심기만 경호하면 모든 비리와 부조리를 눈감아주던 그 시절의 군대, 그리고 그 군대의 모습을 벗어버릴 것을 요구 받는 오늘날의 군대, 그리고 그 시절이 좋았다고 지금 군대가 보이스카웃이지 군대냐고 말하는 일부 예비역들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무엇인지 더욱 분명해 진다. 민간에 의한 통제가 그 답이다. 군대는 무력을 가지고 그 무력을 행사하지만, 무력의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일 때 군대가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군대여 일어나라"는 모 인사들의 과거 발언은 매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다. 한국군에게 일본 제국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뿌리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읽으면서 우리 군대에 이러한 문제는 여기에서 배워온 것이구나라고 무릎을 치면서 읽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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