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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며칠 후에 이사한다. 그래서 책을 치우고 있다. 예전에 선물로 받았던 책들, 그리고 열심히 사들였던 책들. 그 중에 버리지 못하고 아까워서 간직했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도서관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주기 위해서 정리를 시작했다. 한권 두권 빼다 보니 140권이 되었다. 이렇게나 많이 사 모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쌓아두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책 많지? 이 책들 아빠가 다 읽은 건데 뭔가 느끼는게 없니?"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어"라는 짧은 반응과 함께 다시 게임과 유튜브에 몰입한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아이들에게 독서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인것이 분명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정리한 책 중에 이 책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은 읽었던 책이지만 이 책은 정리하기 위하여 읽은 책이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서, 책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버릴 책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역시나 이런 부류의 책이니만큼 쉽게 읽혀진다. 윤동주 시인이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책이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줄 간격도 넓고 사진도 많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계속 물건을 버리는 이야기, 버릴 때의 기준과 권고 사항 등을 기록해 놓았는데 내용을 굳이 읽지 않고 제목만 읽어도 충분하다. 물론 책의 내용을 다 읽었기 때문에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참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고 있고, 많은 물건을 갖고 싶어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에 과연 필요해서 산 것이 얼마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떳떳하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열두 발자국에서 정재승씨가 한 말이 우리는 물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기 위해서 필요를 만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필요 없는데 굳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긴 하겠다. 그래도 말이다. 나는 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하게 쉽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그러면서 이런 책이라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