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독서의 즐거움이다. 나는 이 책을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또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사회에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일까? 꿈이 없다는 것? 젊은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는 것? 여러가지 이유를 말하면서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것은 한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직시하지 않고 그저 도전 정신이 없다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 말로 꼰대 짓이 되어 버린다.


  정재승이 진정한 혁명은 "5%의 확률이 있다면 20번 도전하려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패스트 팔로워가 넘쳐나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의 확률로 20번 도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도전하려는 개인적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도전하려는 개인을 용인해 주려는 사회 시스템도 필요하다. 도전자를 참아 주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것을 쉽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다. 도전해봐야 낙오자로, 실패자로 낙인찍히느니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복지부동을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를 키워내야 한다는 10만 스티브 잡스 양병성을 말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창의적인 인물을 양성해야 한다는 창의적인 생각도 놀랍거니와 패자부활을 용인하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잡스를 길러내겠다는 창의적인 생각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무도 창의력이라는 것도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원에서 한다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 이러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지도 모르겠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우리는 개인적인 덕목으로 치부해 버린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위해서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너희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오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시간과 배경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노오력을 하다가 지쳐 버릴 뿐이다. 간혹 1만 시간의 법칙을 구현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사람들은 그들을 용인해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성공한 것은 우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집에서 논다. 요즘 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고 못하고 학원에 가지고 못하고 그냥 집에서 논다. 집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솔직하게 불안하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면서 논다. 두 아이를 바라보는 나와 아내의 시선이 불안하다. 저러다가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 특별히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게 자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또 불안해 진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을 용인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경탄과 불안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그러다가 읽은 정재승의 책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창조적으로 키우는 것은 결국 그들을 용해 주는 부모의 몫인 것처럼 창조적인 인재가 도전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인 용인이 아닐까? 


  ps.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특이한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 책은 읽고 쓰냐는 답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공간이고, 책에 대한 내 느낌을 쓰는 공간인데 여기에서도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계속 글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느덧 알라딘도 이이상하게 번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 알라디너들이 이곳의 생활을 접은 이유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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