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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평점 :
책을 보기 전에 먼저 일본 냄새가 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세계 몇 대"라는 식의 타이틀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몇 대 불가사의, 건축물 등과 같은 것들을 뽑아 놓은 것이 일본 사람들의 작품임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일본 사람의 저작이다.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세계 몇 대를 꼽기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꼽고 있는 약들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너무나 친숙해서, 이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일례로 비타민 C를 꼽을 수 있다. 비타민 C야 요즘 너무 흔한 약들이고, 집에 한 두 종류씩은 두고 챙겨 먹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세계사를 바꾸었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타민 C가 개발된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본다면 충분히 세계사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비타민 C가 없었다면 대항해 시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갈만큼 대단히 충격적일 것이다.
비타민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한참 대항해 시대를 즑즐기던 학창시절 오랜 항해를 하면 꼭 발생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괴혈병이다. 세계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배에 식량을 꽉꽉 채우고 지도 위를 달리다 보면 30~40일쯤 지났을 때 괴혈병이 꼭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라임열매라는 아이템을 아이템 상점에서 넉넉히 사두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왜 그래야 하는 지 몰랐다. 그냥 괴혈병은 라임열매로 치료하나보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것이 비타민 C 때문에 발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라임열매가 비타민 C를 제공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게다가 괴혋혈병 치유를 위해 사용된 음식이 코울슬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경이로움이란...
이 책에는 인류가 부딪히는 여러가지 질병을 막기 위해서 발명된 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에이즈 치료제와 같이 완전히 발명되지 않은 약들도 기록되어 있지만 저자는 새로운 질병이라는 위기 앞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약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면서 그 약들을 개발한 사람들의 에에피소드와 노력을 소개한다. 그래서 흔하지만 위대한 약, 세계사를 바꾼 약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타민, 키니네, 몰핀, 아스피린 등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그 영향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약들을 열거하면서 우리에게 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인류는 다시 한번 새로운 약이라는 방패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이 변종 바이러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기에 독서의 재미는 물론 약간의 위안을 얻는 것이 이 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유익이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읽기가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시간을 내 독서에 열중하기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머리 맡에 두고 하루에 한편씩 읽으면 열흘 정도에 책을 다 읽을 수 있다. 내용 자체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다. 다만 그러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또한 중간 중간에 제시하는 약들의 화학 도식은 나처럼 전형적인 문과생에게는 생소한 것이고,불필요한 것이다. 이 책이 대체로 공대생이 아니라 문과생들에게, 제약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몰핀 하나를 제외하고는 굳이 기록할 필요를 못느낀다.
여튼 머리 맡에 두고 하나하나 읽어가는 정말 독서를 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게는 꽤나 유용한 책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