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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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인가부터 신문을 보면서 기사를 보고 신문사를 추측해 보거나, 신문사를 보고 기사의 내용을 추측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완전히 드러맞지는 않지만 70%의 비율로 맞추기 시작했다. 특별히 조중동은 거의 90%까지 맞추기 시작했다.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문의 곳곳에 나오는 특정 단어들과 논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로 다룬다고 해보자. 대체로 조중동에서는 남북관계=안보불안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다. 반면에 한경오는 남북관계=평화시대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다. 같은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그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어느 쪽의 기사를 택하든지 계속 그쪽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내 생각이 그들의 사고 속에 갇혀 버리게 된다. 조중동을 선호하시는 나이드신 어른들은 남북관계를 말하면서 안보불안, 남침의 위협, 핵전쟁을 이야기하신다.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이 분들이 남북통일을 하시자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나도 어느새 한경오의 프레임에 갇혀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토론회를 본적이 있다. 정동영 당시 후보를 보면서 도대체 저 양반은 왜 저러는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도대체 인물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냐 아니면 선거 참모들이 무능한 것이냐 안타까워 했었다. 자꾸 이명박 후보의 경제 논리를 따라간다. 그럴수록 돋보이는 것은 이명박 후보의 경제 논리 뿐이다. 할 이야기가 그것만은 아닐텐데 그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한다. 경국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만약 당시 선거 참모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조금은 나아졌을까? 아니다. 그 사람들도 경제 논리를 우선시 했으니 나아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는 꽤 선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모두 남북통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온갖 프레임이 난무하고 있다. 누가 먼저 논쟁의 주제를 선점하느냐에 따라서 우위가 결정된다. 그렇게 본다면 정치력이란 끊임없이 논쟁을 생산하고 자기에게 맞는 프레임을 가져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약간 불안한 구석이 있다. 보수에서 경제 이야기를 다시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진보에서 슬슬 따라간다. 최저임금=경제위기라는 프레임을 떠들어 대는데 진보에서 국민들에게 어필할만한 이야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딴지걸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최저임금은 위험하다는 경고밖에 주지 못한다.

 

  진보 정치를 꿈꾼다면 보다 생산적이고, 적극적인 프레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에 이러한 태도를 기대할 수 없어서 정의당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그 기대는 헛된 기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마음이 더 답답한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아 두었던 책을 읽은 만족감(4년 동안 책을 읽었으니....)과 더불어 암울한 정치 무능에 답답한 마음을 괜시리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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