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의 운명에 관하여

또 이 책 이야기다. 이 책에 보면 우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이메일을 사용하느라 우표에 대한 수효가 있을까 싶다. 가끔 집단으로 공문을 띄울 때 '요금 별납'이나 '요금 후납'이란 스탬프가 찍인 것이나 받아보지 사연이 담긴 편지나 엽서에 우표가 붙은 우편물은 언감생심 기대해 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나마 나에게 있어서 다행인 건 30년 가까이 되어오는 아는 오빠에게서 받은 우표가 붙은 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간직한 것은 아니다. 방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는 상자에 들어 있을 뿐이다. 그냥 게을러서 버리지도 못하고 간직한 지난 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흔적일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꼭 그렇게만도 볼 것만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역사속에 추억하는 것들은 꼭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라. 개인에게도 있기 마련인 것을.  

아직도(?) 우표 디자이너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린 우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 작은 네모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스스로는 '스탬프 컬렉터'라고 하지 않고, '필레텔리피스트 philatelist'라고 한단다. 이것은 100여년 전 한 프랑스 우표 수집가가 그리스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philo'와 세금 면제라는 뜻의 'ateleia'를 합쳐 만들어 세계로 통용돼온 단어라고 한다. 또한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 하는데 그런 필라델리 philately(우표수집) 단체만도 61개나 있고, 이들의 연합을 '한국우취연합'이란 순수 민간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내 동생은 한때 우표 수집에 빠져서 새로 나오는 우표가 있으면 그것을 사겠다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서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중학교를 가면서 흐지부지가 되었지만.   

암튼 이 연합회의 회장 김장환 회장은,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몇장 모았느냐고 묻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묻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들 사이에선 수량이나 가격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장르와 테마로 묻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장환 회장은 화학과 교수이기도 한데 각국의 화학자들이 담긴 우표를 화학사 강의 때 사용하기도 했다니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또한 정보통신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경향신문 출판국 이종탁 기획위원은 <우체국 이야기>란 책을 내면서 미국의 저명 필라텔리피스트였던 32대 대통령의 말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 많다.고 천명했으니 과연 대학 강의 교재로 채택하기에 부족함이 없기도 하겠다 싶기도 하다.

 

  

우표의 역사를 보년,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80년 영국 왕실이 발행한 '페니 블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 보다 4년후인 1884년 '문위우표'가 최초의 우푠데 그나마 그것도 갑신정변으로 불과 18일간만 쓰이고 사장된 비운의 우표하고 한다. 



이것이 문위우표인데 자료를 찾아 보니 지금은 9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발행 당시는 보다시피 5문이었다고 하는데 이 '문'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지 오래된 화폐라 지금의 얼마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기억에 우표의 최소 단위는 5원이었던가? 10원이었던 것 같고, 120원인가 140원할 때 사 보고 지금까지 사 본적이 없으니 나에게 있어서도 우표는 그다지 오래 갈 수 있는 인연은 아니었던 듯 싶다.  

이렇게 우표가 사람들의 관심속에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장환 회장은 우표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추억의 오브제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한 모양인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최고(最古) 우취동호회는 '대한우표회'인데 지난 2009년에 출범 6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우취 인구의 노령화는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나마 최근 출범한 온라인 동호회 '한국 인터넷 우취회'의 회장이 20대라며 반가워 했다고 한다. 참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표 디자이너 노정화 씨는 작가에게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우표를 추억이나 향수의 오브제처럼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우리에게 우표는 언제나 새로운 실험과 창조적 도전의 대상이자 성과"라고 자부한다. 난 이런 노정화 씨 같은 분이 계속해서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후학도 길러냈으면 한다. 

그렇더라도 읽는 내내 우표의 풍경은 사뭇 쓸쓸하기만 하다. 정말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못한 자의 안타까움을 노래했던 천양희의 시처럼.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 사람의 

눈먼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표 한 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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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 왕실의 '페니 블랙'과 '문위우표'가 같은 1884년이라고 적혀 있사옵니다.^^;

저도..어릴 때는 우표를 좋아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을 때, 각기 다른 우표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죠. 아,어릴 때 봤던 영화 ..가 생각나는군요. <우표 여행>이었나?
백인 소년이 우표 속의 세상을 돌고 돌아 모험을 하다가 나중에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참 재밌었는데. 혹시 보셨나요?

stella.K 2010-05-03 11:00   좋아요 0 | URL
고쳤어요.ㅎ
그런 영화가 있었나요? 재미있겠습니다. 영화 사이트 찾아 보면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표의 그 뾰족뾰족한 테두리가 좋더라구요.ㅋ

novio 2010-05-1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우표를 모으는 Philatelist 입니다. 지금 우취동호회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리뷰를 읽고 무척 반갑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stella.K 2010-05-14 17:47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우표가 참 많으시겠어요. 언제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해변의 여인 - Woman on the bea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른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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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난 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가 안 맞더라구요.-_-
그래봤자, 살면서 몇 편 밖에 안 되지만...영화 <택시> 시리즈 1,2까지는 괜찮았어요.
<택시> 3은 헐리우드에서 미국판으로 만들어서 재밌게 봤지요.
그런데 다시 프랑스에서 만든 <택시> 4는...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어릴 적에 개와 영혼이 바뀐 남자의 이야기를 봤는데요..로맨스 코메디이지만,
'프랑스어는 새소리같이 이뻐'라는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아주 정신 사나운 대화의
영화였죠.
스테님이 말하는 '프랑스 영화'란? ^^

stella.K 2010-05-02 19:36   좋아요 0 | URL
히히. 맞아요. 그런데 같은 프랑스 영화라도 허리우드 냄새 팍팍 풍기는
영화는 나름 볼만해요. 예를들면 <레옹>같은 거나, 내가 볼 땐 <택시>도
아주 프랑스적이지만은 않을텐데요.
근데 지극히 프랑스적인 영화들이 있지요.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남과여> 같은. 건 정말 지루하죠.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없는 건 아니고, 러시아 영화 보단 재미있지 싶기도 해요. 타르고프스키 같은 영화는...ㅜ
저는 이 영화도 아주 형편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나른해서 그렇지.ㅋ

L.SHIN 2010-05-02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그나마 <택시>를 봤던 겁니다.
아,정말이지, 전 나른한 영화는 싫답니다. 감동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안 그래도 인생이 나른해 죽겠는데, 영화까지 그런다면.ㅡ.,ㅡ

프랑스는 참 재밌는 문화입니다. 소설은 오히려 기똥차게 기발하고 재밌으면서
어째서 영화들은 그렇게 지루하고 철학적이고 느려터졌는지.
물론, 새발의 피 만큼 영화를 봐놓고, 이런 이야기 할 자격은 없지만서도..

아, 방금 전철이 저 멀리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럴 때면 꼭 그리운 기분이 들고 합니다. 뭐랄까, 아날로그의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갑자기 나는 왜 엉뚱한 소리를..-_-)
스테님도 이유없이 좋아하는 소리가 있나요?

stella.K 2010-05-03 11:08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도 프랑스 문학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프랑스 문학이 영화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입니다.ㅎ

제가 좋아하는 소리요? 음...뭔가 있을텐데..
비오는 소리?ㅎ 그것도 너무 많이 들으면 좀 그렇긴 하지만 양철지붕에서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 아늑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밖은 저렇게 비가 오는데 내가 있는 안은 뽀송뽀송하구나 하는.
저는 갠적으로 해금이랑 오보에 소리를 좋아한답니다.^^

L.SHIN 2010-05-03 19:31   좋아요 0 | URL
저도 실내에서, 밖의 비 오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좌아악 소나기가 아니라 후두둑 적당량의 비가 다른 사물을 맞고 내는
그 두 번째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요.^^

'오보에'는 뭘까..? 들어본 것도 같고..(긁적)

stella.K 2010-05-04 11:12   좋아요 0 | URL
영화 <미션>의 OST 메인 테마 들으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거여요.ㅋㅋ
 
300 - 300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드라마 <추노>의 대결신에서의 영상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이 영화에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독특한 영상이 과연 연출자 독창적인 이미지일리는 없을 텐데 했었는데 말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신의 뜻을 어기고 300용사를 이끌고 적과 말그대로 피 터지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게 스파르타의 왕과 그 용사에 관한 이야기다.  

싸움은 잔인하고 야만적이다. 기원전 그 시대의 신은 어땠는지 우린 짐작조차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선 비열하고 간사하기까지 한다. 고대의 신들은 하나같이 음란하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서 인물 반반한 처자들은 하나 같이 신의 제물 내지는 신에게 바쳐져야 하는 운명이다. 영화에선 이 부분이 최대한 에로틱 하면서도 역겹게 내온다. 왕이 신탁을 받는 장면에서 말이다. 그런 신이라면 거부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왕 개인의 명예 때문에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왕을 나는 결코 좋게는 바라볼 수가 없다. 물론 왕의 명예가 곧 백성의 명예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고 해도 왕의 굴욕이 곧 백성의 굴욕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까? 굴욕적인 삶을 연명하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백성의 삶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도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개똥밭에 굴로도 이승에서의 삶이 저승 보다 낫다고도 하는데.  

하긴, 그 시대는 정치 보단 힘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였는지도 모른다. 중간중간 전장으로 왕을 떠나 보내고 나름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왕비의 모습도 보여지긴 하지만 그것은 양념에 지나지 않고, 결말도 모호하다. 1년 뒤 왕의 유업을 달성코자 전쟁에 살아남은 용사들이 다시 뭉쳐서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 엔딩이지만, 도대체 그 1년 동안 그 나라는 어떻게 살았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이 야만적인 전쟁 영화를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영상이 좋고 야성미 넘치는 근육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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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김훈. 사실 이분을 몇년 전, 문학 강연 때 한번 뵌적이 있다. 실제로 뵈면 말이 잘 안 나올 것 같다. 시니컬하신 분이라는 느낌에. 그런데 이분의 글을 읽으면 뭔가 다가가 말을 건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르 클레지오. 이분이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 사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언듯 본 맑은 회색빌 눈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인상은 겸손하시고, 매력적이고, 진지해 보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정말 다가가 말을 건네보고 싶지 않은가?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나왔던 모리 교수. 그의 삶에 대한 티없이 맑은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고 싶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잭 런던의 <강철군화>. 개인적으론 미국문학 읽기에 도전해서 성공해 본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 힘들게 겨우 겨우 읽거나, 뭐 이래? 하면서 밀쳐 놓은 경험이 많다. 이책도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조금 걱정하면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잘 읽혔고, 뭔가 나의 의식을 우두둑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매력적이고,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사실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표지란 생각이 든다. 

내용도 다소 파격적이긴 하지만, 표지 장정이 독특하기도 하고, 그림이 슬픈 것도 같고 우울한 것도 같고,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도 같은 암튼 묘한 끌림이 있다. 작품 속 주인공도 그랬던 것 같다. 차분하고, 속 깊은 것 같지만 그속엔 치명적인 뭔가가 있는 줄은 작품 끝까지 읽어보지 않고는 잘 몰랐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전에도  몇번 얘기한 것 같긴한데, 독일작가 쿠센버그가 쓴 <바보는 웃지 않는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에 압축적인 문장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이런 건 왜 묻나? 다시 재출간해 줄 것도 아니믄서...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지금은 많이 덤덤해지려고 하지만, 솔직히 오탈자가 많은 책을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저자가 좋고, 책장정이 좋아도 가치를 떨어 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각 출판사에선 좀 더 많이 신경 써 줬으면 한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읽을 책이 하도 많아 두번 이상도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놀랬던 건 조경란의 <혀>를 두번도 아닌 세 번을 읽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해마다 완독리스트를 따로 두는데, 이 책을 세번 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두번까지 읽은 건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언제 세 번을 읽었다는 건지 나 자신도 갸우뚱해 졌다. 

사실 좋아서라기 보단 목적이 있어서 읽었다. 그런데 그렇게 읽다 보니 역시 다시 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너무 오래 전에 읽어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눈물도 찔끔 났던 것 같다. 사실 책 보고 운적은 별로 없는데...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무려 800여쪽.  읽다가 그 쪽수에 압사당했다.ㅜ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문학동네, 마음산책, 열린책들 등. 

생각해 보면 그보다 많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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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0-04-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경란의 책은 <식빵 굽는 시간>만 읽어봤고, 읽으면서 빵이 무척 먹고 싶더라는 기억밖에...^^

stella.K 2010-04-30 13:18   좋아요 0 | URL
빵이 무척 드시고 싶었다면 성공한 책인가요? 전 안 읽어봐서리...
어쨌든 저 <혀>는 저에겐 참 인상적이었어요.^^

조선인 2010-05-0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정말 징하게 울었던 책인데. 제제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stella.K 2010-05-02 11:4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야할 책이어요.
조선인님 평안하시죠?^^
 
부엔 까미노 -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 길
장 이브 그레그와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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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엔 까미노. 이말은 에스파냐어로 "좋은 여행 하세요"란 인삿말이라고 한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하는데,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혼자하는 것이며, 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여행에서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여행은 순례의 길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오늘 날의 여행은 그것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또 다른 배설로 전락한지 오래다. 어딜가도 편안한 휴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서로가 어깨를 맞부딪히며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 쓸 물건들은 넘쳐난다. 게다가 그 여행을 위한 '바가지 요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린지도 오래다.그것을 감수하고라도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자기 정화가 된다면 뭐 그 여행을 나쁘다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여행은 역시 걷는 것에 있지 않을까? 걸으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깨닫고, 정화하는 것 바로 그것이 여행의 참된 의미가 아니겠는가? 참된 자아에 이른 사람은 하나 같이 이 걷기의 과정을 통과한 것 같다. 붓다가 그랬고,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그랬고, 허다한 많은 순례자들이 그랬다.  

왜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열광하고 매료 당하는 것일까? 보통 그 장도에 오르는 사람을 순례자라고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즐기고, 쉬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기꺼이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우린 그 말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도대체 산티아고를 떠났던 사람들은 무엇을 찾았을까? 사실 이책의 장점은 강렬하고도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너무도 좋아 정신없이 빠져들어서일까?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에 답을 찾기엔 미흡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여행 작가가 어느 특정 지역을 여행하고 글을 쓸 때 보는 각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그 글을 씀씀이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몇년 전 젊은 작가가 실제로 산티아고를 여행하고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책은 이책 보다 훨씬 얇은데 젊은이답게 주로 여행에서 본 것들 체험한 것들을 위주로 썼으며, 어찌나 겸손한지 스스로를 순례자로 칭하는 것 조차도 꺼려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냥 여행자이길 바랬던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를테면 수박에 줄긋는다고 다 수박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그책은 읽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재미를 선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말미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좀 더 강하게 어떤 일이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것 또한 여행의 의미인 것도 사실이다. 그의 말마따나 그 여행을 계기로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을까? 여행은 이렇게 자신을 이기는데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책은 그 책과 좀 다르다. 저자 특유의 관록이 있어서일까? 문체에서 훨씬 여유가 느껴지고, 카톨릭 유적지이기도 하니 건물 하나, 자연 풍광 하나에도 간결하지만 강렬한 의미를 담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저자의 전직이 기자였던 만큼 자신의 체험이나 해석을 최대한 절제하고 전달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역시 내가 앞서 읽었던 책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론 체험과 깨달음에 촛점을 맞춘 전자의 책이 더 매력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없다. 하지만 산티아고를 좀 더 객관적으로 알기를 원한다면 이책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책 차체로도 약간의 시각차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어되기도 한다. 그것은 사진이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 작품같다. 그것은 일부러 그렇게 기획된 것으로도 보여진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을 가보면 책에서 봤던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걷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사진처럼 그 아름다운 풍광을 다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이책이 그 빈곳을 매꿔 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도 사진만큼 아름다울지 의문이라고 트집 잡아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가 보기도 전에 편견부터 생긴 나의 소치인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순례를 위한 여행인데 좀 조악하고, 투박하고, 자연그대로인 것에 나를 맞겨 보는 것이 산타아고 여행의 의미는 아닐까 했다. 그런데 너무 멋있고, 너무나도 목가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과연 이 길을 야고보가 걷고 순교를 했을까? 오히려 의문스럽다. 

이책에서 특이한 점은, 사진을 보다보면 간혹 설경이 나오기도 한다. 태양이 강렬해 걷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렇게만 들으면 꼭 거기는 사철 더울 것만 같다. 그런데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게 오히려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책을 쓴 저자는 여름이던가? 그 계절에 여행을 하고 그책을 썼던 것으로 안다. 이래서 여행은 직접 해 보지 않고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유감스럽게도 걷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이런 사람이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 또 다른 힘을 발휘하게 될지.) 그래서 제주 올레 길도 못 가본 사람이 산티아고를 갈 수 있을까? 언감생심이긴 하다. 하지만 눈이 보배라고 인간 누구에게나 있을지도 모를 여행본능이 조금은 꿈틀거리는 걸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곳을 실제로 걷는다면 정말 야고보의 행적을 느껴보고 싶다. 

더불어, 이책은 여러모로 유감스러운 책인데 그다지 많은 건 아니지만, 오탈자가 간혹 발견이 되기도 했고 주석 번호처럼 간혹 조그만 번호가 군데군데 매겨져 있는데 그 번호에 대한 어떠한 의미도 나는 발견해 내지 못했다. 그 번호는 뭘 의미하는 걸까? 그래도 사진은 너무 아름다워 두고 두고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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