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의 운명에 관하여
또 이 책 이야기다. 이 책에 보면 우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이메일을 사용하느라 우표에 대한 수효가 있을까 싶다. 가끔 집단으로 공문을 띄울 때 '요금 별납'이나 '요금 후납'이란 스탬프가 찍인 것이나 받아보지 사연이 담긴 편지나 엽서에 우표가 붙은 우편물은 언감생심 기대해 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나마 나에게 있어서 다행인 건 30년 가까이 되어오는 아는 오빠에게서 받은 우표가 붙은 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간직한 것은 아니다. 방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는 상자에 들어 있을 뿐이다. 그냥 게을러서 버리지도 못하고 간직한 지난 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흔적일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꼭 그렇게만도 볼 것만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역사속에 추억하는 것들은 꼭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라. 개인에게도 있기 마련인 것을.
아직도(?) 우표 디자이너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린 우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 작은 네모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스스로는 '스탬프 컬렉터'라고 하지 않고, '필레텔리피스트 philatelist'라고 한단다. 이것은 100여년 전 한 프랑스 우표 수집가가 그리스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philo'와 세금 면제라는 뜻의 'ateleia'를 합쳐 만들어 세계로 통용돼온 단어라고 한다. 또한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 하는데 그런 필라델리 philately(우표수집) 단체만도 61개나 있고, 이들의 연합을 '한국우취연합'이란 순수 민간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 내 동생은 한때 우표 수집에 빠져서 새로 나오는 우표가 있으면 그것을 사겠다고 새벽 일찍 집을 나서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중학교를 가면서 흐지부지가 되었지만.
암튼 이 연합회의 회장 김장환 회장은,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몇장 모았느냐고 묻는 것은 초등학생이나 묻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들 사이에선 수량이나 가격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장르와 테마로 묻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장환 회장은 화학과 교수이기도 한데 각국의 화학자들이 담긴 우표를 화학사 강의 때 사용하기도 했다니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또한 정보통신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경향신문 출판국 이종탁 기획위원은 <우체국 이야기>란 책을 내면서 미국의 저명 필라텔리피스트였던 32대 대통령의 말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 많다.고 천명했으니 과연 대학 강의 교재로 채택하기에 부족함이 없기도 하겠다 싶기도 하다.
우표의 역사를 보년,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80년 영국 왕실이 발행한 '페니 블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 보다 4년후인 1884년 '문위우표'가 최초의 우푠데 그나마 그것도 갑신정변으로 불과 18일간만 쓰이고 사장된 비운의 우표하고 한다.

이것이 문위우표인데 자료를 찾아 보니 지금은 9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발행 당시는 보다시피 5문이었다고 하는데 이 '문'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지 오래된 화폐라 지금의 얼마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기억에 우표의 최소 단위는 5원이었던가? 10원이었던 것 같고, 120원인가 140원할 때 사 보고 지금까지 사 본적이 없으니 나에게 있어서도 우표는 그다지 오래 갈 수 있는 인연은 아니었던 듯 싶다.
이렇게 우표가 사람들의 관심속에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장환 회장은 우표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추억의 오브제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한 모양인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최고(最古) 우취동호회는 '대한우표회'인데 지난 2009년에 출범 6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우취 인구의 노령화는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나마 최근 출범한 온라인 동호회 '한국 인터넷 우취회'의 회장이 20대라며 반가워 했다고 한다. 참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표 디자이너 노정화 씨는 작가에게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우표를 추억이나 향수의 오브제처럼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우리에게 우표는 언제나 새로운 실험과 창조적 도전의 대상이자 성과"라고 자부한다. 난 이런 노정화 씨 같은 분이 계속해서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후학도 길러냈으면 한다.
그렇더라도 읽는 내내 우표의 풍경은 사뭇 쓸쓸하기만 하다. 정말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못한 자의 안타까움을 노래했던 천양희의 시처럼.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 사람의
눈먼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표 한 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29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