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법 익혀야 현대사회 소외 극복"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지음 |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스테디셀러는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효자’ 상품이다. 꾸준히 돈을 벌어주어 보다 야심찬 기획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한때 가장 많은 스테디셀러를 갖고 있다는 평을 들었던 문예출판사의 ‘효자’는 단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지금이야 저작권법이 강화돼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해적출판시대에는 중복출판이 일반화됐었고 이런 중복출판의 첫 번째 타깃은 늘 스테디셀러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기술’뿐만 아니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데미안’, ‘갈매기의 꿈’, ‘어린 왕자’, ‘독일인의 사랑’ 등은 새로 창업하는 출판사들이 으레 살림밑천으로 출판하던 고정 메뉴였다. 당장 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사랑의 기술’을 두드리니 17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와 있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중복출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스테디셀러의 중요한 자격요건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정확하게 직역하면 사랑하기(loving)의 기술 혹은 기예(art)라는 제목은 이미 ‘사랑은 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을 두루 섭렵한 프롬은 흔히 우리가 저지르는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오류를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기가 아니라 사랑받기의 문제로 여기고, 사랑하는 능력보다는 사랑하는 대상을 찾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사랑을 막 시작하는 순간의 강렬한 감정만을 사랑으로 착각한다.”

이런 착각을 깨닫고 사랑도 음악이나 그림, 건축, 의학, 공학과 같은 넓은 의미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배워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사랑하기는 제대로 시작된다. 보기에 따라 통속적인 사랑의 기법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그가 겨냥하는 것은 역시 사회사상가답게 소외를 부르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현대사회가 시장의 교환 원칙 지배를 받고 있고 인간의 가치도 결국은 경제적 교환가치 정도로 전락했기 때문에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고 이런 정황 때문에 사랑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이 같은 성찰을 바탕으로 그는 사랑의 실천에도 큰 비중을 둔다. 그가 권하는 실천의 핵심은 정신집중이다. 자신에게 집중해 먼저 자립을 이뤄야 한다. 자립하지 않은 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집착일 뿐이다. 이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도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런 집중은 더욱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쉽지 않기에 일정한 훈련을 해야 한다. 결국 프롬은 성숙한 성찰적 사랑이야말로 자기를 되찾고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1976년에 처음 냈던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은 “지금도 1년에 1만여권씩 나간다”며 “얼마 전에는 드라마에 여주인공이 잠시 들고 나와서 화면에 비치는 바람에 한 달에 5만부도 나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잠재독자들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많다는 뜻인지 모른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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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기술,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stella.K 2004-05-0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 볼려구요.
 





아침에 눈을 뜨면 문득 천장의 벽지 무늬가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매일 습관처럼 보는 방이 갑자기 생경하게 느껴지고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누군가 나를 4차원의 세계에 옮겨 놓은 듯,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순간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릴 때가 있다. 시간이 되면 일어나 기계처럼 학교 가고, 버릇처럼 가르치고 이런저런 일에 치여 밤이 되면 지쳐 잠들고…. 벌써 오월인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 속에 그야말로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 허무할 뿐 아니라 죄의식마저 느낄 정도이다. 장영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 하루하루 귀중한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타성처럼 살아가며 정말 내 삶이 단지 그냥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게 무엇인지 간혹 섬뜩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카프카의 ‘변신’(1915)이 단지 기괴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간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는 ‘변신’은 바로 이렇게, 사람에서 벌레로의 ‘변신’을 말한다.

가족의 생계를 떠맡고 상점의 판매원으로 고달픈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문밖에서 출근을 재촉하는 가족들의 소리가 들리지만,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는’ 벌레가 되어 꼼짝할 수도 없다. 겨우 문밖으로 나갔을 때 식구들은 경악하고 그를 한낱 독충으로 간주한다. 그는 ‘변신’ 이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유지하며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해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가족의 냉대는 더욱 심해간다.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줄 알았던 가족은 모두 새로운 직장을 잡고, 그레고르는 없어져야 할 골칫거리일 뿐이다. 어느 날 그림에 달라붙어 있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기절하자 아버지는 그에게 사과를 던져 큰 상처를 입힌다. 며칠 뒤 각별히 아끼던 누이동생이 하숙생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으러 나가지만 벌레의 존재를 보이고 싶지 않은 가족에 의해 방에 감금된다. 그 이튿날 청소를 하러 왔던 가정부는 그레고르의 죽음을 알리고, 가족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함께 피크닉을 간다.

‘변신’은 벌레라는 실체를 통해 현대 문명 속에서 ‘기능’으로만 평가되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서로 유리된 채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 그의 기능과 존재가 인정되지만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고 그의 존재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인간 상호 간은 물론, 하물며 가족 간의 소통과 이해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프라하 유대인 상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스물다섯 살되던 해부터 일생을 보험국 관리로 일했다. 기계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생활에 매여 오직 밤에만 글을 쓸 수 있었지만, 결국 마흔한 살의 젊은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 직업을 떠나지 못했다. ‘변신’은 어쩌면 그가 일생을 통해 느꼈던 철저한 소외와 고립감을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장영희교수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오월이군요”였다. 햇볕이 너무 밝아서, 바람이 너무 향기로워서, 나뭇잎이 너무 푸르러서, 꽃이 너무 흐드러져서, 그래서 세상살이가 더욱 암울하고 버겁게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오월, 새삼 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며 본능으로 사는 벌레가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의 ‘변신’을 꿈꾸어 본다.

(장영희·서강대 영문과 교수·조선일보 Books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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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교수의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 잘 읽고 갑니다.^^

겨울 2004-05-0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뒤, 고독감과 소외감이 극에 다랄 때면 벌레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요. 어짜피 존재감없이 살바에는 인간보다는 벌레가 되자고요. 바퀴나 모기, 파리를 제외한 거미.... 무지 심각하게 읽은 책입니다.

stella.K 2004-05-0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3년 전이던가? 아는 누구로부터 <변신>을 드라마한 비디오를 본적이 있었죠. 감독의 연출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 했습니다.
저도 읽고나면 인간 존재의 허망함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중학교 때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었거든요, 이렇게 작품 설명을 읽고나면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초콜렛

줄리엣 비노쉬가 나오는 프랑스 영화. 어느 날 프랑스의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마을에 어느 한 여인이 초콜렛 가게를 열면서 마을이 일대 파란(?)을 격게된다. 그 마을은 알고보면 종교적 분위기를 가장한 억압과 위선 속에 사는 마을이다.

바로 초콜렛이 이 위선과 억압을 까발리며 동시에 치유한다. 어찌보면 페미니즘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상미학이 뛰어나다.

 

2. 고스포드 파크

좀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제목이 확실히 맞는지 모르겠다.

탐정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어느 부자가 사냥을 즐기기 위해 자기가 아는 친척, 친지들을 다 모은다. 그들에게 딸린 하인까지. 그곳이 일명 고스포드 파크.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인간군상들을 보여준다.

바람난 여주인. 겉으론 고상한 채 하지만 뒤에서 자기가 데리고 온 하녀에게 사람들의 온갖 흉을 다 보는 여주인의 고모인지 숙모인지 하는 할머니. 그 안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하녀. 하인을 가장한 작가. 나중에 그 정체를 알고 하인들의 세계에서 수모를 당한다. 그러고 보면 그 세계도 꽤 자존심 강한 세계다. 어련할까? 배경이 고풍스런 영국인데. 하인끼리 눈이 맞아 욕정을 나누기도하고, 창녀를 자처한 하인도 있다.        

어쨌든 영화가 참 인상적이다. 영화의 결말은 그 성의 주인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사복 경찰관이 오고 뭔가 사건의 해결을 보여주려나 했는데 등장인물들을 다 해산시킨다.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뭐 이런 게 다 있담.

그러나 감독은 여느 탐정영화처럼 누가 죽였는가? 왜 죽였느냐를 추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성에 모인 사람들의 인간군상을 그럴 듯하게 그러나 아무런 흥미나 자극없이 빼어난 연출력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의 대사도 특별히 튀거나 인상에 남을만한 대사는 한마디도 없는 듯하다. 참 그렇게 쓰고 그렇게 연출하기도 쉽지 않은데, 보고난 느낌은 잔잔한 여운만 남는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피한방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감독의 연출이 얼마나 절묘한지 말 다했지 뭐.

 

3. 남자태어나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거의 극찬해 마지않아 지난 어린이 날 tv를 통해 본 영화다. 나는 영화평론가의 말은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좀 믿어주자 해서 본 영화다. 근데 정말 좋은 영화다. 제목만 들으면 찐짜 남자가 되는 게 뭔지를 보여주겠다고 허세 부리다 결국 또라이짓이나 하고마는 걸 보여주 그렇고 그런 영화일 것도 같지만 전혀 아니다. 영화는 정말 순수하고 진지하고 동시에 재미있다.  왜 이런 영화가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는지 모르겠다. 인물도 탄탄하고 조연들 또한 tv에서 한 조연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라 너무 괜찮았다. 

그 영화는 확실히 주인공 세명의 남자아이들이 권투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서 좋다. 오히려 그랬으면 영웅담이 되었을 것이다. 감독은 그런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삶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사회는 남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규정된 이미지가 있다. 그것을 배재하고 그 나이 또래가 격을 수 있는 아픔과 희망, 좌절과 절망, 열등감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난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위의 세 작품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 밖에는 해 줄 말이 없다. "그냥 일단 한번 보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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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셋다 안봤는데요...^^;; 초콜렛은 제목을 많이 들어본 거 같아요. 다음에 한번 보도록 하겠숨다~ ^^

겨울 2004-05-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 줄리엣 비노쉬란 여배우의 나이듦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구요,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페미니즘 영화가 더불어 생각나네요. 조니 뎁은 여전히 근사했지만 줄리엣의 그늘에 그 카리스마가 묻혀 아쉬웠다는... 고스포드 파크는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결국 감상에 실패한 영화인데 몹시 피곤한 저녁에 관람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영화였어요.^^

stella.K 2004-05-10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님 말씀이 맞아요. 조니 뎁이 비노쉬의 연기에 좀 묻혔죠.

호밀밭 2004-05-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과 고스포드 파크는 보았는데 남자 태어나다는 보지 못했네요.
고스포드 파크는 배우들도 화려하고, 결말도 신선해서 좋았어요. 하룻밤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초콜렛은 항상 우울할 때 보곤 하는 영화예요. 조니뎁의 영화들은 현실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전출처 : 보슬비 > 사진가가 된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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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If I were a butterfly

오늘은 예전부터 한번은 꼭 다루고 싶었던 무용과 그 순간의 포착을 다룬 사진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엘레인 메이슨이란 전직 솔로이스트 무용가 입니다. 그녀는 화려했던 예전의 무용가로서의 삶과 그 이후에 무용작품만을 전속으로 찍는 작가로서 성장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국립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3년에 걸쳐 작품의 주요배역을 맡았던 뛰어난 솔로이스트였던, 그녀는 지금 영국사진작가 협회로 부터 2년 연속 사진작가상을 거머쥐고 있는 세계적인 무용사진 작가입니다. 무용가 출신답게 무용이 가지는 가장 미학적 특징인 육체로 빚어내는 언어의 성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렌즈로 이것을 표현하는 작가가 된 것이죠.

S#2-Standing on the Tiptoe

저는 개인적으로 무용에 대한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제 서재 한켠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 무용에 관한 많은 책들, 이덕희 선생님의 '발레에의 초대'라는 책을 시작으로 무용이란 예술언어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읽고 보고 해석하면서 많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새벽에 그곳의 발레학교를 다녔구요. 새벽의 여명과 함께 발레센타로 뛰어가 몸을 녹이고 몸의 구석구석을 찢어내는 일은 힘들었지만 참 해볼만한 경험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여기 캐나다로 유학오기 전에도 바로 국립 발레단에서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현대적으로 구성된 몸의 움직임과 아름다움에 한장 취했더랬죠. 인간이 발끝으로 설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군요. 발레에서 흔히 말하는 '쉬르라 뽀앵'은 그렇게 해서 무용의 역사 속으로 주요한 테크닉의 하나가 되어 갑니다.

S#3-Romeo & Juliet

아래 작품은 그녀가 최근에 찍은 영국 로얄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진입니다. 무용용어중에 '발레닥숑'이란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행동이 있는 발레, 이야기로 구성된 발레란 뜻이지요. 로미오와 줄리엣도 바로 이런 전통속에 위치하는 작품이구요. 엘레인 메이슨의 사진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의 구성 속에서 육체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전달한다는 데 있습니다. 극적 구성일수록 무용수의 감정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는 '메타키네시스' 과정-무용가의 육체를 통해 빚어지는 영혼의 움직임이 관객에게 전달되는것-을 렌즈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좀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네요. 죄송합니다^^

아래의 작품은 영국 로얄 발레단의 고정 작품중의 하나인 '마농 레스코'와 '오네긴'입니다. 오늘날의 현대발레는 고전의 매력과 역사성 속에서 새로운 변신을 많이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학부시절 참 소중하게 읽었던 연극미학책이 한권 있습니다. 피터 브룩이란 영국의 연출가가 쓴 '빈 공간'이라는 책인데요. 그는 여기서 장식과 소품, 화려한 의상으로 가득하지만 생명력이 없는 고전극을 '죽은 연극'이라고 규정합니다. 최근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조의 호수'같은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변화없는 안무와 힘없는 율동, 고정된 법칙들이 바로 이러한 생명력을 빼앗아 가는 요소가 되는 것이죠.

엘레인 메이슨의 작품에서 바로 이러한 진부함과 싸우며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봅니다. 끊임없는 수련속에서 빚어지는 예술로서의 무용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치열하게 인간의 육체를 매개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짙어가는 가을의 시간, 아마 한국에선 '이야기가 있는 발레'시리즈가 한창일것 같네요. 어떠세요? 오늘 한번쯤 친구 혹은 가족들과 무용한편 보러가시는 것은 말이에요......

[출처]뮤크박스'이사오 사사키와 시노자키의 Fly me to the Moon'

오늘 들으시는 곡은 일본의 대표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와 첼리스트 시노자키의 공동 연주 작품인 Fly me to the Moon입니다. 가을의 달빛아래 몸을 맡기고 아름답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우리가 되길 기도해보며.....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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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넘 좋네요! 퍼가요~^^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변하긴 변했나 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나는, 무슨 짝사랑의 대상을 만났을 때의 첫느낌을 고백한 그런 책인 줄 알았다.  그리고 왜 덥석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울까? 전에는 연애에 관한 책들은 별로 마음에 안 갔더랬다. 그런데 빗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글인 줄 알고 첫장을 펼쳐 든 것이다.

처음엔 약간 후회도 했다. 책값에 비해 글자가 너무 듬성 듬성 박혀서 '아, 이런 책이라면 좀 나중에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 하나 하나에 깊은 울림이 있었고 애정이 갔다. 

물론 딱히 이 책을 뭐라 규정하기가 어렵다. 시집도 아니고, 수필집도 아니고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삶의 단상 내지는 저자가 문학에 대해서 또는 예술에 대해서, 나아서는 종교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그냥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담담하게 때로 시처럼, 잡문처럼 쓴 글이었다.  그리고 상당부분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문학에 대한 절대적 의식 전환>에서 

   제가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학이 저를 빌어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입니다.(126p)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문학을 선택하지 않고 문학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작가란 문학을 통해 조화로운 세상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만이 문학의 참된 가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작가 이외수는 그 범상치 않은 외모에서, 솔직히 그의 책들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도인 같은 이미지라 그는 문학을 통해 이상한 '썰'을 풀어대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 말씀에도 있는 듯,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건 정말 안 좋은 습성이다.

그의 글은 상당히 사고가 건전(?)하고 독설 같기도 하지만 치우침이 없다. 특히 기독교인이 아닐 텐데도 <성경 속의 한 구절에 관한 견해>  란글에서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가 웬만한 기독교인 보다 낫다는 생각도 해 보게한다.

나는 여기까지 쓰는데도 감성보다는 이성에 입각해서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많은 서술이 필요하다. 여간 잘 씌여진 문장이 아니면 나도 서술적 문장은 안 좋아하는 편인데, 욕하면서 닮는다고 그게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함축적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워나갈텐데 아직도 나에겐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시하는 뭔가의 사고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는 잘 안 와닿고 낙서같은 글은 좀 경히 여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사춘기 이후 전작주의 독서는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이외수...이 사람의 책이 뭐가 있지?' 라며 알라딘에서 <제목+ 저자> 의 창에서 이외수를 치게되고 그의 책 리스트를 꿸 수가 있었다. '자, 다음엔 그의 무슨 책을 읽을까? 외뿔? 벽오금학도? 칼...?'

젠장, 하지만 지금 읽을려고 쌓아둔 책이나 우선 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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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중 <칼>이 가장 좋더군요.
시중에는 <그 푸르른 내 나이 스무살에는> 이 좋고요.

stella.K 2004-05-0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참고하죠.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