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변하긴 변했나 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나는, 무슨 짝사랑의 대상을 만났을 때의 첫느낌을 고백한 그런 책인 줄 알았다.  그리고 왜 덥석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울까? 전에는 연애에 관한 책들은 별로 마음에 안 갔더랬다. 그런데 빗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글인 줄 알고 첫장을 펼쳐 든 것이다.

처음엔 약간 후회도 했다. 책값에 비해 글자가 너무 듬성 듬성 박혀서 '아, 이런 책이라면 좀 나중에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 하나 하나에 깊은 울림이 있었고 애정이 갔다. 

물론 딱히 이 책을 뭐라 규정하기가 어렵다. 시집도 아니고, 수필집도 아니고 소설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삶의 단상 내지는 저자가 문학에 대해서 또는 예술에 대해서, 나아서는 종교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그냥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담담하게 때로 시처럼, 잡문처럼 쓴 글이었다.  그리고 상당부분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문학에 대한 절대적 의식 전환>에서 

   제가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학이 저를 빌어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입니다.(126p)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문학을 선택하지 않고 문학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작가란 문학을 통해 조화로운 세상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만이 문학의 참된 가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작가 이외수는 그 범상치 않은 외모에서, 솔직히 그의 책들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도인 같은 이미지라 그는 문학을 통해 이상한 '썰'을 풀어대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먼저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 말씀에도 있는 듯,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건 정말 안 좋은 습성이다.

그의 글은 상당히 사고가 건전(?)하고 독설 같기도 하지만 치우침이 없다. 특히 기독교인이 아닐 텐데도 <성경 속의 한 구절에 관한 견해>  란글에서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가 웬만한 기독교인 보다 낫다는 생각도 해 보게한다.

나는 여기까지 쓰는데도 감성보다는 이성에 입각해서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많은 서술이 필요하다. 여간 잘 씌여진 문장이 아니면 나도 서술적 문장은 안 좋아하는 편인데, 욕하면서 닮는다고 그게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함축적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워나갈텐데 아직도 나에겐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시하는 뭔가의 사고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는 잘 안 와닿고 낙서같은 글은 좀 경히 여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사춘기 이후 전작주의 독서는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이외수...이 사람의 책이 뭐가 있지?' 라며 알라딘에서 <제목+ 저자> 의 창에서 이외수를 치게되고 그의 책 리스트를 꿸 수가 있었다. '자, 다음엔 그의 무슨 책을 읽을까? 외뿔? 벽오금학도? 칼...?'

젠장, 하지만 지금 읽을려고 쌓아둔 책이나 우선 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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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5-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중 <칼>이 가장 좋더군요.
시중에는 <그 푸르른 내 나이 스무살에는> 이 좋고요.

stella.K 2004-05-0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참고하죠.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