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꼭 요맘 때면 한번씩 병을 앓던 엄마가 올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이모네집에서 완전히 기운을 회복해서 오늘 돌아오셨다. 아무래도 이모네에서 오랜만에 사람이 북적거리니 기분이 좋아지셨나 보다.
그동안 4월이면 딸을 시집 보낼 생각에 울적해 있던 이모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역시 사람의 기운이란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몸마져 건강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가 보다. 어쨌거나 이로써 엄마는 또 건강하게 남은 올해를 살아내실 것이다.
2. 오랜만에 지인 둘과 점심을 같이했다. 대화를 하다 문득 한 지인이 '사랑'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했다. 그러자 다른 지인은 '믿음'이라고 했고, 그 질문을 한 당사자는 '신뢰'라고 했다. 신뢰나 믿음이나.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대답할 준비가 안 되있는 나는 그냥 농담 삼아 '섹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모두들 킥킥대며 음탕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긴 하다. 왜 그 순간 그런 대답을 했을까?
그런데 그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그걸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음탕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은 아닐까?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랑을 섹스로 연결시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섹스는 쾌락이 아니던가? 하긴 뭐 에로스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다시 정정해서 나에게 사랑하면 또 오르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정'이나 '연민'은 아닐까 싶다. 젊었을 땐 그런 섹스나 낭만, 열정, 신뢰 뭐 이런 걸 댔겠지만 나이들고 보니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3.내가 애용하는 IP TV에서 어제 하루 <명량>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에 호불호가 있어 어떤 영환지 궁금했는데 역시 졸음을 무릅쓰고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3분의 1쯤 보다가 잤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 40분쯤 이어 본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 나머지를 보려고 했는데 무료 서비스가 중지가 되어 보려면 돈을 내야했다. 이 영화가 나에겐 이렇게도 운이 없다니...ㅠ
일단 본대까지 느낌을 말하자면, 일단 이순신역을 맡기엔 최민식이 늙은 건지 아니면 이순신 자체를 너무 노쇄하게 그렸는지 아무튼 최민식은 좀 미스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긴 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민식이 똥폼 잡는 게 있는데 어찌보면 그 똥폼이 어떤 사람에겐 매력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걸 매력으로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민식은 힘 있는 배우인 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10년 전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확실히 반감이 되긴 할 것이다. 그때 그 드라마는 104 부작이었나 했던 것 같고, 작년에 영화의 인기에 힘 있어 그 드라마를 33부작으로 재편집 해 TV에서 방영했었다. 나는 뒤늦게 이 특별판을 보았는데 아무리 편집을 했다고 해도 해설과 디테일이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시간의 제약을 피해갈 수 없었으니 비교해 보면 기대했다 실망한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배역도 최민식 보단 김명민이 발군의 캐스팅이었다는 것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고. 10년 전 드라만데도 김명민은 단연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연기를 했다.
아무튼 그래도 영화는 끝까지 봐줄 마음이 있었는데 돈을 내면서까지 나머지를 이어 볼 생각은 없고 조만간 영화 전문 채널에서 보여 줄 것도 같은데 그때를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