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랜만에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다른 지하철을 타면 별로 느낌이 없는데, 유독 2호선을 타면 남다른 감상에 젖곤한다.
글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땐 스무 살 젊디 젊은 나날을 이 2호선을 타고 가기 싫은 학교를 꾸역꾸역 다녔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버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지하철 타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꾸역꾸역 먼 길을 돌아 타고 다녔다.
어제도 내가 지나온 스무살 앳된 젊은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20대 때 이들은 인간의 형질도 갖추기 이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 이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득한 느낌이 든다.
이들이 오늘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땐 세상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런데도 지하철의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몇년 전엔 앉아 있는 사람은 졸거나 조는 척 하느라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 SNS질이다.
그 가운데 왠 젊은 연인 한쌍이 눈에 띤다.
만난지 얼마나 됐을까? 어쨌든 한창 뜨거운 사이처럼 느껴졌다.
여자가 앉아 있고 남자는 그 앞에 서 있다.
손을 서로 깍지끼고 눈을 마주한다. 여자는 위를. 남자는 아래를.
그래야 각도가 맞을테니까.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그 불편은 사랑 앞에선 당연 아무 것도 아니다.
처음엔 웬 내 옆에서 사랑질일까 하다가 이내 이것도 좋다 싶기도 하다.
SNS하는 것 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들의 사랑은 언제까지 갈까?
이들의 사랑이 식어지거나 헤어지면 이들은 또 어디선가 SNS를 하고 있겠지?
인간의 사랑이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