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랜만에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다른 지하철을 타면 별로 느낌이 없는데, 유독 2호선을 타면 남다른 감상에 젖곤한다.

글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어서일까?

 

그땐 스무 살 젊디 젊은 나날을 이 2호선을 타고 가기 싫은 학교를 꾸역꾸역 다녔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버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 때문에 지하철 타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꾸역꾸역 먼 길을 돌아 타고 다녔다.

 

어제도 내가 지나온 스무살 앳된 젊은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20대 때 이들은 인간의 형질도 갖추기 이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 이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득한 느낌이 든다.

이들이 오늘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땐 세상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런데도 지하철의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몇년 전엔 앉아 있는 사람은 졸거나 조는 척 하느라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 SNS질이다. 

 

그 가운데 왠 젊은 연인 한쌍이 눈에 띤다. 

만난지 얼마나 됐을까? 어쨌든 한창 뜨거운 사이처럼 느껴졌다.

여자가 앉아 있고 남자는 그 앞에 서 있다. 

손을 서로 깍지끼고 눈을 마주한다. 여자는 위를. 남자는 아래를.

그래야 각도가 맞을테니까.

불편할 수도 있을텐데 그 불편은 사랑 앞에선 당연 아무 것도 아니다.

 

처음엔 웬 내 옆에서 사랑질일까 하다가 이내 이것도 좋다 싶기도 하다.

SNS하는 것 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들의 사랑은 언제까지 갈까?

이들의 사랑이 식어지거나 헤어지면 이들은 또 어디선가 SNS를 하고 있겠지?

인간의 사랑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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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01-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 한달전에 홍대 가다가 진짜 저런 장면 봤는데... 완전 무안. 남자가 여자를 어쩔 줄 몰라 하더라구요.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스킨십에 애닳아 하는 모습... 민망해서 저는 자리 뜨고 다른 곳에 있었어요. 스마트폰 이후 저도 책을 덜 읽긴해요..

stella.K 2015-01-17 12:34   좋아요 0 | URL
어제 제가 목격한 거 보다 더 민망했겠는데요?ㅎㅎ
걔네들은 그냥 그러고만 있더라구요.
하긴 저도 그 보다 더 민망한 것도 봤으니까 어젠 왠지 용서하고 싶더라구요.ㅋㅋ
전 둘 다 거의 안해요.
지하철에선 사람들 구경을 열심히 하죠.
그래봤자 그들은 저 신경도 안 쓸텐데요 뭐. SNS질 하느라...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두 사람도 일종의 sns죠.
손을 잡는다는 것을 ˝ 접속 ˝ 을 의미하고
무언의 눈빛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딱이네요. 그두 사람 인간 sns 행위를 하는 겁니다.

stella.K 2015-01-17 12:2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전 그래 본적이 없어서 일견 부럽기도 하던데...
사랑하는데 누구 눈치 보지 않을 용기!ㅋㅋ
저는요 SNS하느라 인연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못 만나거나
인간관계를 겁네 SNS에 일부러 자신을 꼬라 박을까 그게 더 걱정이더라구요.
이짓 하느라 전봇대도 들이 박고, 길가다 넘어지고 그런다잖아요.ㅠ

blanca 2015-01-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무 살 하면 이호선이 떠올라요^^

stella.K 2015-01-17 12:57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이어요, 블랑카님.
블랑카님도 이호선 타고 학교를 다니셨군요.^^

cyrus 2015-01-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하철보다 버스를 많이 타서 그런지 여전히 서울의 지하철 탑승이 불편해요. 창밖 풍경도 볼 수 없고, 건너 편 사람들의 얼굴들을 마주 봐야하니 괜히 애꿎은 스마트폰만 보게 되요.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도착지에 가는 데 시간이 걸려도 버스를 타요. 창밖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stella.K 2015-01-17 15:45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나도 나이가 드니 지하철은 잘 타지 않아.
버스로 바뀌더라구.
그런데 이 지하철만 타면 어색한 건 서울만 그러겠어?
원래 우리나라 지하철이 그렇잖아. 옆으로 앉게 되있는 거.
외국 지하철은 안 그러는데 말야.
그런데 어제는 좀 재밌었어. 특히 이 2호선만 타면 묘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