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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칸 국제 영화제 결산] 칸에 울려퍼진 평화의 '구호'
'화씨 911' 황금종려상
이라크전 비판… 다큐론 48년만에 최고상
개최국 프랑스 영화3편 모두 수상 진기록



▲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의 부도덕성을 공격해온 마이클 무어 감독이 22일(현지시각) 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들고 감격스런 표정을 연출하고 있다. AP연합
제57회 칸 국제영화제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막을 내렸다. 22일(현지시각) 열린 폐막식에서 치밀한 분석력과 독설을 동원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쏜 마이클 무어의 논쟁적인 반전(反戰)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발표될 때 식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심사위원단의 결정에 공감을 표시했다. 다큐멘터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1956년 자크 쿠스토와 루이 말르의 ‘더 사일런트 월드’ 이후 48년 만에 처음.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라크전에 대해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반감을 표시해왔던 프랑스에서 열린 최고 영화 축제의 선택으론 더없이 어울려 보였다. 정치적인 영화들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온 베를린 영화제와 달리, 칸 영화제는 이미 영화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거장들의 휴머니즘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에 귀족주의적 태도로 황금종려상 주기를 즐겨왔다. 하지만 올해 칸은 ‘화씨 911’에 월계관을 씌움으로써 테러와 전쟁의 위협이 상주하는 지구촌 전체의 혼란 속에서 예술의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치 발언하기를 선택했다.

영화제 기간 내내 공격적인 말투와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무어였지만, 막상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자 울음과 웃음을 번갈아 터뜨리며 감격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미국인들이 (현재 배급의 길이 막혀 있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표했다. 이어 그는 “비극적인 상황이 이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라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결코 헛되이 죽지 않았다”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대중적 인기와 영화적 완성도, 그리고 마음으로부터의 존경 모두에서 무어는 명실상부하게 올 칸 영화제 최고의 스타였다.

보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이 영화에서 무어는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볼링 포 콜럼바인’의 스타일을 좀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 작품은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 아무도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비상 상황에서 백악관이 미국에 남아 있던 오사마 빈 라덴 일가의 탈출을 주선했던 사실을 폭로한 뒤,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며 시작한다. 부시가 처음 9·11 테러 보고를 받던 당시에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시간만 죽이며 당황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한 편집을 통해 야유하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갖가지 영상 자료의 절묘한 활용을 통해 대통령을 신랄하게 조롱하며 궁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부시에게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공개적으로 일갈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그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며 격렬하게 끝맺는다.

폐막식장에서 무어에 앞서 ‘평범한 삶’으로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은 벨기에 감독 요나스 게르나르트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가 수상하든 그렇지 못하든, 이 자리에 계신 미국인들은 올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에게 표를 던지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딸이 매춘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파는 팔레스타인 출신 어머니 이야기를 다룬 ‘황금’으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스라엘 감독 케렌 예다야도 “억압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평화를 기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올 칸에서는 개최국 프리미엄을 업은 프랑스 영화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추방’(감독 토니 가틀리프) ‘클린’(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나를 바라봐’(감독 아네스 자우이)가 각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아네스 자우이, 장 피에르 바크리)을 받아,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세 편이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칸(프랑스)=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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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5-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이 그 말 하는 거 여러번 뉴스에 나왔었지요...

stella.K 2004-05-2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반가와요.
네.그래요. 참 잘됐고, 속이 다 후련해서 올려봤습니다.^^
 
 전출처 : 보슬비 > 꼬 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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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5-23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거 예전에 보고는 정말 배꼽 빠지는 줄 알았더랬죠.. ^^
 
 전출처 : 보슬비 > [퍼온글] 영화속 명대사

영화속 명대사 모음
"세상엔 인연들만 만나는 게 아니에요. 인연이란 말은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게 끝날 때 하는 말이예요."

가슴속에 담아놓고 싶은 영화속 명장면과 명대사를 함께 실어놓은 게시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이라면, 잊혀지지 않는 장면, 대사 하나쯤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는지. 가슴 찡한 장면들, 따뜻하고 로맨틱한 장면들, 그리고 사랑에 관련된 주옥같은 대사들을 아래에 모아보았다.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라면 더 큰 감동으로 와 닿을 듯.






































*출처 : 좋은생각 ( http://www.positiv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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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otoven > 물랭루즈


 

화려한..
아름다운..
순수한..
애절한..
기묘한..
열정적인..
부러운..
감각적인..

물랭루즈.


제목 : 물랑 루즈 (Moulin Rouge, 2001)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이완 맥그리거, 니콜 키드먼, 존 레귀자모, 짐 브로드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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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5-1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군요...ㅎㅎ "빨간 풍차" 상상하며 클릭했답니다. ^^

비로그인 2004-05-2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가 가득 있어 반갑네요...정말 좋은 영화예요..대사들을 다시 보니 다시한번 영화를 보는듯^^

stella.K 2004-05-2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드디어 저의 서재에 와 주셨군요. 그동안은 설박사님하고만 가끔 대화했었는데. 이렇게 두분은 다 알게되서 영광입니다. 종종 들려주세요.^^
 

'블루스'에 담긴 흑인들의 고단한 삶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감동 잇는 음악 다큐


쿠바 음악 거장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여전히 감동적인 이명(耳鳴)으로 간직하는 당신에게 날아온 또 하나의 선물.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The Blues-The Soul Of A Man·14일 개봉)은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어 또다시 내놓은 신작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마틴 스코세지가 총지휘한 7편의 기록영화 프로젝트 ‘더 블루스’ 중 한 편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B.르누아르 등 초기 블루스 거장 3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밀리언달러 호텔’ 등 빔 벤더스 대표작들이 하나같이 영화음악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었음을 떠올리면 그의 연이은 음악 다큐멘터리 작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벤더스는 흑인들 삶의 고난으로 빚어낸 음악이 바로 블루스임을 강조한다. 앞을 못 보는 블라인드 윌리 존슨은 “고통은 곧 끝나리라. 슬픔에도 끝은 있나니”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스킵 제임스는 “다시는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으리”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외치고, J.B.르누아르는 “가난하게 살아온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가난은 더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네”라고 관조적인 음색으로 읊조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왜 하필 흑인 음악의 장르 명칭이 ‘블루스’(우울)이고 ‘소울’(영혼)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고통은 승화되고 응축될 때 별이 될 수 있다.

1977년 우주여행을 떠난 보이저호에 실렸던 블루스 명곡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간 벤더스는 다큐멘터리의 좁은 형식적 울타리를 벗어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적극 표현했다. 블루스 거장들의 기록 영상을 이어붙이고 그들에 대한 인터뷰를 늘어놓는 흔한 방식 대신, 그는 20세기 초반에 사용되던 수동 카메라로 재현 장면을 촬영한 뒤 낡은 레코드판으로 남아 있는 음악과 붙여내고, 예전 거장들의 노래를 오늘의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해서 무대에서 연주하고 부르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음악이 대화하는 듯한 독특한 효과를 빚어냈다. 젊은 천재 벡으로부터 루 리드, 닉 케이브, 보니 레이트, 카산드라 윌슨 등 그 이름만으로도 소(小)장르의 역사를 쓸 수 있는 대가들이 대거 등장해서 노래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음악이 시간을 뛰어넘어 얼마나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지 웅변한다.

음악이라고 영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간이 만든 것으로 우주를 가로질러, 미래 저편 너머로, 가장 멀리까지 가닿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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