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에 담긴 흑인들의 고단한 삶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감동 잇는 음악 다큐


쿠바 음악 거장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여전히 감동적인 이명(耳鳴)으로 간직하는 당신에게 날아온 또 하나의 선물.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The Blues-The Soul Of A Man·14일 개봉)은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어 또다시 내놓은 신작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마틴 스코세지가 총지휘한 7편의 기록영화 프로젝트 ‘더 블루스’ 중 한 편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B.르누아르 등 초기 블루스 거장 3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밀리언달러 호텔’ 등 빔 벤더스 대표작들이 하나같이 영화음악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었음을 떠올리면 그의 연이은 음악 다큐멘터리 작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벤더스는 흑인들 삶의 고난으로 빚어낸 음악이 바로 블루스임을 강조한다. 앞을 못 보는 블라인드 윌리 존슨은 “고통은 곧 끝나리라. 슬픔에도 끝은 있나니”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스킵 제임스는 “다시는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으리”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외치고, J.B.르누아르는 “가난하게 살아온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가난은 더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네”라고 관조적인 음색으로 읊조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왜 하필 흑인 음악의 장르 명칭이 ‘블루스’(우울)이고 ‘소울’(영혼)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고통은 승화되고 응축될 때 별이 될 수 있다.

1977년 우주여행을 떠난 보이저호에 실렸던 블루스 명곡으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간 벤더스는 다큐멘터리의 좁은 형식적 울타리를 벗어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적극 표현했다. 블루스 거장들의 기록 영상을 이어붙이고 그들에 대한 인터뷰를 늘어놓는 흔한 방식 대신, 그는 20세기 초반에 사용되던 수동 카메라로 재현 장면을 촬영한 뒤 낡은 레코드판으로 남아 있는 음악과 붙여내고, 예전 거장들의 노래를 오늘의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해서 무대에서 연주하고 부르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집어넣음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음악이 대화하는 듯한 독특한 효과를 빚어냈다. 젊은 천재 벡으로부터 루 리드, 닉 케이브, 보니 레이트, 카산드라 윌슨 등 그 이름만으로도 소(小)장르의 역사를 쓸 수 있는 대가들이 대거 등장해서 노래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음악이 시간을 뛰어넘어 얼마나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지 웅변한다.

음악이라고 영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간이 만든 것으로 우주를 가로질러, 미래 저편 너머로, 가장 멀리까지 가닿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음악일 것이다.

(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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