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래, 세상을 바꾸다 - 저항의 시, 저항의 노래
유종순 지음 / 목선재 / 2015년 11월
평점 :
사춘기 시절 좋아하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2, 3개는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언제부턴가 모르게 라디오와 멀어졌다. 멀어지려고 해서 멀어진 건지 아니면 멀어질만한 이유가 있어서 멀어진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난 노래를 듣지 않고, 부르지 않게 된 것 같다.
모르긴 해도 정권이 바뀌고 소위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음악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팝송을 듣던 가요를 듣던 가사가 영롱하고 좋은 게 많았는데 그걸 '변질'이라고 해야할지 '다양성'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중 음악은 대체로 경쾌와 경박을 왔다갔다 했던 것 같고 나는 그것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어 갔던 것 같다.
가사도 이성에 호소하기 보단 감정에 충실한 게 대부분이다. 김건모가 가요계의 판도를 확 바꿔놓은 건 사실이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삼각관계나 권태에 관한 것으로 채워 놓았다. 그나마 김건모는 좀 낫다. 요즘 노래는 더 들어줄 수가 없다.
이대로 노래와 멀어지라면 멀어지라지. 별 관심도 없었다. 시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내가 무슨 수로 시대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러다 문득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좀 성급한 결론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니 그래도 내가 음악을 좋아했던 시절 주요한 음악은 거의 다 듣고 자랐구나 싶다. 물론 저항의 시, 저항의 노래가 저자가 다룬 35곡뿐이랴마는 서너 곡은 직접 들어봐야 알 것도 같고, 아무튼 거의 대부분은 사춘기 시절 라디오만 틀면 이틀의 한 번 꼴로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다.
그 시절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팝송을 들으며 영어 공부에도 열을 올렸을 텐데 나는 뭐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와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지라 노래 하나 하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왜 이런 노래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 시절 멋모르고 흥얼거렸던 팝송이 이떤 의미가 있으며 이떤 사회적 배경에서 탄생된 것인지 알게되니 흥미로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팝송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제 3 세계 음악까지 비교적 넓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미국 팝의 역사는 곧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니 제1부에서 <미국을 바꾼 노래>라는 쳅터를 따로 할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은 역시 미국의 팝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려면 미국을 통과해야만 가능했으니 그럴 수 밖에.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저자가 우리나라의 저항 가요로 유일하게 양희은의 <아침 이슬> 한 곡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 말고도 우리나라에 저항 가요가 제법 있는데 그냥 대표적으로 이런 곡이 있다는 정도로만 다루고 지나간 듯 하다.
사실 이 책은 제목만큼 과연 억압에 대한 저항의 노래가 사회를 어떻게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 잘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 노래에 대한 간략한 소개나 탄생 배경만 다룰 뿐이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얕은 꿀팁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언제나 어떤 모양으로든 저항의 노래는 있어 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음악은 독창성과 시대를 앞서가는 것도 나쁜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시대를 반영하고 억압에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에 대한 권태와 짜증만 부르는 노래에 대해서도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한다. 즉 말하자면 케이팝도 좋다지만 좀 의미심장한 노래도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 책은 포괄적으로 세계적인 저항 시와 노래를 다루었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노래는 꽤 많을 거라고 보는데 이걸 알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여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저항 가요의 대표곡은 그렇게 <아침 이슬>를 떠올려도 무방하기는 하겠으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저항 가요는 그 역사가 생각 보다 꽤 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일제시대 전후는 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대표곡이 <빈대떡 신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이 노래를 고찰해 보지는 않았지만 작사가는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신사 노릇하는 일본을 건달에 비유해 그러한 자는 매를 맞아야 한다며 빈대떡 먹으러 들어 온 신사에 비유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든다. 또한 그 노래는 얼마나 해학적이기까지 한가?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알고있는 음악에 대해 꿀팁을 전해준다. 가끔 음악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