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신병이 다 그렇긴 하지만 망상장애가 그렇게 무서운 병일 줄 몰랐다. 그로 인해 가정이 어떻게 해체되고 고통을 당하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문제작이다. 영화는 2년 전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모녀를 그린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때부턴가 엄마는 망상장애가 시작된다. 이제 겨우 18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안타까운 건 엄마의 망상장애 때문에 시험을 못 치르고, 결국 엄마는 집을 나와 차안에서 지내고 나중엔 홈리스까지 된다. 또한 딸의 졸업식에 와 졸업식을 망치고 모녀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그래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엄마를 끝까지 돌보려고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영화에서 보면 소녀를 좋아해 껄떡대는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잘 생기긴 했지만 알콜중독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주인공에게 남자친구는 적잖은 힘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는  관객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좀 생뚱맞긴 하다. 알콜중독이라고 해서 다 인간말종은 아니겠지만 저렇게 잘 생긴대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친구를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이 둘의 관계가 앞으로도 건전하고 희망적으로 갈 수 있을까엔 아무래도 긍정할 수 없다. 여자친구로 인해 술을 끊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인공이 남자친구로 인해 같이 알콜중독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앞서갔나? 암튼 영화가 나쁘진 않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권할만 하지는 않다. 선택을 잘 하라는 말 밖엔.


내가 좋아하는 박서준도 나오고 나름 영화에 대한 평점이 높아 기대를하고 봤는데 가끔은 평점 높다고 다 좋은 영화는 아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가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영화는 코믹과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 점은 인정한다. 대사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극한직업>을 만들었던 이병헌 감독이 아이유까지 영입해서 만들었다. (아이유는 쉽지 않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잘도 친다. 지금은 예전만 같은 인기는 아니지만 확실히 타고난 엔터테이너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의욕이 어떠했을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2시간이란 러닝 타임이 좀 지루하다 싶다. 1시간 반이나 못해도 40분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어느 싸이트엔 영화 넘 재미없다는 혹평으로 도배를 했는데 사실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피엔딩이 허락되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스포츠 영화가 아닐까. 러닝타임 내내 힘들게 경기를 지켜 봤는데 엔딩조차도 진 걸로 한다면 욕 먹는 일 아닐까. 감동을 못 주면 신파고 그런 영화가 해외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좀 외쳤다고 국뽕이 되는 건지 그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애초에 신파라고 생각했던 건 홈리스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면에 깔려 그런 거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고보면 하나같이 구질구질하지 않은가. 그런 그들이 홈리스 월드컵이란 실제 있기도 한 대회에서 판판히 지다가 천신만고 1승도 아니고 한 골을 집어넣고 난리부르스를 쳤으니 그게 공감을 못 얻은 거겠지. 더구나 평소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도 없던 관객들이 홈리스 스포츠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박서준과 아이유가 나온다니까 기대를 했겠지. 영화가 좀 전략적이지가 못해서 그렇지 개인적으론 아주 망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는 건 홈리스 월드컵은 일반 축구의 3분의 2 정도다. 출전 선수도 팀당 다섯이던가 하고 축구장은 물론 골대도 작다.꼭 소인국에 온 것 같다. 실제로 2010년도에 우리나라가 출전했고 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무엇보다 이때를 깃점으로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노숙자란 표현을 쓰지 않고 홈리스라고 고쳐 부르기로 했단다. 이 영화는 무려 그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을까. 


볼거리도 있다. 특별히 모델로부터 시작한 박서준이 역시 슈트빨 휘날리는 장면이 끝내준다. 물론 박서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도 되는 장면 넣어 시간만 끈다고 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영화 말미에 박서준이 그런 멘트를 날리더라. 우리는 기록을 남기러 왔는지 기억을 남기러 왔는지 선택해야 한다(나 뭐라나)고. 뭔가 멋 있는 말 같기는 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4-06-24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6-24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4-06-24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많이 보십니다. 저는 극장에서 두 시간짜리 보려면 몸 컨디션이 좋아야 가능하더라고요. 영화 보는 게 피로해서요. 넷플릭스가 그런 점에서 좋아요. 중간에 한 번 쉬면서 보면 피로하지 않거든요. 누워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저도 이번 해에 영화를 많이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도 하나만 택하라면 영화보단 책이에요. 책이 훨씬 편해요,

stella.K 2024-06-25 12:1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극장 의자가 비행기 의자만큼이나
편한 구조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그건 고사하고 관람료가 비싸서도
더 못 가겠더군요.
맞아요. 집에서 편하게 보는 게 최곱니다. 놓치거나 이해 안 되는 장면
있으면 다시 리와인드해서 볼 수도 있고.
영화전문 채널도 있지만 그거 안 본지도 꽤 됐어요.
요즘엔 보다가 잘 때도 많아서. ㅎㅎ
책이 젤 좋지요. 책을 볼 수 없으면 영화라도 보자는 주의라
가급적 보려고 하는데 많이 봐 봤자 일주일에 두 편이네요.^^

물감 2024-06-2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캐스팅이 중요합니다. 재미가 없을지언정 비주얼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박서준... 아이유....

stella.K 2024-06-25 12:14   좋아요 1 | URL
에이~ 캐스팅 잘했다고 만회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관객들 눈이 얼마나 높은데요. 다행히 이 영화는 못해도 중간은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 영화에선 박서준이 눈가의 살도 약간 쳐지고
이 배우도 이제 나이를 먹는가 보다 싶더군요.
아이유는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싫어하기도 쉽진 않죠. ㅋㅋ
반듯하고 예쁘잖아요.

근데 물감님 ㅋㅋㅋ 너무 좋하하시는 거 아니예요? ㅋㅋㅋ

물감 2024-06-25 16:53   좋아요 1 | URL
과거형입니다. 학생때의 아이유를 좋아했어요ㅋㅋ 그리고 저는 아이유 드라마 하나도 안 봤어요~ 그냥 노래나 가끔 듣는정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