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를 이제 좀 습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생긴 것도 같다.
백지영이 나오고, 김건모가 나오고, 이소라와 임재범이 나왔을 때의 그 생경함, 울렁거림이 이젠 없다. 그저 이 가수는 오늘 노래를 어떻게 부를까? 어떻게 사각의 브라운관안에서 놀고 있나 그냥 구경하는 정도?
역시 눈이 보배라고 거미 양 어제 그렇게 섹시하고 관능적으로 하고 나오니 침을 젤젤 흘릴만도 하다. 특히 남성 관객들.ㅋ 그 이미지에 힘입어 1등을 거머쥐었다. 나 개인적으론 노래 보단 비주얼에서 먹어줬다는 느낌인데 참 사람이 객관적이고 정직하기란 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그때 방금 목욕탕에서 저녁 세수를 마치고 나온 엄마도 어이가 없는지 "거꾸로구만. 어떻게 몰라도 그렇게 모를수가 있냐? 당연히 박완규가 1위지." 한다.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우리 모녀도 누가 보면 모르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난 어제의 박완규의 선곡도 좋았고, 가면 갈수록 그런 그의 시니컬한 태도가 점점 마음에 든다. 누가 뭐래도 난 그냥 나 좋은 노래 부른다는 요자세 말이다. 처음부터 어떤 곡이 청중들에게 먹힐까, 뭐 그것도 가수의 자세라면 자세일수있는데 나는 나 좋아서 부른다는 이 일관된 자세가 나의 성향과도 흡사해 보여 요즘 박완규에 꽂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제는 특별히 떠나간 두 명의 가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이현우와 빅마마의 이영현이 투입이 됐는데 이영현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난 적어도 김경호가 5위를 하고, 이현우가 6위를, 그렇다면 7위가 바로 이영현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어처구니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다른 두 사람은 또 그렇다고쳐도 이현우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모르긴 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아마도 나가수 무대에서 또 한 명의 단명하는 가수가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출전의 변에서 자신은 원래 도전이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때가 오면 그냥 피하고 살아왔다고. 그런데 나가수 무대를 서니 엄청 부담이 된다고 했다. 사실 그는 그렇게도 생겼다. 너무 착하고 자신의 세계에서만 유유자적하며 살았을 그런 인상이다. 그러다 어제와 같은 상황을 맞고 보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래서 싸움도 해 본 사람이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싸움도 작전인데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 많은 라운드를 헤쳐 갈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제 선곡은 그의 음색에도 맞고 좋았는데 너무 안정빵을 구하다 보니 그 같은 결과가 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어제 이현우 되게 귀여웠다. 그같은 참담한 결과를 얻고 창피해서 복도를 나갈수나 있냐고 방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에이,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있는가. 나가수 꼴등했다고 인생이 꼴등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동네를 잘못 들어왔을 뿐이지. 그는 그에게 맞는 동네가 따로 있을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시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