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번 달엔 알라딘 평가단 에세이 부문에서 성석제의 <칼과 황홀>과 문화계 인사들이 자신의 삶에 힘을 줬던 음식들을 소개하는 <소울푸드>가 선정이 돼서 독서 대기중이다. 공교롭게도 음식에 관한 책이 두 권씩이나 선정이 돼서 약간의 쏠림 현상을 맛봐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은 지난 번에도 비슷하게 경험이 되어서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선정이될 모양인가 보다. 이를테면 비슷한 류의 책이 선정되는 것. 약간 아쉽긴 하지만 불만은 없다.
요즘엔 연말이어서 그런지 딱히 바쁘다고도 말은 못하겠는데, 괜히 마음이 부산스러워 뭐 하나를 진득하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럴까? 가뜩이나 늘 읽어야할 책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도 읽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짬짬히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에 손이 간다. 그것도 <소울 푸드>가. 뭐 유명한 사람만 입이냐, 그런 생각도 없지 않지만 이런 불만을 잠재우는 건 책 간간이 보여주는 이우일의 그림이다. 이우일의 작품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뭐랄까, 도회적이면서도 쓸쓸하고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가미가 되어 있다. 그게 확실히 읽는 맛을 더하게 한다.
빨리 본격적으로 책을 붙들어야 할 텐데, 현재 읽고 있는 책이 나를 여간해서 놔주질 않는다.
평가단에서 새책을 받으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데 받으면 곧바로 주목하는 신간을 올려 달라는 공지를 받아 확실히 모든 것엔 공짜는 없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오늘도 평가단의 임무를 수행하는 수 밖에.
김탁환의 <원고지>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은 '김탁환의 원고지'다.
이런 나를 보면 누구는 글쓰기 책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은 나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내가 이 분야의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지금도 대기하고 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책은 작가들이 글쓰기 비법에 관해 천기라도 누설해 주는 것 같은 착각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책은 많이 읽는다고 해서 글이 절로 잘 써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책 10권 읽는 것 보다 매일 세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꾸역꾸역 쓰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이런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은 천기까지는 누설해주지는 않더라도 묘한 마법 같은 것이 있어서 이상하게 읽고 있으면 뭔가의 기를 받는 것 같고, 글을 쓸 용기가 생긴다.
이 책은 얼핏 까뮈의 <작가수첩>을 연상케도 하는데 꼭 이번 달 서평도서로 선정되길 간절히 빌어본다.
강민석의 <바람이 속삭이는 너의 이름을>
내가 거의 유일하게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가 있다면 그건 '정은아의 세상에 모든 음악'이다. 이 프로는 아주 오래 전 탈렌트 김미숙 씨가 할 때부터 들어왔는데, 진행자가 바뀔 때마다 뭐 하나의 코너가 새롭게 신설이 되곤해 귀를 한층 더 예민하게 자극한다.
얼마 전,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잘 안 들어 본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는데, 또 그러려면 수요일 날 세상의 음악에서 7시쯤 진행하는 강민석의 '세상의 골목에서 음악을 듣다(맞는지 모르겠다)' 코너를 들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시간을 들으면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세계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그런데 강민석 씨의 목소리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처음엔 남자 목소리치고 힘이 없는 목소리라 그닥 끌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듣고 있으면 묘하게 빠져드는데가 있다. 듣고 있으면 왠지 차분하고 인간적인 것이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꽤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라디오라는 매체가 원래 호기심 천국 아닌가. TV에도 나오는 사람은 그닥 궁금하지 않은데, 이렇게 목소리만 들려주는 사람은 좀 궁금하다. 약간 신비주의 내지는 은둔형의 사람 같기도 하고. 책엔 그의 사진이 나와 있으려나? 그럴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의 목소리는 정말 바람과 함께 들으면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다. 그래서 책 제목을 그렇게 붙였을까? 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정말 깜빡 넘어갈 것도 같다.
이 사람은 가수 출신이기도 하단다. 노찾사의 멤버라나 뭐라나. 그 시간 그가 조근조근 쏟아 놓는 얘기가 거의 평론가 수준을 방불케 한다. 아니 어쩌면 진짜 평론가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또 어떻게 쓸까? 그가 풀어놓는 음악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쓰느라 애 좀 먹었다고 엄살도 부리더만. 정말 부릴만도 했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김태원의 <우연에서 기적으로>
뭐 이왕 알라딘 평가단이 비슷한 류의 책을 선정할 것 같으면 그것에 부응하기 위하여, 위의 책과 함께 비슷한류의 책 한 권을 더 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위의 책이 음악 자체에 대한 책이라면, 이번엔 음악하는 사람 이야기다. 그것도 우리가 잘 아는 국민할매라는 김태원 씨의 이야기.
가끔 멋있는 사람이 멋있게 폼잡고, 멋있는 이야기만하면 그도 나쁘지 않지만 가끔은 그도 과유불급이어서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때도 있다. 멋있는 사람은 약간의 언벨런스적인 것이 있어야 멋있다. 그래야 인간적이란 말을 듣는다. 그런데 인간적인 사람은 꼭 멋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주니까.
그동안 김태원의 이야기는 TV에서 간간히 소개되긴 했다. 그의 이야기는 드라마로도 나왔을 정도니까. 무릎팍 도사에도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제 책으로 나왔으니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걸까? 그때 드라마로 나왔을 때는 스타일이 좀 떨어져 보다가 말았다. 책으로 그의 음악과 인생을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 밖에...
미셸 투르니에는 가장 지적이면서도 즐겁게 글을 쓰는 몇 안되는 작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가 상상력에 관한 글을 썼다면 그건 믿을만할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어떤 문예지에 소개된 그의 단편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정말 감탄할 정도였다. 그만큼의 상상력이 있지 않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읽어보고 싶다. 미셸 투루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손철주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다, 그림이다>는 서양 미술사학자 이은주 씨와 함께 썼다는데, 손철주 씨는 한국화에 탁월한 혜안을 가진 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글을 썼을지 심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