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임신한 여자가 무엇인가를 불현듯 뭔가가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고 한다. 또는 임신 내내 그것만 집중적으로 먹거나. 예를들면 한 겨울에 수박이나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거나, 10개월 내내 돼지족발만 먹었다는. 기타 등등의 이야기.   근데 그게 임산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겠는가? 우리도 불현듯 먹고 싶어지는 음식들이 있다. 그럴 경우 보통 그 음식에 들어 있는 특정 영양소가 필요해서 그 음식을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책은 어떤가?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땐 가만 있다가 어느 때 불현듯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음식이야 내 몸이 원해서 먹는다고 하지만 책은 나의 무엇이 부족해서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부터 이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다. 물론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읽을 책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아놓고 이 책을 또 사서 읽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어디 이 책뿐인가? 어떤 책을 읽을려고 뽑아 들면 나머지 놈들이 왜 나는 읽지 않는냐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럼 꼭 말하곤 한다. '넌 아직 아냐. 좀 기다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 속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과 내가 어느 정도까지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는 별개일 수도 있다. 한때 책을 미친듯이 모은적이 있다. 언제 읽을지도 모르는 책을 생기는데로 사기도 하고, 누가 준다고 하면 거절 안하고 받았다. 그리고 자위하듯 말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니까 언젠간 읽을 거야.' 하지만 언젠가 읽겠다는 책은 그 언제가 되어도 읽지 않는다. '언젠가'란 시간은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미지의 시간, 우리가 차마 시간이라고 말하지 못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서에도 계획이 필요하며, 지금 읽지 않을 책이라면 그책이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를 위한 책일 수 없다.  

아무튼 난 왜 이제와 왜 이 책이 갑자기 땡기는 것일까? 여름이면 추리 소설이니까 나도 그 바람을 맞는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의 평들이 하나 같이 좋던데 무엇보다 3대를 아우른다는 역사 소설이기도 한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 소설이라는 누군가의 리뷰에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책은 딱 내 취향이야! 했던 것일까? 또 그렇지 않으면 저 '피'라는 말에 꿈틀대는 뱀파이어의 데자뷰를 느꼈던 걸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철분이 모자랐나...?  

암튼 이 책이 무척 읽고 싶어졌는데 차마 못 읽고 있다. 하다못해 중고샵에도 나왔던데 장바구니까지 담고 결국 마지막 결제 버튼에서 다른 책으로 교체했다. 이 책은 나와 인연이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만일 얼마 후에 나의 간택을 받는다면 또 분명 다른 책들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경관의 피만 책이냐? 나도 책이다. 나를 읽어라. 나를... 흐흑~"  

기왕 마실 나온김에, <김대중 자서전> 두 권이 삼인에서 나왔다. 두께도 두께지만 상당히 심플하고 럭셔리하게 나왔다. 그에 비하면 오래 전, 김영사의 같은 김대중 자서전이라고 해도 참 많이 차이가 난다. 나오기는 2005년도에 나왔다는데 분위기는 참 80년대스럽다.  과연 사 볼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백하자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을 싫어하셨더랬다. 왜 싫은지에 대해 나는 한 번도 여쭤보질 못했다. 하기야, 정치인은 원래 국민의 호불호 속에 사는 법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아버지가 그렇게 까지 싫어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나야 언제나 그렇듯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정치인에 대해 관심도 없는 거야 당연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무지하지 않나 하는 자책도 해 보았다. 사람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책을 읽으면 우리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볼 수도 있는건데 말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김대중 자서전>은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이라.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미스터리로 리메이크한 것인가 본데, 나는 이렇게 새롭게 창작한 작품 보다 기존에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작가의 상상력이 어느 정돈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여름은 추리의 계절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추리를 읽지 않는 나라지만 적어도 이 책 정도는 읽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제 서재를 돌아 다니다 좀 놀랬다. 로버트 맥기가 이런 책도 썼단다. 로버트 맥기가 누구냐면,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쓴 사람으로,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겐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고, 미국의 한다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의 문하를 거쳤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로버트 맥기가 그 로버트 맥기가 많은 것인지? 헷갈린다. <내안의 위대한 나>는 기독교 신앙 서적이기 때문에. 하긴, 그런 책을 썼다고 이런 책을 쓰지 말라는 법 없겠지만 너무 매치가 안되는 상황이라 잠시 어리둥절 했다. 확인을 해 보고 싶은데 현재 <내 안의 위대한 나>는 품절로 나온다. 

또 놀라운 사실은, 어제 만치님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책을 고르는 중 우리의 위대한 석학 이어령 교수께서 번역도 하셨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의 단편을 번역한 것이기도 한데, 언제 또 소설 번역까지 했는지, 그의 지식욕은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어령 교수의 책을 안 읽은지가 오래긴한데 이 소설과 함께 <장군의 수염>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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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가 스텔라님을 부르고 있군요~~~ 읽으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실 거예요^^
간택에 도움이 되실지 모르지만~ 펄벅의 대지만큼 그 시대상과 가족의 이야기를 찐하게 느끼실 수 있어요..더불어 나름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답니다*^^* 이 작가의 다른책이 번역되어 나오길 바라는 저의 뽐뿌질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stella.K 2010-07-18 16: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떻게 해요. 이거 완전히 제가 제 발등을 찍었습니다.
pjy님 이리 말씀하시면 완전히 낙였다능...ㅜ

건조기후 2010-07-1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저 80년대스러운 자서전 사 본 사람 여기 있어요.ㅎㅎ

stella.K 2010-07-18 21:28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하긴 뭐 껍데기 보단 내용이 더 중요하지요.
그런데 저렇게 두 권짜리가 나오고 보면 더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이어요. 눈이 보배랄 밖에...^^

프레이야 2010-07-1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불현듯 읽고 싶어지는 책 보이면
읽던 거 접어두고 그거 집어들어 펼쳐요.
그래놓은 책이 벌써 여럿이네요.ㅋㅋ

stella.K 2010-07-18 21:29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많으면 보통 그렇게 되나봐요.
저도 그래요.^^

비연 2010-07-1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만 읽었다는. <운명이다>는 서점에서 뒤적뒤적. <경관의 피> 추천요!

stella.K 2010-07-19 10:24   좋아요 0 | URL
운명이다 함 읽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경관의 피 꼭 읽어보도록 하겠슴다. 흐흑~

자하(紫霞) 2010-07-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관의 피>보관함에 쏙~
구입은 알 수 없음~~

gimssim 2010-07-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장군의 수염>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이 분이 못하시는 것은 뭘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요.

stella.K 2010-07-20 1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신은 불공평해요. 그져, 중전님!ㅜ

마녀고양이 2010-07-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을 다 사신거여염?
<경관의 피> 리뷰 한번 읽어봐야게따,, 저두 땡김...... ㅠㅠ

stella.K 2010-07-20 11:08   좋아요 0 | URL
아뇨. 보고 싶다구요. 경관의 피 그냥 질러버릴까봐요. 흐~

꿈꾸는섬 2010-07-2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 책을 보면 안 지를 수가 없죠.ㅎㅎ 지름신이 강림하고 계신거군요.ㅎㅎ

stella.K 2010-07-21 13:06   좋아요 0 | URL
그 보단 생각중에 있어요.
혹시 꿈섬님도 지르시게 되거든 꼭 땡스투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