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적립금이 생겼다고 쉽게 책을 사는 스탈은 아니다.

게다가 얼마 전 모처에서 협찬 받은 책도 있고해서 당분간은 책을 사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오래 전에 사 놓고 읽지 않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좀 놀라고 있는 중이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표현도 좋고. 


읽고 있자니 <천사의 게임>을 안 살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책은 현재 절판되 광활한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그나마 1, 2권이 다 있는 경우는 내가 알고 있는한 한군데 밖엔 없다. 그래서 웬지 안 사면 안될 것만 같았다 .  


현재 사폰의 책들은 문동에서 다시 나온 줄로 아는데 유독 이 책마는 안 나오고 있다. 알겠지만 '잊힌 책들의 묘지'은 4부작으로 되어있고 그중 <천사의 게임>은 2부에 해당한다. 물론 꼭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구할 수 없으면 모를까 있는데 굳이 차례를 마다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받고보니 만듦새가 그닥 좋지는 않았다. 뭐 책이 너무 좋은 것도 부담스럽긴하다. 하지만 1부에 해당하는 <바람의 그림자>에 비하면 별로다. 더구나 오랫동안 찾는 사람도 없었는지 종이 테두리가 약간 누렇게 변해 있었다. 뭐 책 상태를 알고 샀으니 불만은 없지만 간혹 생각 보다 좋은 책이 오는 경우도 있어 기대를 살짝했다 역시나 했다. 


물론 샀다고 당장 읽을지는 미지수지만 절판이라니까 마음이 더 급했다. 그만큼 흥미롭기 때문이란 말도되고. 다 읽기도 전에 어느 출판사에서 복간했다고 하면 어쩌지?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ㅋ 아무튼 책 가지고 지지고 볶고하는 책은 확실히 흥미롭긴 하다. 그게 소설이라면 더더욱.


그나저나 작가가 너무 글을 잘 쓰니 신이 정말 시샘을 한 걸까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55세면 아직 한창 나인데. 그의 저작이 제법되던데 전작주의는 아니지만 한동안 관심을 가지고 봐도 심심하진 않겠다. 














얼마 전 <EBS 초대석>에 언젠가 함세웅 신부가 나온 것을 봤다.물론 이게 다 임헌영 선생님 때문이다. 그전엔 관심 1도 없었는데 왜 나는 이제와 새삼스럽게 민주화 투사들을 알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여튼 TV에 나온 함세웅 신부는 단아하고 유쾌한 분이었다. 그런 분이 정의구현 사제단을 이끌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솔직히 난 그 엄혹한 시절 정의구현 사제단을 약간은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도 사실이다. 사제가 성도들 관리나 잘하지 무슨 정치인가 했다. 다 깨치지 못하고 알지 못하면 그런 실수를 한다. 그 시절 내가 깨치지 못한 게 어디 정의구현 사제단뿐인가.ㅠ 아무튼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슨 책이라도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천사의 게임>을 산 곳에서 함세웅 신부와 언론인 손석춘 씨와의 대담집 <껍데기는 가라>가 있어 같이 샀다. 받고보니 얇아서 좋긴한데 의외로 길쭉해서 좀 놀랐다. 평도 좋고 금방 읽을 것 같다.


알다시피 <껍데기는 가라>는 신동엽 시인의 시집제목이기도 한데 제목을 잘 차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제목만큼 함세웅 신부에게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다행인 건 이것은 울엄니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왔다는 것. 안 그래도 책을 야금야금 사 들일 때마다 엄니 눈치가 보이는데 가끔 이렇게 때를 잘 맞출 때가 있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왔으면 받아야지 별 수 있나. 한 소리 들을 각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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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1-28 2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엥 작가가 요절했나요?? 십년여 전인 것 같은데 바람의 그림자 인기 엄청 났죠. 작가가 죽었나요?? 몰랐어요. 저는 유럽에서도 이상하게 스페인이 별로여서…. 산티아고도 가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스페인 작가에 관심이 적은데… 저 때 바람의 그림자 재밌게 읽었던 것 같어요. 언제 죽었는지 검색해 봐야겠어요!!!

stella.K 2022-01-28 20:33   좋아요 2 | URL
최근에 죽었을 걸요? 2019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저는 이 책 읽으니까 비로소 돈키호테도 읽어 볼 생각이 나던데요?
이 사람 좀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 살았으면 뭔가 대단한 걸 했을 것 같은데...
뭐 지금도 대단하지만.

기억의집 2022-01-28 20:32   좋아요 3 | URL
찾아보니 작년에 죽었네요. 55세면 저랑 몇살 차이 안 나는데… 인생사 참 알 수 없네요. 스텔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2-01-28 20:36   좋아요 2 | URL
아, 작년이던가요? 64년 생이라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더 하죠.ㅋ

고맙습니다. 기억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미크론 땜에 스산하긴 하지만 명절 무탈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1-28 20:37   좋아요 1 | URL
네~ 스텔라님도 무탈하시길~

mini74 2022-01-2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다들 좋네요 궁금해지는 ㅎㅎ 스텔라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stella.K 2022-01-28 20:55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미니님도 안전하고 즐거운 명절되시길...^^

Falstaff 2022-01-28 2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저도 문학과지성 판으로 읽었습니다. 무지하게 재미있었고요. 근데 아쉽게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전혀 기억에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도 사 읽어보려다가 지금 절판이라서 속으로 에잇, 차라리 잘 됐다, 위안 삼고 있다가, 이젠 사폰이란 이름마저 가물가물... 근데 벌써 갔군요. 에휴...

stella.K 2022-01-28 21:06   좋아요 4 | URL
ㅎㅎ 알아요. 얼마 전에 문트님 리뷰 읽었어요.ㅋ
광활한 우주점에 있는 것 같기는 하더라구요.
아니면 개인이 하는 중고샵에서도 팔구요.
근데 책이 약간 후져서 나중에 문동에서 이마저도 다시
복간해주지 않을까요? 좀 기다려 보시죠. 그동안 저자의 다른 책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긴해요. 추리물이라
읽을 땐 재밌는데 좀 그렇긴하죠? 책이 재밌으면 되죠 뭐.ㅋ
사인이 암이라는데 안타까워요.ㅠ

얄라알라 2022-01-29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이름은 한 번 듣고 바로 기억하기에 쉬운 이름이 아니네요^^;;저는 그냥 사폰으로 기억해야겠어요. 골드문트님께서 무지하게 재밌다고 하시고 Stella. K님께서 과감하게 사셨다 하시니 재미 보장!

stella.K 2022-01-29 09:49   좋아요 2 | URL
이거 한때 인기가 대단했죠. 정말 폭풍같았습니다. 문지판 보면 리뷰가 엄청 많이 달렸죠. 저는 청개구리라 한창 인기있을 때 안 읽고 이제 읽습니다. 😂 재밌어요. 우리가 잘 모르는 스페인 작가들도 많이 나오더군요. 북사랑님도 재밌게 읽을거라고 믿쑵니다!😄

페크pek0501 2022-01-30 0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책 택배가 올 때쯤이면 집에 나 혼자 있길 바란답니다. 괜히 눈치가... 하하~~

stella.K 2022-01-30 17:55   좋아요 2 | URL
ㅎㅎ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은 비슷비슷해요.😖

희선 2022-01-30 0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을 사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책이 있으면 언젠가는 보겠지요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생각보다 빨리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stella.K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잘 쇠세요


희선

stella.K 2022-01-30 18:01   좋아요 3 | URL
절판된 책을 사는 건 묘한 희열이 있어요. 나중에 복간되면 말짱 꽝이지만.😱
희선님도 건강하고 평안한 설 보내시기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02-03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적립금이 생기면 쓰지 못해서
안달해 하는 1인이 여기 있습니다...
ㅋㅋㅋ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은
집에 있는 지 어쩐지 기억이 나
지 않네요.

없다면 당장 책방으로 달려가
살 기세네요... 아 유혹이 너무
강렬합니다.

stella.K 2022-02-04 18:01   좋아요 0 | URL
ㅎㅎ 아마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사폰은 책이 한 두권이 아니라서 한권도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