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 왜 직계 가족은 원수 아니면 남이고, 할머니와 손자, 이모(고모)와 조카쯤 되야 좋은 건지.  

이번 가족여행도 우리 세 모녀만 가는 여행이었다면 안 갔을지 모를 일이다.

여행가기 한 달 전, 엄마도 그랬다. 손녀들 간다니까 가는 거지 뭔 재미로 가겠냐고.

그건 나도 비슷하다. 솔직히 두 조카들 간다니까 마음이 동해서 같이 간 거나 다름없다.


근데 이 사정은 언니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호텔 잡아 준 큰 조카가 그랬단다. 할머니(와 이모) 간다니까 호텔 잡아주는 거지 엄마하고 두 동생만 가는 것 같으면 어림없다고. 그 와중에 언니 생일이 요근래였나 보다.(참고로 우린 날짜 정도는 아는데 서로 챙겨주는 일은 절대없다. 더구나 언니는 출가했는데) 근데 그런 큰조카에게 엄마 생일인데 국물도 없냐 했다가 눈총만 받았단다. 눈치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다. 하긴 언니로선 호텔 잡아준게 할머니 위해서지 나 위해서는 아니지 않는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조카는 절대 그리 생각 안 하지. 


울엄마도 그렇다. 우리 키울 땐 그렇게 우왁스럽게만 키우더니 손자들은 더 없는 소프트 할머니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연발하더니 큰조카에게 전화해서는 너무 좋다며 할머니를 위해 뭘 그런 돈을 쓰느냐며 감동의 눈물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아들래미가 했으면 어땠을까. 고맙다. 잘 있다 가마. 뭐 그랬거나 수위가 조금 높거나 했겠지.  


이러고 저러고 우린 안다. 우리에게 내년은 없다는 걸. 노인네 밤새 안녕이라고 내년은 내년이 돼 봐야 아는 일이고, 조카들은 지네들 나름대로 할머니 더 늙기 전에 다리에 기운 있을 때 여행 보내드리자 했을 것이다. 기특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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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2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해 쪽인가요? ㅎㅎ 정말 여행이든 뭐든 할수있을때 하는게 좋은거 같아요. 즐거운 여행 즐기세요~!!

stella.K 2021-11-12 19:09   좋아요 1 | URL
목포니까 남해쪽이 맞죠?
이거 1만년만에 여행 한번 갖다오고 이리 자랑질이니
여행 한 번 안 갔다 온 사람 서러워 살겠습니까?
이해하시길.ㅎㅎ

니르바나 2021-11-12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를 생각하는 스텔라님 조카의 마음씨가 참 고우네요.
요즘 젊은이들 보니 자기 살기도 힘들고 바빠서인지 전화조차 잘 못하던데 말입니다.
인생에서 남는 건 추억과 사진 뿐이라 하지 않습니까.
가기 전엔 길 떠나면 고생같지만
여행은 추억과 사진을 이빠이 남겨주는 크게 남는 장사입니다.ㅎㅎ
잘 가셨어요. 스텔라님^^

stella.K 2021-11-12 20:32   좋아요 1 | URL
이빠이!ㅎㅎㅎ
언니가 아주 헛것으로 키우진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언니가 음식 솜씨가 좀 없어요.
그런데 비해 엄마가 음식 솜씨가 좀 좋은 편이죠.
조카들 어려서 엄마가 언니네 가면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가고
또 그렇지 않으면 명절 때 오면 싸서 보내고 암튼 숱하게 거둬 먹였죠.
그 공을 이제야 치하 받는다고나 할까?
지금도 조카들이 할머니표 음식이라면 설설 기죠.ㅎㅎ

진짜 여행이 남는 장산데 다음에 또 가 볼 수 있을지
지금도 그 생각뿐이랍니다.^^
저 맨밑에 사진에 엄마 손등이 보이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11-12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저도 이 깊어 가는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stella.K 2021-11-12 19:57   좋아요 1 | URL
다녀오세요. 가까운 곳이라도.^^

책읽는나무 2021-11-12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카님 예쁘네요^^
어머님 너무 행복하셨을 것 같아요.
들어보면 어머님들 나이 드실수록 나이 든 딸들이랑 편하게 여행 다녀오고 싶어하시는 분들 많으시더라구요.시간을 곧 추억으로 만들고 싶으신???
조카가 효도 했네요^^
요즘은 알라디너님들 이런 저런 개인적인 일상 얘기들 읽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우리도 나이 들어가는 거겠죠?ㅋㅋㅋ

stella.K 2021-11-12 20:07   좋아요 1 | URL
그랬죠. 어무이 피곤할텐데 얼른 씻고 잘 일이지
그밤중에 청소한다고 바닥 닦고
담날은 싱크대 청소하고 그러더라구요.ㅎㅎ
저보다 기운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1-11-12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포면 음식도 맛나겠네요. 저는 광주 살 때 목포를 갔는지 안 갔는지 헷갈려요. 광주 살 때는 여기저기 많이 가 본 것 같은데.. 지금처럼 볼거리는 없었던 것 같어요. ㅎㅎ 바다가 역시 시원하긴 해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완전체 가족 여행 이시길~

stella.K 2021-11-13 10:46   좋아요 0 | URL
기억님, 다른 건 다 좋았는데 딱 그거 하나가 안 좋았다는 거 아닙니까? 옛날엔 좋았을지 모르지만 입에 맛는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팬션이나 캠핑카를 빌리는가 봐요. 그래서 자기 입맛에 맞는 거 해 먹는 게 훨씬 나아요 😖 고맙습니다.^^

희선 2021-11-12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시라도 어머님하고 조카 언니분과 함께 다른 곳에 가서 기분 좋았겠습니다 식구가 함께 잘 다니는 사람도 있고 말도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잘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잘 못합니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사람보다는 낫지만...

stella.K 님 어머님을 생각하는 조카가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 식구를 생각해주면 좋기도 하죠 조카니 아주 남은 아니지만... 가끔 어머님하고 어딘가에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희선

stella.K 2021-11-13 10:57   좋아요 1 | URL
저의 가운데 조카가 그래요. 성격이 명랑소탈해서 분위기를 살려주죠. 나머지는 좀 뚱한 편이죠. 집안내력이 그래요. 그러니 가족끼리가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
가족끼리 가는 여행이 꼭 다 좋은 건 아닌데 엄니랑은 앞으로 몇번이나 다닐까 싶네요. 그래도 그동안은 언니가 당일치기로 엄니 모시고 해마다 다녀주긴 했답니다. 전 그동안 다롱이 땜에 꼼짝도 못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