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리모컨 운전을 하다 한 영화 전문 채널에서 이 영화를 막 시작하길래 볼 마음이 생겼다. 그 채널에서는 부제를 달고 보여주는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브레드 피트>였다. 젊은 시절의 브레드를 볼 수 있어 눈호강이긴 했다.
그 옛날 개봉관에서 첨 보고 이번이 세 번째던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예술 영화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데이빗 핀처 아저씨는 영화를 넘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고, 실제로 영화에 나오기도 하는데, 형사로 나오는 우리의 빵 피트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풀어 보겠다고 안 읽던 이 책까지 읽는다. 그런데 왠걸, 가뜩이나 사건이 안 풀려 끙끙거리는데 책마저 어려우니 빡치고 만다. 그 장면이 새삼 웃겼다. 결국 그는 누군가를 통해 요약판을 입수한다. 그렇지. 시간없고, 이해 안 되면 요약판을 읽어 보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얼마 전, 드라마 <로스쿨>을 봤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명민이 교수로 나오는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는가. 제목이 암시하듯 법정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풋풋한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 한마디로 훈훈한 드라마다. 김명민은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로 나왔는데 그것의 또 다른 버전으로 나온다. 그도 나이를 피해 가지 못하는지 좀 쳐져 보인다. 짜임새가 좋은 드라마다. 단, 단점이 있다면 역시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법 지식 때문에 쫓아가기가 조금은 버거운 정도? 나중에 대본집 나오면 그거 가지고 법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언젠가 알라딘에서 대본집이 나온 걸 본 것 같은데 찾아보니 없다. 안 나왔다. 나오지 않을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 생각이 났는데 너무 올드한가? <로스쿨>에 양 크라테스가 있다면, 그 시절 우리에겐 킹스필드가 있었다. 특히 TV 외화 시리즈는 단 한회도 빠지지 않고 봤을 것이다. 보면서 저러면 공부할 맛 나겠다 했는데 요즘 젊은애들 공부하는 거 보면 왜 그리 안쓰러운지. <로스쿨>보면서 다시 저 시절로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까? 이번 생은 대충 살았으니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열심히 공부하면서 쫀쫀하게 열심히 살아보고 싶긴하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지만 우주점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책으로 읽으면 재미있을까?
책을 꼭 사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결정해야할 때가 있다. 이 책도 나의 오래된 지병인 결정장애를 한껏 자극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좀 떨렸다. 그럴 때 나는 처음 들었던 마음이 나중까지도 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나중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야할 책이다. 가면 갈수록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으면 안 사도 되는 책이고. 그래서 안 산 책이 되게 많다. 그래도 결정장애라면 사람들이 그 책을 두고 무슨 말을 하나를 본다. 물론 이 책은 다른 사람의 후기를 들을 때쯤이면 더 이상 구입을 못 할 수도 있다. 또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나와는 운이 없는 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때문에 피해 보는(?) 다른 출판사도 있지 않을까. 지금쯤 책 좀 읽는다는, 또 도 선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 같이 이 버전의 책을 만져보게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을 텐데 도 선생님의 다른 출판사들은 당분간 이 상황을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천 장정이라면 작년에 코너스톤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벨벳 장정이 나왔다. 작년에 이거 보고 가슴이 떨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 질이 그런 것과 한 편의 소설이 그렇게 나온 것과는 같은 게 아니겠지?
이러고저러고 지간에 난 열린책의 저 악마 같은 책이 나중에 보급판으로 싸게 낱권으로 나오면 좋겠다. 전에 언젠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6권> 한정판을 산다고 난리였다 작년에 다시 나오는 거 보고 뭐야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 새로운 번역을 한정판에만 묶어 두겠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면 우리나라 어느 유수의 출판사가 가만 안 있을 거다. 그러고 보면 도스토옙스키는 잠들 날이 없겠다 싶다.
그렇지 않아도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내신 박균호님은 책에서 채수동님의 번역을 극찬하셨는데 뭔가 좀 안쓰럽단 생각이 든다. 다소 번역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 책도 좀 애장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