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TV에서 그 영상을 보는 게 아니었는데 그랬나 보다. 하루 종일 우울하다.

사실 그 프로그램의 내용은 어느 몰티즈 노견 반려인의 영상이었다. 우리 집도 노견을 키우고 있고, 오래전 몰티즈를 키워 본 경험이 있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앞의 내용은 그 노견이 비교적 건강할 때의 일상과 뒤는 마지막 순간이 담긴 영상이었다. 어찌나 슬프고 처량한지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햇수로 18년. 장수하고 갔으니 더 이상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지만 모든 생명의 마지막은 언제나 슬프다. 우리 다롱이도 곧 저렇게 가겠지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안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 영상을 올린 업로더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게 새삼 낯설게도 느껴진다. 어떤 생명이든 마지막 순간은 다 엄숙한 법인데 물론 공유의 마음도 크겠지만 뭔가 보여주기 식 것 같아 한편 편치 마는 않았다. 세상 떠나가는 생명을 위해선 그냥 조용히 함께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기록도 중요하긴 하겠지.


그보단 우리나라 반려 인구가 엄청난데 그 동물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비율은 지극히 낫다고 한다.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앞의 영상이 필요하다면 의미 있는 일이긴 하다. 


2.

그래서 말인데, 얼마 전, 제자에게 팬티 빠는 장면을 영상에 올리라고 했던 그 초등학교 교사는 지금쯤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야 잘 몰라 선생님이 시키니 했을 뿐이겠지만 그건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비록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이지만 그 아이는 자라면서 선생님에 대한 역겨움과 혐오감에 몸을 떨겠지. 그도 그렇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보도됐다는 점에서 그 아이와 가족들이 입을 2차 피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방송은 그 아이와 가족들에게 허락을 받고 그런 보도를 했을까. 물론 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아무리 익명으로 한다고 해도 그 아이와 부모의 지인들은 알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그렇다면 그들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어쩌면 나조차도 그들을 위한다면 이런 글은 쓰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궁금하다. 학생을 농락한 그 교사는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사후 보도가 없다. 이렇게 건드리기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보도 형태에 화가 나기도 한다. 보도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우리나라 뉴스 보도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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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7-03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들이 계속 나오니까 정작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건과 이슈가 금방 묻혀버리면서 잊혀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뉴스의 홍수 속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거기로 뛰어들었다가 부실한 뉴스나 가짜뉴스에 휩쓸려갈 수 있거든요. 아무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

stella.K 2020-07-03 19:17   좋아요 0 | URL
맞아. 아주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할자니 부실한 정보에
안다고도 할 수 없고.
하지만 정말 궁금하긴 해. 그 초등학교 교사는 제대로된 처벌은 받았는지.
그저 교사직 박탈 정도로 하고 마무리 된 건지.
무엇보다 그 학생 잘 자라야 할 텐데 관심을 갖지 않는 게
그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거겠지.
진짜 그런 거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싶어.

이누아 2020-07-0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교사가 학교에서 파면되고 검찰에서 조사 받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stella.K 2020-07-04 06:04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 정도까지만 알려질뿐이지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가 모르잖아요.
어찌보면 다 알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뉴스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추한 일 하나를 알려주고 마는 것뿐인가?
그 뉴스는 가해자를 위한 걸까, 피해자를 위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레삭매냐 2020-07-04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뉘우스들이 화끈하게
밀어 붙인 다음에, 그 다음에는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속 취재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만큼 이슈들이 넘쳐 흐르고, 또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는
반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
습니다.

미디어의 순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stella.K 2020-07-05 19:36   좋아요 0 | URL
저는 취재 기자들은 어떤 마음, 어떤 정신으로
취재하고 보도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분명 알려야할 필요가 있긴한데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할지 궁금해요.
그냥 한 껀 올렸다는 것에 만족하는 건 아닐지.
뉴스 보도 자체는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기는하는데 말입니다.

후애(厚愛) 2020-07-06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교사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뉴스에 계속 나오다가 갑자기 안 나오더라구요.
여러가지 의혹 사건들이 터지다가 갑자기 잠잠하고...

더위조심 하시고요,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20-07-06 11:06   좋아요 0 | URL
끝까지 책임지는 기자 정신이 좀 아쉽죠.

후애님도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길...^^

수이 2020-07-06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너무 다양한 불행들이 쏟아져서 요즘은 뉴스 보는 거 좀 게을리 하고 있어요. 그러면 안된다는 거 알면서도 뉴스 보다보면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가 이 대한민국이 디스토피아인 것처럼 느껴져서요. 물론 알라딘은 유토피아인가 그런건가 쿠쿠쿠 언니 오늘 덥대요, 아이스 음료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여름감기 조심!

stella.K 2020-07-06 12:13   좋아요 0 | URL
ㅎㅎ 뭐 그래도 한 여름에 이 정도 더위면 천국이죠.
어디는 밭작물들이 냉해를 입었다고도 하던데
여름에 너무 안 더운 것도 문제더군요.
전 잘 때 이불 덥고 자요. 물론 여름 이불이지만
보통 이맘 때 이불 폭 덥고 자는 일 거의 불가능하죠.
감기 걸렸군요. 조심하시길. 코로나 의심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transient-guest 2020-07-08 0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면에서 공정한 상벌이 제도적으로나 행정면에서나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부분, 경주시청에서 터진 사건, 예체능계, 사회 전반의 그런 비슷한 이슈들이 터지고 대충 유야무야 되는 걸 보면 코로나국면에서의 대응이나 높은 시민의식과는 또 다른 의미로 좀 뒤떨어진 것 같아요. 솔직히.

stella.K 2020-07-08 14:36   좋아요 0 | URL
저는 기자들이 이슈화만하지 피해자를 얼마나 배려하며
보도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보도만하고 끝나면 가해자여 어떤 식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는 어떻게 될 건가 싶더군요.
가해자에게 피해입고, 기자들한테 2차 피해입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피해자만 억울한 거지.
전 그 여자 아이가 꿋꿋하게 잘 살아주기를 바랄뿐이어요.

transient-guest 2020-07-09 00:30   좋아요 1 | URL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수준이에요. 그냥 기사쓰고 물어뜯고 끝. 전반적으로 직업에 붙어와야 하는 윤리의식, 책임감, professionalism같은 것이 안 보입니다. 기자뿐만 아니구요. 단순히 직업 이상으로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career라는게 사실 그 이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