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에 태어나 두 달인가, 석달만에 우리 집에 왔습니다.

다롱이라 이름을 붙여줬지요.

원래 요크셔테리어 종이 성격이 좀 수선맞긴 합니다.

그래서 키우면서 남의 집에 민폐가 될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죠.

게다가 수컷이라 사납기도 하고, 억새기도 해 식구들로부터

매를 벌기도 했습니다.

 

개는 마당에서 키워도 실내에선 안 키우리라 다짐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죽을 때 너무 슬퍼서.

그나마 마당에서 키운 개는 손을 덜타니 설사 죽더라도 그 슬픔은 그리

오래 가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것을 스스로 허물고 안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보낸지  30년도 더 되었나 봅니다.

 

녀석도 처음엔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사촌 고모의 딸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낫는데 누구 줄 사람이 없어 

마침 우리가 개를 키우던 집이니 잘 키워주겠다 싶어 거의 떠 안겨주다시피

하고 돌아갔죠.

온기 있는 생물을 차마 내칠 수 없어 키웠고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6년 전 오빠가 돌아가고 슬픔을 이기느라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녀석이 적잖은 위로가 되기도 했었죠.

엄마는 신앙과 다롱이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는 말을 자주 흘리곤 했습니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 새 노견이 되어 눈에 백내장이 끼고,

귀도 멀어 이내 총기도 예전만 같지 않아 졌습니다.

또 그러더니 작년부턴 왕성했던 식욕도 많이 줄더군요.

예전 같으면 한 번에 먹었을 사료를 두 번에 나눠 먹었으니.

그러던 것이 요며칠 전부터는 정말 눈에 띄게 먹는량이 줄었습니다.

평소 녀석이 좋아하던 간식으로 유혹하려고 해도 이젠 냄새만

맡거나 한 두 번 먹는 척만 할 뿐 모든 게 시큰둥합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죽으려면 곡기부터 끊는다는데

이런 상태로 얼마를 버텨줄런지 모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10년 전쯤 찍었던 사진입니다.

저때는 그냥 장난 삼아 휴대폰으로 찍은 건데

그러고 보니 저 무렵 한 번 잠시 시들시들 앓은 적이 있었죠.

녀석이 죽으면 어쩌나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털고 일어나 얼마나 다행인지.

 

그로부터 10년. 오래 살았죠.

그때 자칫 녀석을 잃을지도 몰랐는데 10년 동안 무탈하게

살았으니 녀석이 언제 죽는다고 해도 더 여한을 두면 안 되는데

사람이든 짐승이든 사별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또 이 녀석을 어떻게 보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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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9-03-07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나 고양이나 키우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해서.... 의학에서 말하는 환상통(phantom pain)처럼 죽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외출했다 들어오면 뛰어 나와 반겨줄 것 같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자주 만져주고 눈 마주쳐 주세요.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댓글. -_-

stella.K 2019-03-07 15:51   좋아요 0 | URL
앗, 야클님! 오랜만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키우던 개를 다 정리하고
왔는데 이게 1, 2년새에 잊히는 게 아니더군요.
3년이 가도 허전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더군요.
거의 적응이 됐다 싶을 때 녀석이 우리 집에 왔으니
그도 운명은 아닌가 했어요. 개 키우던 집은 계속 키울 운명.
그래도 크게 안 아프고 갈 것 같은데
순간 순간 자꾸 마음이 무너지네요.ㅠㅠ

서니데이 2019-03-07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댁 강아지가 나이가 많네요.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같이 살면 강아지나 고양이도 그 집 가족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시간을 같이 보냈으니, 헤어질 때 힘든 것 같고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요.
stella.K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9-03-07 16:55   좋아요 1 | URL
이 녀석을 아주 많이 사랑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족이란 있으면 불편하고 없으면 허전하잖아요.
뭐 그런 거죠. 녀석이 언제나 건강하게 있을 게 아니라는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닥치면 슬퍼집니다.ㅠ

프레이야 2019-03-07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구 불쌍해라. 노견이군요. 백내장이라니ㅜㅜ 저도 지금 백내장이 와 있어요. 2년 되었네요.
정들면 헤어지기 어려운 건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겠지요. 함께하는 동안 정 많이 주시길요.

stella.K 2019-03-07 18:20   좋아요 0 | URL
우리도 그럴 때이긴 하죠?
저도 눈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눈이 구백냥이라는데
옛날에 눈 좋았을 때가 그리울 때가 많더군요.
요즘엔 의술이 많이 좋아졌으니 적극적인 치료를 해 보심이...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9-03-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정 드는 일이 무서운거죠. 이별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요.
떠나려는 개도 보내는 이들도 어느 쪽으로 봐도 다 슬픈 일이네요.
많이 쓰다듬어 주시라고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위로가 될 것 같아서요. 고통이 없이 떠나기를 기도해 주세요. 마음이 짠하네요.

stella.K 2019-03-09 14:3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어제는 생각 보다 많이 먹어서 물론 예전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더군요.
녀석을 어떻게 하면 잘 먹일까가 저의 집 최대의 고민이 되었어요.
이별을 생각하면 정 들이지 않는 게 좋은데
그게 또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ㅠㅠ

cyrus 2019-03-1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무지개다리로 보낼 때 느끼는 심정, 저는 그걸 느끼면 한동안 실의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개를 보살필 자신이 없어요. 사개를 끝까지 보살펴주는 분들은 정말 대단해요. 람이든 동물이든 같이 사는 존재라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맞지만, 막상 그런 생각을 하면 슬퍼지네요.

stella.K 2019-03-11 18:0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요며칠은 밥도 잘 먹고 잘 지내는 편 같이라
당장 가지는 않겠구나 안심하고 있는 중이야.
장수견이긴 한데 그래도 한 20년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욕심이겠지?
정말 요며칠은 마음이 되게 무거웠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