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츠타니 미츠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라는데 내가 왜 몰랐을까? 내가 예전만큼 최신 개봉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유명하고 돈될 것 같은 영화만 집중 홍보하는 시스템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아도 어떤 관객이 영화를 골라 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영화를 골라주는 세대에 살고 있다고 개탄하던데 그러고 보면 내 탓만은 아닌 것 같긴하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보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동안 타샤 튜더는 책으로만 소개됐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타샤 튜더가 국적이 미국인만큼 자국의 어느 감독이 만들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어쩐지 일본 감독이 만들었다니 약간 묘한 감정이 들긴하다.

 

그동안 책으로 너무도 잘 알려져서 설명이 필요없을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나 역시도 그녀의 책은 읽지 못했다. 그녀는 동화 작가 겸 삽화가로 유명하다.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그림을 그렸고, 자연주의자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카메라가 그녀의 주방을 보여주는데 좀 놀랐다. 현대식 주방 기구가 하나도 없다. 얼핏 보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서양 부엌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집이 자랑하는 건  정원이다. 넓은 정원에 각종 꽃이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특별히 정원이라고 해서 꾸민 것도 없다. 그저 꽃 자체만을 가꾸며 산다. 꽃에게 최소한의 것만 해주고 나머지는 저희들끼리 어울리며 있으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를 좋아해 직접 키우기도 한다.

 

그것들을 돌보고 가꾸는데도 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쓴다. 뭔가 모르게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엔 박경리 작가나 이효재 씨가 생각이 난다. 박경리 작가도 살아생전 밭을 가꾸고 글 쓰는 일에만 전념했다고 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는 건 이효재와 닮았다.

 

그런데 역시 삶은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다. 그녀는 활달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녀는 큰 오빠가 사고로 죽은 후에 부모님의 상의 끝에 태어났다고 한다. 어찌보면 어떠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삶은 또 얼마만한 짐을 지는 것일까?

 

명문가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수학에 조예가 깊고 어머니는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녀는 어머니를 닮았다. 아버지가 아인슈타인, 에머슨, 소로우 같은 당대 석학들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하니 알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지적인 분위기의 집안이라고 해도 그녀가 9살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어머니와는 예술에 대한 관심만 물려받았을 뿐 나머지 정서적인 부분은 별로 닮지를 않았나 보다. 부모가 이혼할 때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가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나중에 그녀는 어머니의 친구에게 맡겨졌는데 다행히도 집안 분위기가 좋고 그녀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기반이 거기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엔 장수하는 노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녀는 지난 2008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는데 장수했다. 그녀가 그렇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그녀는 후회나 미련을 남기지 않은 삶은 살았다. 마음 먹은 일은 꼭 이루고 살았다고 본인의 삶을 그렇게 말한다. 또 그만큼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교계에 진출하지 않으므로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렸는데 그렇다고 그걸 후회해 본적은 없다고 했다. 그런 걸 보면 사람 사귀는 것 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중시여기고 사람들 속에 있으므로 활력을 얻는 사람이 있다. 요는 사람은 자기 타고난 심성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타입이 어떠하며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영화는 정말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영화다. 한번쯤 아니 몇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통한 소확행을 원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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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19-01-21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과천에는 ˝타샤의 책방˝이라는 작은 서점이 있어요. 아날로그적 감성 물씬한 마을 사랑방이지요? 저도 추천해주신 다큐도 보아야겠네요

stella.K 2019-01-21 15:29   좋아요 0 | URL
헉, 정말이어요? 몰랐네요.
저는 서점을 다녀봤자 중고샵만 다니는지라 부럽네요.
저 사는 곳이랑은 좀 거리가 있어 일부러 가기는 그렇고
기회되면 한 번 가 봐야겠네요.
영화 좋더라구요. 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거의 영업 멘트로군요.ㅋㅋ

cyrus 2019-01-2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살고 싶은 곳, 자신만의 장소나 공간에서 살아가면 외부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잖아요. 아주 단순한 삶의 방식이 오래 살 수 있는 비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stella.K 2019-01-21 19:38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아. 2008년도에 찍은 필름이더라구.
그후 몇년 있다 돌아갔는데 작고한 나이가 92세던가?
옛날 노인 치고는 장수했지.
요즘 같았으면 거의 백세쯤 살지 않았을까?
암튼 나름 즐겁게 사셨던 것 같아.^^

페크(pek0501) 2019-01-22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저도 동의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고단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어요. 때로는 사람보다 책이 더 위로가 될 때도 있고요. 남들이 다 추구한다고 해서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자신 스타일대로 살면 될 것 같아요.

stella.K 2019-01-22 13:56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기운을 받고 즐거운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혼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저는 사람들고 함께 있어 즐겁고 기운을 받을 때도 있지만
부대낄 때도 많아 결국 혼자있는 게 좋을 때가 더 많더군요.
그 비율이 6:4나 7:3 정도되는 것 같아요.ㅎ

서니데이 2019-01-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 튜더는 일러스트를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저 사진도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런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건 힘들겠지요.
stella.K님,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stella.K 2019-01-26 16:52   좋아요 1 | URL
영화 한 번 보세요. 이건 정말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어렸을 때는 부엌이 정말 불편했습니다.
마루를 거쳐 신발을 신고 턱이 높은 부엌을 오르고 내리면서
음식을 만들었거든요. 지금도 시골집 가면 그런데가 있더군요.
그래도 그 시절엔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엔 상상하기도 싫죠. 어떻게 살았나 싶고.ㅠ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더군요.
이번 추위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나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봄이 기다려져요.^^

그런데 서니님 스마트폰으로 댓글 다셨나 봅니다.
일러스르...ㅋㅋㅋ

2019-01-26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1-2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꼭 봐야겠어요^^

stella.K 2019-01-27 14:36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네요.
네.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