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점점 욕심이 없어지는 걸까? 난 그저 지난 해를 시험치르듯 무사히 보낸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집도 아닌 길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죽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은 바로 이틀 전, 일주일 전 또는 한달 전에도 살아있던 사람들이고 그들 역시도 남의 죽음을 슬퍼하고 자신의 살아있음에 안도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그렇게 싸늘한 주검이 되는 것을 볼 때 그저 하루하루 산다는 게 기적이고 나도 노년이 되어서 생을 마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많이하고 살았다.

 

새해 바라는 것도 아주 소박해졌다. 나나 가족들이나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또 1년을 사는 것. 누군들 이걸 바라지 않으랴. 어찌보면 짐승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바라는 것이 그것 밖에 없다니 하는. 바라는 게 어디 이것뿐이랴. 그게 있어야 그 다음도 기약할 수 있다는 행간을 읽었으면 한다. 

 

올해의 책

 

 

 

이런 글은 늦어도 어제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지난 해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좋은 책도 읽었고, 찢어버리고 싶은 책도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생각나는 책은 이 두 책이더라. 그렇게 많은 책을 읽어도 마지막에 생각나는 몇 권의 책이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책 아닌가? 대략해서 말이다.

 

<울림>은 올해 나온 책은 아닌데 종교전문 기자의 책으로 우연히 붙들고 읽기 시작해 오랫동안 생각했던 책이다. 우리나라에 내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종교인들 그중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신앙으로 초인의 경지까지 이를 수 있었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들이 굴곡 많은 역사속에서 어떻게 이 나라에 신앙의 횃불을 높이 들어올릴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것을 보면 오늘 날 우리가 가진 신앙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안일한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독교를 두고 개독교니 하면서 욕하고 비난하지만 폐허의 우리나라가 일정 부분 기독교 신앙을 의지해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또 꼭 신앙인들만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각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 해는 미투 운동을 타고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렇게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내가 읽은 건 몇 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따로 얘기할 건 없지만 그래도 강준만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은 지금도 생각나는 책이다. 페미니즘의 활발한 논의는 좋긴 하지만 그게 진정한 여성의 시각에서 논의 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조차 남성의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짚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물론 또 너무 프레임에 갇혀서 멀쩡하던 사람을 한순간 미투 가해자로 몰아가는 측면도 아주 없어보이진 않는데, 이 순간에도 나는 페미니스트야 또는 적어도 그것을 옹호하는 남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엔 뒤로 호박씨 까면서 자신이 하는 짓이 뭔지도 모르는 관종도 있더라. 또 그것을 일일이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그냥 그들도 언젠간 진정한 옹호자가 되겠지 하며 시크하게 바라 볼 뿐이다. 

 

소설로는 김형경의 소설 <세월1, 2>다. 자신의 자전 소설로 자신의 삶은 냉철한 시선으로 써 내려갔다는 것. 또 그것이 80년 대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도도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언제고 전작 읽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부지런히 썼다.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 그래도 어디선가 꿋꿋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 글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지난 해, 최고의 드라마

 

우리나라 4대 인터넷 서점만 하더라도 지난 해 최고의 책이 이미 결정난 것으로 안다. 그게 서점마다 다르긴 한데  내가 지켜 본 건 올해 유난히 대본집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사 봤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글자 촘촘한 걸 못 견뎌하는 독자들은 좋아할 수도 있고 또 그 드라마의 감동을 책으로 간직하고 싶다거나 드라마 작가가 꿈인 사람들은 사 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 볼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 정말 드라마를  잘 쓴다. 난 아마도 앞으로 독서량이 조금씩 줄 것 같은데 그중 한 가지 요인이 드라마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드라마 보기가 따라 올 수 없는 독서의 장점이 있겠지만 점점 나이 드는 것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독서의 잇점만을 옹호할 수만은 없다. 독서를 못하겠다면 드라마라도 봐야한다는 게 요즘 나의 신조다. 사회 문화 전반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고 재미도 있다.    

 

올해도 많은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아무리 드라마 귀신이 된다고 해도 다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 귀신이란 소린 아니고 내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실제로 보는 드라마는 몇편 되지 않는다. 그중 최고의 드라마는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가 아닐까 한다. 

 

나는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엔 별로 좋게 보질 않았다. 어쩌면 그리도 칙칙한지. 그런데 여기저기서 이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한국 방송작가상을 비롯해 작가에게 주는 굵직한 상을 이 작품을 쓴 작가에게 줬다는 사실. 아무튼 나중에 TV 다시보기로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찡한 감동이 있었다. 맨 마지막엔 정말 한 줄기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여타의 인기 드라마는 그렇게 대본집으로 나오면서 이 드라마는 아직도 대본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내가 대본집을 사고 이러는 사람이 아닌데 유독 이 드라마만큼은 대본집이 나온다면 사 보고 싶기도 하다. 너무 좋아 난 드라마 대본을 쓸 생각이 없지만 오래 전에 산 <드라마 아카데미>를 나도 모르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올해도 나는...

 

아마 올해도 나는 작년만큼의 책을 읽던가 그에 못 미치는 책을 읽을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책 다이어트 중이다. 책을 닥치는대로 읽는다는 사람이 있다. 나도 얼마 간은 그런 사람 코스프레를 해 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늘어나는 건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산더미로 쌓인다는 것. 물론 어느 작가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 놓은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 했고 그말이 맞긴 하지만 읽지도 않으면서 책을 사 뭐하나 하는 자책을 왔다갔다해 정신 분열을 일으킬 것만 같다.   

 

그래서 앞으로 쓸데없는 책 욕심을 줄여보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책을 구입해 볼 생각이다. 정말 이 책은 당장 읽고 싶다(과제나 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면 그런 책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하는 책만 인터넷으로 사고 그렇지 않으면 예전처럼 발품을 팔아 책을 구입해 볼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주로 양대 중고샵(알라딘과 예스24)을 이용할 것 같은데 그게 맞는 것 같다. 편리하고 빠른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옳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좋거나 싫거나 지간에 한해는 이렇게 시작됐고,

나이는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내가 2, 30대 젊은 사람도 아니고 이제 나이 먹는 것에 좀

의연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몇 살을 먹던지간에  하늘에서 정해준 나이만큼만 살다가 죽을텐데 말이다.

그 시절엔 정말 나이먹는 게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두려운 건 그리움이다. 돌이킬 수 없으니.

언제고 우린 지나간 2018년을 그리워 할 것이고,

앞으로 살아갈 2019년도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린 그때도 잘 살았던 거구나 하면 될 것 같다.

 

2019년아, 잘 왔어. 많이 기다렸지?

오늘부터 너랑 나랑 잘 살아보는 거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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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1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1-01 17:58   좋아요 0 | URL
아, 네. 고맙습니다. 님도요.^^

카알벨루치 2019-01-01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림 추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대따 마니 받고 있죠 ?ㅎㅎ

stella.K 2019-01-01 18:51   좋아요 0 | URL
아, 울림 정말 좋습니다. 가슴이 서늘하리만치.
저도 추천 받아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그럼요. 대따 마니 받고 있습니다.ㅋㅋ

북프리쿠키 2019-01-01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e cannot do but read˝
우린 이 말을 인정해야 합니다ㅋㅋ

스텔라님 말씀처럼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이 축복인 것을 아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울림있는 글 계속 써 주실꺼죠?? ㅎ

stella.K 2019-01-01 19:07   좋아요 1 | URL
네 네. 좋은 말이죠.ㅋㅋ

제가 뭐 울림이 있나요?
그래도 잊지 않을만큼은 써야죠.
쿠키님도 좋은 글 많이 쓰실 거죠?
새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syo 2019-01-0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아저씨>는 2018 syo 최고의 드라마 단독수상작인데요...... 어찌나 팡팡 울었던지-_ㅠ

stella.K 2019-01-01 20:0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남자가 드라마를 보고 울다닛!
이제 보니 스요님 잔망쟁이에 울보까지...?
그래도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나의 이저씨니까.ㅋㅋ
이거 유료 전환하기 전에 더 봐야할텐데...ㅠ
유료전환해도 1년에 한 번씩은 볼 것 같아요.

근데 스요님은 왜 저한테 새해 인사 안하십니까?
삐짐입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다 하면서...흥!

syo 2019-01-01 20:09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이게 바로 잔망의 기본기, 이른바 ‘밀땅‘이지요!!

바로 이 순간 딱,
스텔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그건 정해져 있다. 스텔라님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새해 복.

이렇게 치고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껏 아껴왔다면 믿으시겠습니까요....

stella.K 2019-01-01 20: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죠.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스요님은 잔망스러우니까.ㅎㅎ

고맙습니다.
스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을 겁니다. 그렇죠?^^

hnine 2019-01-01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 페이퍼, 제목부터 멋있어요. 갈수록 새해 바람은 간소해져요. 무엇이 무엇의 우위에 있는지 아는거죠.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잘 안보는 저도 참 울렁울렁 하면서 봤었네요.
마지막 두줄도 좋아요. 잘 왔어 2019년.
stella님과 저는 동갑내기. ‘스물 여덟살‘이 되었지요! ㅋㅋ

stella.K 2019-01-01 20:20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저도 조금 맘에 들었어요.ㅋㅋ

가끔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고 낮설게 보는 게
좋더라구요.
그래요. 우린 동갑내기죠. 스물 여덟.
참 매력적인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니데이 2019-01-0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를 보면 진짜 재미있어요. 그리고 중간부터 보아도 조금 보다보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작년에 드라마 대본집과 영화 대본집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시나리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소설처럼 서술된 것과는 조금 달라서 읽기에 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나서 보면, 아, 이 장면은 이랬지,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나의 아저씨>는 못봤는데, 좋다고 들었어요.
소박한 꿈일수록, 더 절실한 것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어요. 그런 것들은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들일 때가 있으니까요.
오늘 새해 첫 날이었는데,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stella.K님, 올해는 건강하고 좋은 일들 많은 한해 되세요.^^

stella.K 2019-01-02 14:19   좋아요 1 | URL
소설은 기본 서사라도 있는데
극본은 뼈대만 있는 꼴이라서 공부하는 사람 아니면
재미붙이기가 쉽지 않아요.
<나의 아저씨>는 정말 좋은 드라맙니다. 한번 꼭 보세요.

오늘은 이틀째네요. 잘 보내고 계신 거죠?^^

페크pek0501 2019-01-02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 산다는 게 기적이고 ˝ - 스텔라 님이 이젠 젊지만은 않다는 게 느껴지는 말이네요...ㅋ
저는 <스카이 캐슬>을 흥미롭게 봤어요. 금토 드라마인데 너무 늦게 방송해서 주로 주말에 재방송으로 연속 봅니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요.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을 재현한 듯한 생각이 듭니다.

볼 드라마도 영화도 많고 볼 책도 많고... 그런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렇습니다.
저도 책을 사는 재미를 자제하고 쌓여 있는 책이나 읽자, 로 다짐했는데 벌써 사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생겨 장바구니에 넣어지 뭡니까. 요즘은 이미 읽은 단편집을 반복해 읽고 있어요. 어쩌면 리뷰로 올릴지 모릅니다. - 제가 저를 믿을 수 없지만...ㅋ <기나긴 이별>을 사고 그 두꺼움에 뿌듯해 하기도 하고. 아까워서 아직 첫 장을 펼치지 못했다는...ㅋ

새해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stella.K 2019-01-02 14:32   좋아요 1 | URL
세상에 안 본 소설도 많고, 영화도 많고, 드라마도 많아요.
이것만 다 챙겨봐도 평생 다 못 볼테니 서글플수도 있는데
어찌보면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하지 않을까요?
이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게 나를 살게 만들기도 하니까.

그러게요. <스카이 캐슬> 괜찮을 것 같아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언제고 TV 다시보기로 연속해서 봐야죠.
요즘엔 본방사수를 못하겠더군요. 보다가 잠이 들어서.
제가 그렇게 됐습니다.ㅠㅋㅋ
챈들러의 소설을 아직도 못 읽고 있는 1인입니다.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언니도 좋은 일 많이 있으시길...^^

cyrus 2019-01-02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은 책을 덜 산 해였여요. 그런데 문제는 도서관에 빌린 책이 많았어요. 독서모임 활동 때문인지 읽어야 할 책이 자꾸만 늘어나요. 올해도 이런 양상이라면 책을 덜 읽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stella.K 2019-01-02 14:31   좋아요 0 | URL
아직 젊으니까 볼 수 있을 때 열심히 보라고 말하고 싶네.
이것도 나이 먹으면 줄어들 수도 있거든.
옛날엔 남들만큼 책을 못 읽는 걸 안타까워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어. 읽을 수 있는만큼만 읽는다.
아직 집계를 내지 않았지만 작년에 읽은 책은 아마도
너의 반년치 독서량에도 못 미칠거야.
그래도 뭐 그냥 만족하기로 했어. 물론 더 읽으면 좋지만.

고맙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