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엽기적인 친구가 고액 알바비를 챙길 수 있다며 시체닦기를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하지 않았는데 어린 마음에 상당히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보통 소주를 마시고 '그 일'을 한다고도 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소주를 마신다면 아주 꽐라가 될 정도로 마셔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시체 옆에서 잠들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뭐 이정도 의문을 가지고 안될 일로 덮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최근에 영화 '제인도'를 보고 이 일이 또 떠올랐다. 어쩌면 고액 알바비만 가지고 오는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것도 따라 올수 ...ㅠ)그냥 알 던 사람이 죽어도 보통은 마음이 복잡해진다. 죽음이란 그렇듯 삶에서 예외적이고 '의미심장한' 일에 속한다. *제인도(Jane Doe):신원미상의 여자. 영화에서는 신원미상의 시체.


p.24 나는 법의학자로서 월요일마다 검시를 한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에는 일주일에 두 번 그리고 일요일에도 부검을 했으나 힘이 부치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검시를 하게 되었다.


한동안 즐겨보던 '그것이 알고 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같은 탐사 보도 에서 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소주를 마시고 해야한다는 낭설이 있을 정도로(낭설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힘든 일을 단순히 시신을 닦는 것도 아니고 ㅡ타살과 의문사의 경우에 시체를 ㅡ 부검하기도 하는 법의학자들. 그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죽음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자들의 미스테리를 파헤친다. 


최근 갈 수록 뉴스에서 눈에 띄는 영아 살인이나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 사건, 한 때 내가 경악했던 초등생을 향한 염산테러사건, 만삭 임산부 아내를 살해한 의사 등 법적 공방에 놓인 각종 의문사에는 아무래도 법의학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경찰수사나 검찰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증거를 얻어 상황을 뒤집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언론을 떠들석하게 했던 다양한 사례들도 담겨 있어 좀 더 자세한 당시 의혹과 진행상황을 알 수 있었다. 


P.83 만삭의 임신부가 자신의 집 욕조에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남편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중략)그러다 레지던트 4년차 마지막에 전문의 시험을 위해 환자를 보지 않는 암묵적인 휴가 기간에 들어서자 그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다. 


특히 이 사건은 일명 '그알'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고 상당히 놀랐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뒤늦게 '성범죄수사대'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여성이 살해당할 경우 보통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범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이 사람은 자기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살해하고도 방송 당시만해도 그 사실을 부인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법적 공방이 이어지자 이 남편은 캐나다 법의학자 마이클 스벤폴라넨을 재판에 참여시킨다. 1996년 비슷한 사건으로 스위스 법의학자가 국내 법의학자를 패퇴시킨 일도 있었던 것이다.

 

P.50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도 법의학자들은 절대 함께 움직이지않는다. 혹시 같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만약 사고라도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 사고가 발생해 한꺼번에 죽는 일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 법의학자가 전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농담이 포함된 진담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되도록 함께 이동하지 않고 개인적으로흩어져서 각자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모인다.


이렇게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을 알아내는 중요한 일임에도 우리나라에 법의학자는 4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병원과 약국은 상당히 많은 편인데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인기분야에 편중된 의사들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법의학자들은 학회 참석때도 함께 움직이지 않는 등 이런 웃지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책은 그밖에도 법의학에 관련된 기초 상식들, 각 사망 사건들과의 사회적 관계,자살과 연명의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한 문화적 변화와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각종 통계자료였는데 자살률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외로 청소년 자살률은 핀란드보다도 낮은 편이고 상당수가 노인(특히 남자)과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뉴욕 같은 대도시 보다는 외진 지역에서 자살률이 훨씬 높고 국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서울의 자살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 그리고 자살시도를 했던 사람들 중 생존한 60프로 이상이 자살 시도를 후회한다고 한다니 각자가 주변에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인듯 하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 물론 과학이 좀 더 발전한 미래에는 '죽음'이란 것도 극복 가능한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있을 '끝'에 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삶은 죽음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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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12 16: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중학교때 친구 정말 특이하고 엽기적인데요. 저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그때 독일로 간 간호사들이 시체를 닦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우리나라 외화벌이에 일조한 그 분들이 그곳에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법의학자가 하는 일이 중요한데도 그것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참 그러네요. 저 이 책도 찜해놨는데 읽을 때 좀 무서운가요?

청아 2021-08-12 17:19   좋아요 5 | URL
잘 읽혀서 후루룩 읽었는데 무서운건 없었어용~♡ 그분들이 고된일을 했었군요! 44페이지까지는 지루했는데 전반적으로 읽어볼만한 내용이었어요😊

물감 2021-08-12 1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체닦이 알바 하니까 영화중에 동갑내기 과외하기2 가 생각나요. 영화 시작부터 그 내용이 나와서.. 혹시 보셨는지요🙂

청아 2021-08-12 17:21   좋아요 5 | URL
1은 재밌게 봤는데 2는 있는 줄도 몰랐어요ㅎㅎ바로 찾아봐야겠네요!!😉

mini74 2021-08-12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길 그리썸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인원 수도 많고 장비도 항상 최신식. 우리나란 참 열악하네요 ㅠㅠ 시체닦기 괴담에 그런 이야기 많지 않나요. 시체닦고 왔다니 원혼도. 함께 왔다는 둥 ㅎㅎㅎ 이왕 따라 올거면 귀신보단 우렁각시 쪽이 나을텐데 ㅎㅎ

청아 2021-08-12 17:24   좋아요 4 | URL
ㅋㅋㅋ역시 미니님~♡ 길 그리썸 넘 카리스마 넘쳤죠! 곤충으로도 다 알아맞춰버리고. 법의학자 40명은 너무 충격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8-12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도 어려서 그런 얘기
들었었네요 세상에나 -

그런데 그냥 시체 닦기가 아니
라 그건 거의 염하는 수준이어
서 보통 사람은 할 수가 없는
그런 일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미국에서는 명절날 극단적 선
택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것 참...

청아 2021-08-12 17:27   좋아요 4 | URL
이 친구가 굉장히 재밌는 친구라 자칫 제가 할 수도 있었어요. 실제로 시켜줬을지,가능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ㅎㅎㅎ

명절날 그렇다는 것도 또하나의 의외네요. 소외감을 더 느껴서일까요.🥺

coolcat329 2021-08-12 17: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분 라디오 인터뷰 방송 듣고 알게 됐어요. 그때 이 책 읽어야지했는데 그 시기 지나니 또 그냥 지나갔네요. 그 때 제가 놀란게 전국에 법의학자가 50명?도 안된다는 사실이었어요.
책에는 40명으로 정확히 숫자가 나와있군요. 미미님 발췌글 읽으니 그때 인터뷰 내용과 겹치는게 새삼 기억이 납니다.

앗 저 대학 때 시체닦이 알바 한 사람 있었습니다. 이것도 잊고 있었는데 고구마줄기 캐듯이 다 기억이 딸려 나오네요😢

청아 2021-08-12 17:30   좋아요 4 | URL
저는 이책 별점은 4개정도 주고 싶은데 (요기조기 살짝 지루함) 전반적으로는 한 번쯤 꼭 읽어볼만한 내용이어서 강추해요~♡ 각종 사건 케이스도,통계적인 부분들, 죽음에 관한 내용등 왜 서울대에서 인기인지 수긍이 가는 내용임요.🤔

새파랑 2021-08-12 17: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법의학자가 40명 밖에 안되는데, 그 분들이 안바빴으면 좋겠네요. 그럼 살인사건 같으네 별로 없다는 이야기일텐데 ㅜㅜ 요즘들어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너무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 미미님도 엽기(?)적이신데 친구분도 엽기적이라는 😆

청아 2021-08-12 18:24   좋아요 4 | URL
저는 범죄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법의학자는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ㅎㅎㅎ
40명이라니까 잠시, ‘나라도 할껄 그랬다‘ 생각도 했어요. 제가 엽기적인데에 자석처럼 끌릴때가 종종 있어요😁😆

그레이스 2021-08-12 2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법의학자 그러면 문국현이 먼저 떠올라요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뻔했디>!
우리나라 최초법의학자.

청아 2021-08-12 20:36   좋아요 5 | URL
저도 그 책 찜해두었어요!ㅎㅎ😊이 책에도 문국현님,이윤성님 얘기가 나와요. 저는 백남기님 사건때 소신발언했던 이윤성님 멋지더라구요~♡

scott 2021-08-12 20: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대학교때 알바로 시체 목욕 시켜주는 일을 하셨어요(등록금때문에)
1 인 당 두명이서 하는데 그 일 가르쳐주셨던 선배(수년동안 하셨던)님이 대화를 나누면서 해야 공포심(죽어있다는)이 사라진다면 대화를 하게 했다고 ,,
엄청난 에피소드 많은데
이 일 하고 나서 부터 영어 선생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전 법의학자라면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 스카페타가 떠오릅니다.


청아 2021-08-12 21:05   좋아요 4 | URL
오웁~😳 지난번에 알려주셔서 찜해둔 작가인데 <법의관>부터 읽어야겠네요~♡
법의관이 연쇄살인마라 나쁜 인간들만 한명씩 죽이는 미드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네요.

석톰 2023-08-15 0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체 닦이알바는 괴담이지 실제하진 않았다네요 유사 직업이 많았지만 일반인에게 시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친구가 호기심이 많았나보네요

청아 2023-08-15 08:3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하긴 일반인에게 시켰다가 놀라서 문제라도 생기면 안되니까요. ^^ 이 친구는 여전합니다.ㅎㅎ

석톰 2023-09-0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서라기보단 의학적으로 전문성있는 일 입니다. 저희 가족이 죽었는데 알바생한테 그런걸 맡길리가 없으니까요... 저도 취향이 상당히 엽기적이지만 작품에 한에서지 친구분 같은 경우는 보통 사람의 기준에선 허세가 심한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루소는 사회관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을 창조하기 위해 원초적 계약이라는 허구를 활용한다.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루소는 자발적 복종을 통해 최초의 인간(사회화되지 않은 개인)을제2의 인간(사회체)으로 만든다.

이런 특별한 환경일 경우에만 인간이사회에 들어가면서 복종하는 권위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된다. 이 경우 "국가는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개인에 반하는 어떤 이해도 갖고 있지 않으며, 가질 수도 없다".
- P67

다른 어떤 정치적 소속관계도 개인과 국가를 매개하지 못한다는점은 루소 사상의 전체 기획에 핵심적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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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루소의 <에밀>도 아니고 이런 책을 읽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제 공부에 좋은 자극이 됩니다.

청아 2021-08-12 14:5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리드아래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참여 있는 여성학 책 함께읽기 8월의 책이예요~♡ 자극이 되신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ㅎㅎ🤭
 

법의학자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이다. 법의학자는 왜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늘 고민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죽음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죽음의형태에도 각 국가마다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 P16

사실 나도 다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워낙 많은 질문을 받다 보니까, 또 그 질문이 한동안은 계속 반복되다보니까 스스로가 열심히 연구하게 된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는 등의 여러 과정을겪으면서 내 나름대로의 결론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렇듯나를 향한 수많은 질문이 오히려 거꾸로 나 자신을 지식적으로나 법의학적으로 성장시키는 측면도 있다.
- P49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가 몇 명이나 될까?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체 의사 수는 2017년 통계에 따르면 12만 1571명인데, 그중에는 내과 의사가 굉장히 많다. 일반적으로 동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속편한 내과,
무슨 내과 하는, 내과 간판일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신사역이나 압구정역에 내리면 성형외과 간판을 실컷 볼 수 있다.
그런데 법의학 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법의학자의 수는 현저히 적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부산에 있는 세 명을제외하고, 전부 전국에 흩어져 있다. - P49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도 법의학자들은 절대 함께 움직이지않는다. 혹시 같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만약 사고라도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 사고가 발생해 한꺼번에 죽는 일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 법의학자가 전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농담이 포함된 진담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되도록 함께 이동하지 않고 개인적으로흩어져서 각자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모인다.
- P50

스위스에는 자살여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중동의 굉장한 부호들, 독일과 일본의 부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와서 융프라우를 보면서 생을 정리하는 것이다.
- P158

미국의 지역별 자살률을 비교해보자. 어느 지역의 자살률이제일 높을까? 아마도 뉴욕을 떠올리며 비인간적인 도시에서 자살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겠지만 아니다. 정답은 알래스카다. 와이오밍 주라든지 말을 타고 하루 종일가야 하는 외진 곳의 자살률이 높다. 반면 가장 자살률이낮은 도시는 워싱턴 주와 뉴욕 주다.

우리나라도 똑같다. 전국 8도 중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도시는 강원도이고 그다음이 충청북도다. 반면 서울의 자살률은 가장 낮다. 타살률은 정반대로 도시가 높고 지방이 낮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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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2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강원도 같은 지역의 자살률이 높다니 예상외네요. 조용해서 그런 걸가요?? ㅠㅠ 자살이라는 단어는 너무 무섭네됴 ㄷㄷ

청아 2021-08-12 08:37   좋아요 2 | URL
그쵸? 연대감? 교류등과 관계 된 통계인데 정반대로 생각했던 터라 놀랐어요! 범죄사례,이런 통계 나온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ㅎㅎ

2021-08-1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2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그맨 장동민 데뷔 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꽁트마다 그가 여러 직업으로 등장해 이런저런 직업적 만담을 상대와 주고 받는 개그를 했었다. 한번은 장동민이 택시 기사로 분했는데 그가 말하길 "나는 남이 내 차에 타는게 그렇게 싫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 상담사가 사람 만나는걸 싫어하고 은행가가 계산에 진저리내고 운동선수가 땀흘리는걸 꺼리는 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였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이탈리아 출신인데 포르투칼을 사랑했다. 그리고 포르투칼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심취했다.타부키의 '레퀴엠'은 페소아를 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 부두에서 리스본의 죽은 시인 '페소아'를 만나기까지 23명의 인물들을 먼저 만나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부조리한 환각이고 꿈이며 과거이자 미래다. 또한 페르소나이고 의식,무의식이다. 마치 장동민처럼 친절하지만 길을 모르는 택시기사가 나오고, 집시와 젊은 시절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구걸하는 마약중독자에게 돈을 뜯기고,죽은 친구와 바텐더, 묘지관리인 등을 만난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단테의 여정처럼. 그리고 페소아와 마주한다.


p.112 나와 함께한 것이 편하지 않았나요?, 그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대단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불안하게 했지요, 말하자면 언제나 날 가만두지 않았다는얘깁니다. 그랬겠지요, 그가 말했다, 나와 관계된 건 다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예요,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을평온하게 하는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이미 꽤나 불안정합니다, 당신의 불안정이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로 이어진 것입니다. 평화로운 행진보다는 고뇌가 좋습니다, 그가 확신을 표명했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면 단연 고뇌지요. (페소아와 나의 대화)


  페소아가 그랬던 것처럼 타부키는 여러 정체성을 그려낸다. 그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며 따옴표를 쓰지 않는다. 누가 너 이고 누가 나 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과거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분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결국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경계가 모호해진다. 우리는 의식속에 살아가지만 우리 내부를 이루는 것은 경험과 무의식의 파편들이다. 


p.21 당신은 영혼을 믿습니까? 영혼은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앉아서 말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납니다,내가 말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걸 내게 불러일으킨 건 내 영혼이었습니다, 그게 정확히 내 영혼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어쩌면 내 무의식인지도 모르죠.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나의 무의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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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0 2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청아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아이참ㅎㅎ🌸( ⁎ ᵕᴗᵕ ⁎ )🌸

scott 2021-08-11 00:07   좋아요 2 | URL
[영혼을 믿지 않지만!]
미미님의 타부키 리뷰에서 언급 하신 무의식의 세계는
믿습니다!!
(・ิω・ิ )
( ・ิω・)ノิ

새파랑 2021-08-10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등✌

청아 2021-08-10 21:07   좋아요 4 | URL
2등까지🌸(⑅´•⌔•`)🌸이모티콘 답례ㅎㅎ

새파랑 2021-08-10 21:09   좋아요 5 | URL
2등✌ 와 112쪽 문장 완전 좋네요. 문학은 나를 불안하게 내 불안정에 더해서 고뇌뢰 이어지게 한다니~!

뭔가 철학적인 여정인거 같아요. 저도 평화보다는 고뇌에 한표 😆

청아 2021-08-10 21:12   좋아요 4 | URL
그쵸?! 저는 아직 전체를 이해하는 건 기대안하고 이런 문장 수집하는데 만족해요! 꽤 있어요. 나중에 함 빌려서 읽어보세요. 아주 얇아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 가르치는 게 그렇게 싫더라구요 누가 누굴 가르쳐 하고… 저도 저 개그 좋네요 ㅎㅎㅎㅎ

청아 2021-08-10 21:17   좋아요 5 | URL
선생님이시면 큰일인데요ㅋㅋㅋㅋㅋ사진 찍는거 싫어하는 배우도 있어요ㅋ

scott 2021-08-11 00:14   좋아요 4 | URL
이 개그 저도 좋습니다 .•♥

초란공 2021-08-10 2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직업군인이 되어 월급도 받고 집걱정 없이 관사에서 살고 싶다는 어떤 아이가 말하더군요. ˝하지만 군대가기 싫어요!˝ ㅋ 페소아적 딜레마라 해야할까요 ㅋㅋ

청아 2021-08-10 22:02   좋아요 5 | URL
페소아적 딜레마 딱인데요?!ㅋㅋㅋㅋ예전에 ‘달인‘도 그런 식으로 매회초마다 명명했던걸로 기억해요ㅋㅋ

페넬로페 2021-08-10 21: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누군가가 제가 책을 읽는걸 한심하게 보는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ㅎㅎ
이 책 넘 흥미로운데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 전에 여러 여정을 거치는 것!
누군가 그렇게 절 만나러 오면 좋겠어요^^

청아 2021-08-10 22:06   좋아요 5 | URL
ㅋㅋㅋ생각할수록 갖가지 사례가 떠올라요! 페소아의 ‘불안의 책‘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작품을 통해 다시 살려내고 애도하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붕붕툐툐 2021-08-10 2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 미미님 개그 뭔지 확실히 알아버리고~(미미님을 웃기기 위한 공략을 세워본다~😍)

청아 2021-08-10 22:08   좋아요 4 | URL
툐툐님은 저를 웃기기 쉬울거예요! 이미 툐툐님한테 마음이 열려 있으니까요~😆😍

붕붕툐툐 2021-08-10 23:03   좋아요 3 | URL
아니, 미미님 말본새 왤케 예쁘신겁니까? 닮고 싶다앙~ 헤헤헷~😘

scott 2021-08-11 00:15   좋아요 3 | URL
두분은 제가 웃겨 드릴께요 ㅎㅎ
♪ ∧,_∧
   (´・ω・`) ))
 (( ( つ ヽ、 ♪
   〉 とノ )))
  (__ノ^(_)

mini74 2021-08-10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은 불안하게 해야하는 것. 평화로움보단 고뇌.페소아를 참 잘 나타내는 말 같아요 ㅎㅎ 저희 동네에선 요즘 아이들과 이런 유머가 유행입니다. 옛날엔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였는데 요즘 우리동네에선 ~ 시조새 파킹하는 소리하고 있네. 빌게이츠 해피포인트 적립하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 뭐 ㅎㅎㅎㅎㅎ

문장들이 다 좋아요. 페소아책 읽으며 좋은 구절 긋다보니 한 권 거의 다 였던 생각이 납니다. 나보다 색연필이 먼저 알아본 좋은 문장들. 여전히 어려워요 ㅎㅎ

청아 2021-08-10 22:11   좋아요 5 | URL
페소아 읽으셨군요! 저도 여기저기 밑줄 긋고 좋아했는데 읽다만...🙄그래도 문동꺼랑 배수아님 번역 둘다 가지고 있어요~♡

미니님 동네 사람들에겐 개그DNA가 만땅인것 같은데요? 제 스타일! 거기로 이사가고파요ㅋㅋㅋㅋ

scott 2021-08-11 00:18   좋아요 5 | URL
오! 빌 게이츠 카드 긁는 소리까지는 들어 봤는뎅 ㅋㅋㅋ

페소아 번역은 배수아님은 독일어로 중역

김한민님은 직접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년동안 거주 하면서
페소아만 평생 연구하는 번역자 제니스와 함께 살면서 번역하셨습니다 ^^

청아 2021-08-11 00:25   좋아요 4 | URL
스콧님 말씀에 놀라서 찾아보니 다행히 김한민 번역가님의 페소아 시 번역집이 저에게 있네요~♡(역시 읽다가 멈췄는데 좋은 시가 많았어요👍)

mini74 2021-08-11 10:30   좋아요 3 | URL
아르떼에서 김한민작가님이 페소아에 대해 쓴 책도 좋아요. 김한민작가님 환경운동가이기도 하고 조카를 위해 형하고 환경그림책 만들어서 히트도 치시고. ㅎㅎ

청아 2021-08-11 11:50   좋아요 3 | URL
헉~♡♡ 마침 페소아의 책을 몇권 사려고 했는데
알려주셔서 아르떼 것도 넣었어요!! 김한민 작가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8-11 0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소아가 여러 이명을 가졌던걸 소설로 만든듯하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 저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거 성공한 덕후 맞네요. ^^

청아 2021-08-11 07:00   좋아요 3 | URL
네! 소설에서라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나봐요~♡ 😊

페크pek0501 2021-08-11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동민으로 시작해서 페소아로 끝나는 글.
저 9등입니다. 댓글 쓰는 차례로요. ^^**

청아 2021-08-11 13:27   좋아요 1 | URL
맥락이 좀 떨어지는건 더위탓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ㅋㅋㅋㅋ😳

서니데이 2021-08-11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말을 들어도,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우리가 서로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미님, 오늘도 더운 밤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08-11 23:13   좋아요 2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함께 할때 더 재밌고 다양한 일들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서니데이님도 시원한밤 되세용🤗
 

당신은 영혼을 믿습니까? 
영혼은 적어도 이 순간, 우리가 앉아서 말하고 있는 이 공원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납니다,
내가 말했다. 말하자면 이 모든 걸 내게 불러일으킨 건 내 영혼이었습니다, 그게 정확히 내 영혼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어쩌면 내 무의식인지도 모르죠.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나의 무의식이었으니까요. 잠깐만요, 로토 가게 절름발이가 말했다.
무의식이라고요?, 무얼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무의식은 금세기 초 빈 부르주아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여기 포르투갈에있고 당신은 이탈리아 사람이며, 우리는 남쪽, 그리스-로마문명의 산물입니다, 우린 중부 유럽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아무렴요, 우리에게는 영혼이 있어요. 맞습니다, 내가 말했다,
나도 무의식이 있어요, 말하자면 바로 지금 나에게 무의식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무의식에 사로잡히지요, 질병 같은겁니다, 내 몸에 무의식의 바이러스가 침투했어요, 아시겠죠.
- P21

이름이 뭐였어요?, 묘지 관리인이 말했다. 타데우스, 내가 디답했다. 타데우스 바츨라프입니다. 어느 쪽 이름이죠?, 묘지관리인이 말했다. 부모가 폴란드계였습니다, 내가 대답했다하지만 이 친구는 폴란드인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포르투스사람이었지요, 포르투갈 이름을 가명으로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전에는 무얼 했습니까?, 묘지 관리인이 물었다. 글쎄요, 내가 말했다, 일을 했죠, 그러니까 정확히 작가였습니다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얘기들을 썼거든요, 아니, 아름답다는 말은 좀 그렇고, 그 친구가 쓴 얘기들은 비통한 것들이었어요, 그 친구 자신의 삶이 순탄치 않고 비통했으니까요.  - P34

손목에서 맥박이 뛰는 느낌이 들었다. 묘비가 막 세워진, 검소한 무덤이었다. 그는 폴란드 이름으로 거기 있었다.
이름 위에는 내가 아는 사진이 있었다. 전신이 다 나온 사진에서 그는 소매를 말아올린 셔츠를 입고 보트에 기대 서 있었다. 그의 뒤로는 바다가 보였다. 나는 그 사진을 천구백육십오년에 찍었다. 구월이었고, 카파리카에 있었다. 우리는 행복했다. 그는 해외 언론의 압력 덕분에 일주일 전에 감옥에서 나온 터였다. 프랑스 어느 일간지는 이렇게 썼다. "살라자르 19 정부는 작가들을 석방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거기 있었다. 보트에 기대어, 프랑스 신문을 손에 쥐고서. 나는 신문의 이름을 알아볼 수 있는지 보려고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알아볼 수 없었다. 초점이 흐렸다. 다른 시간이야, 나는 생각했다. 시간이 모든 걸 삼켜버렸어. 그러고 나서 말했다. 이봐, 타데우스, 나야, 내가 자넬 찾아왔네.  - P35

지금은 문학얘기를 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게 더 우아하지 않을까? 그러지 뭐, 내가 대답했다, 문학 얘기를 하자고, 요즘 무슨 글을쓰나? 운문 단편소설인데, 그가 말했다, 주교와 수녀의 연애얘기야, 십칠세기 포르투갈에서 전개되지, 음울하지, 좀 몽롱하기도 하고, 실의의 메타포를 깔고 있어,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는데, 내가 말했다. 
자네 얘기에서 그들이 사하블류를 먹나?, 딱 보기에 사하블류를 전제로 하는 얘기 같아서 말이야.
어쨌든, 건강을 위해서, 타데우스가 잔을 들며 말했다. 자넨영혼이 있어, 이 소심한 친구야, 난 육체만 있고, 그것도 잠시후면 사라지지만 말이야. 이젠 영혼도 더 없어, 내가 대답했다, 이젠 무의식이 있지, 무의식의 바이러스에 걸렸어, 내가지금 자네 집에 있는 것도 그 때문이야, 자네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지. 그렇다면, 무의식을 위해서, 타데우스가 잔들을 다시 채우면서 말했다,  - P39

우리는 식당 앞에 도착해 있었다. 카시미루 씨는 거대한배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문설주에 기대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시미루 씨, 타데우스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놀라게 해드릴 게 있어요, 이 사람을 알아보시겠어요?, 기억 안 나세요,
정말?, 어라, 이런 혹서의 날씨에 진공에서 돌아온24 오랜 벗인데, 내가 완전히 끝장나버리기 전에 다시 한번 날 만나러 왔거든요. - P42

이 요리 이름이 뭔지 알아요, 카시미라 부인?, 물질문화의 일류 강의라고 하는겁니다, 나로 말하자면 늘 상상보다는 물질을 선호했지요, 달리 말하면 물질로 상상에 활기를 넣어주는 걸 좋아했다는 말입니다. 상상은 조심해서 다뤄야 해요, 집단상상도 그렇지요,

누군가가 융에게 말했어야 했어요, 상상 이전에 밥이 있다고요. 타데우스 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카시미루 씨의 부인이 말했다, 저는 손님들처럼 공부를 하지못해서요, 시골에서 자라서 초등학교만 겨우 마쳤거든요. 아주 단순한 겁니다, 카시미라 부인, 타데우스가 말했다, 저는제가 전적으로 변증법 이론가가 아니라 바로 유물론자라는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와 구별되는것이죠, 사실 저는 변증법적 유물론자가 아닙니다. 손님은 분명히 변증법적이세요, 카시미루 씨의 부인이 수줍게 말했다.
손님이 처음 오신 이래로 언제나 그러셨어요. 정말 훌륭해요,
타데우스가 손으로 무릎을 치며 말했다, 카시미라 부인은 헤겐구스를 한 잔 더 드실 자격이 있어요!  - P46

영혼을 치료한다는 약은 다 쓰레기야, 타데우스가 말했다, 영혼은 배를 치료하면서 치료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말했다, 그런 확신이 있으니 자네는 좋겠구먼, 난 그런 확신이 없어.  - P50

그러자 그 겨울날 오후마다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넷이서 대화를 나누며, 상징들에 대해 연구하고, 해석하고, 열광하던 시절이. 이제 다시 그곳에 왔지만 모든 것이 달랐다, 그림만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림은 그대로일까 아니면 그마저도 변했을까? 내 눈이 같은 식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걸까? 고미술박물관 바텐더가 돌아왔을 때 나는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 P70

저는 이런 크기로 모사돠 보스 그림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설명했다, 기괴하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복제화가가 대답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내가 말했다, 그냥 호기심인데, 이해가 안됩니다, 이런 걸 왜 만들죠?,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복제화가는 붓을 놓고 수건으로 손을 씻었다. 삶이란 게 말이죠, 그가말했다, 이상하기도 하고 또 살다보면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답니다, 더욱이 이 그림은 자체로도 이상하니 이상한 것이 일어나게 만드는 겁니다,  - P72

상상 속에서 이런 뒤집힌 것들을 주입한 것은 악마였어요, 보스는 성인의 영혼 속에서 풀려나고 있던 유혹을 그린 겁니다,
망상을 그린 것이죠. 그렇지만 과거에 사람들은 이 그림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복제화가가 말했다, 수많은 병자들이 기적이 일어나 병이 낫기를 기다리며 그림 앞에 길게줄지어 서 있었지요. 복제화가는 내 얼굴에서 당혹감을 읽고이렇게 물었다. 모르셨어요? 몰랐어요, 내가 말했다, 진짜 몰랐어요. 

그렇군요, 그가 말했다, 이 그림은 리스본에 있는 성안토니우스 수도원이 운영하는 병원에 걸려 있었어요, 피부병 환자들을 집중 치료하는 병원이었지요, 환자들은 대부분성병환자들이었는데, 일종의 전염성 단독丹毒이었지요, 당시성 안토니우스의 끔찍한 불이라고 불렀는데, 지금도 시골에서는 그렇게 부른답니다, 주기적으로 재발하고, 흉측한 수포를 동반하지요, 현대에 와서 더 과학적인 이름을 갖게 됐는데,
바이러스예요, 대상포진이라고 하지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P76

그 바이러스 얘기 좀 해주세요, 내가 말했다, 아시는 대로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바이러스지요, 복제화가가 말했다,
유충 상태로 우리 몸속에 도사리는 것 같아요, 그러다 저항력이 약해지면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일종의 독성을 퍼뜨리다가 잠복기에 들어가 다음 시기까지 숨어 있는 겁니다, 주기적이란 말이죠, 한 가지 말씀드릴까요, 저는 수포가 어쩌면 일종의 양심의 가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다.
가, 어느 날 깨어나서 우릴 공격하거든요, 그러다 다시 잠에들죠, 우리가 눌러버리기 때문인데, 그래도 언제나 우리 안에있어요, 양심의 가책을 치료할 방법은 없는 것이죠.
- P77

이야기 장사꾼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팔을 들어 연극적인동작을 반복했다. 달을 붙잡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그래서, 그가 말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날 찾아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써야겠다고, 그렇게 해서 열 개의 이야기를 썼지요, 비극적인 것, 희극적인 것,
희비극적인 것, 극적인 것, 감성적인 것, 역설적인 것, 냉소적인 것, 풍자적인 것, 환상적인 것, 현실적인 것,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종이 뭉치를 들고 출판사에 갔어요.  - P105

당신한테는 제가 필요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세상 전체가 당신을 찬미해요, 제가 오히려 당신을 필요로 했어요, 그런데 이젠 그만둬야 할 때가 왔어요. 그게 다예요. 나와 함께한 것이 편하지 않았나요?, 그가 물었다. 아니요, 내가 대답했다. 대단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불안하게 했지요, 말하자면 언제나 날 가만두지 않았다는얘깁니다. 그랬겠지요, 그가 말했다, 나와 관계된 건 다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예요, 문학이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불안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의식을평온하게 하는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는 이미 꽤나 불안정합니다, 당신의 불안정이 내 불안정에 더해서고뇌로 이어진 것입니다. 평화로운 행진보다는 고뇌가 좋습니다, 그가 확신을 표명했다,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면 단연 고뇌지요.
- P112

아마 난 좀 겁쟁이였나봐요,알아들어요?,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겁에서 우리시대의 가장 용기 있는 문학이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예를들어 독일어로 쓴 체코 작가를 생각해보세요, 당장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데, 정말로 용기 있는 글을 썼잖습니까? 카프카,
내가 말했다, 이름이 카프카지요. 그 사람이에요, 그가 말했다, 어쨌든 그 사람도 좀 겁쟁이지요. 나의 손님은 포도주를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일기를 보면 겁이 많은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무슨 용기로 그런 놀라운 책을 썼을까요?, 죄에 대한 책 말입니다. 소송이요?, 내가 물었다, 『소송일 겁니다. 그래요. 맞아요, 그가 말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용기 있는 책입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죄가 있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에요. 무엇에 대한 죄책감일까요?, 내가 물었다. 뭐라니요?, 그가 물었다, 태어난 것이 곧 죄겠지요..
그후에 일어나는 것들도 죄고, 우리 모두가 죄를 짓고 있어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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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0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밑줄만 봐도 완전 어려워 보이네요 🙄 그러고 보니 표지도 😨

청아 2021-08-10 14:19   좋아요 2 | URL
조이스 보다는 쉬워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8-10 15:43   좋아요 2 | URL
점심때 젊은 예술가의 초상 잠깐 읽었는데 고전중입니다 😅 어렵더라는..

청아 2021-08-10 17:09   좋아요 2 | URL
그쵸? 아마 <율리시스>랑 비슷한 수준일 거예요. <율리시스>에도 등장하는 스티븐이란 주인공이 조이스의 페르소나인데 제대로 이해하렴 아일랜드의 역사적 상황을 미리 알아야한대요.😳

scott 2021-08-11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부키 작가 페소아를 흠모하고 존경해서 직접 번역하고 이딸리아 말로 ㅎㅎ

리스본 곳곳을 누빈~~

페소아의 언어의 빛은 작가들이 먼저 알아 보나봐여 ㅎㅎㅎ

청아 2021-08-11 00:28   좋아요 2 | URL
20년?간의 일기라는데 요즘 일기를 소홀히 하던 터라 많이 찔렸어요ㅎㅎ
팬심을 작품으로 살려낸 의미있는 기록인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08-11 1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워서 쉬고 있는데 이 뜨거움 속에서 뜨겁게 열독하시는 분은 누구입니까?
미미 님은 무더위도 피해가나 봅니다. 저도 가을부터는 열독하는 걸로... 꼭^^**

청아 2021-08-11 13:26   좋아요 1 | URL
너무 더웠죠!! 저 더위에 약해서 얇은 책 위주로 읽고 있어요ㅎㅎ 가을 저도 고대하고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