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9장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를 읽는 중인데 기록을 남길 겸 공유해 본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뉴라이트라는 부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책에 미국의 경우가 언급되어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내게 개념이 다 잡히진 않았지만 뉴라이트라고 해도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역시 일본에 의한 식민시대와 6.25 후 남북 분단이라는 지점들이 핵심적인 차이를 불러왔던 것 같다. 근현대사를 지우고 싶어하는 친일 세력의 후손들이 그 바탕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추측한다. 미국에서는 '뉴라이트의 아버지'라고 하는 폴 웨이리치가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배경은 신도가 줄어들고 있던 1980년대 말 시골의 근본주의 성직자들과 청중이 감소하고 있던 방송용 설교사들이었다고 한다. 주류에서 소외당하고 있던 이들의 회생 대안, 먹잇감은 다름 아닌 페미니스트였다. 유대인과 흑인을 공격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들도 명분을 갖기 위해 '가족중심주의'를 함께 내세운다. 하지만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이들이 지지하는 정책들은 정작 가족의 화합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저 페미니즘 운동이 부흥하기 전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남녀 평등 교육의 근간이 되는 연방법들을 없애고, "모든 스포츠나 여타 학교 관련 활동에서 남녀가 섞이는 것"을 금지하고, 결혼과 모성이 여학생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비전통적인 역할을 맡는 여성을 담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모든 학교에 연방의 자금을 중단시키고, 구타당한 아내를 남편으로부터 보호하는 모든 연방법을 폐지하고, 낙태에 대한 조언이나 이혼을 원하는 모든 여성에게 연방의 자금으로 법적 원조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뉴라이트 여성들이었다. 특히 웨이리치의 핵심 측근이었던 코니 마슈너란 인물의 출신 배경을 보자. 그녀의 어머니는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를 읽었고 딸에게 '이 책을 읽고 나면 결혼 생활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될 거다.' 라고 말했다. '결혼해서 네 인생 망칠 생각하지 마라.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 게다가 아버지는 두 딸에게 '교육을 잘 받아 소득이 낮은 여자들의 직업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진보적인 부모에게서 어떻게 뉴라이트 여성이 자랐을까 의문이 들지만 생각해 보면 자식도 제각각이고 어떤 방식이던 결국 각자의 길을 찾아 가는 것 같다. 코니 마슈너는 강인하고 도전적인 삶을 산다. 주어진 일을 자기 방식대로 바꾸어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인물이다. 결혼을 했지만 가정에 얽매이지 않았고 아이를 계속 낳으면서도 육아에 올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우선시했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여성의 권리 증진에 반대했고 그녀가 하는 일의 핵심이 반 페미니즘이었다. 어떻게 자신의 신념과 실제 삶이 이렇게도 양극화가 되나 싶지만 어쩌면 스스로 그런 오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잠시 내 경우를 되돌아본다. 젠장... 그녀는 넷째 아이를 낳고서야 가정으로 돌아간다. 물론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었다.
마슈너는 일을 포기하고 서부로 이사를 하는 대신 워싱턴에 계속 눌러 있으면서 한 살된 아들을 볼티모어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보냈다. 임신 마지막 몇 달 동안은 텍사스에서 가족들과 다시 합류했다. 그녀가 밤에 글을 쓰며 책을 마무리하는 동안 남편이 육아와 요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380
여성주의 책 두 권을 함께 읽는다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집중력도 좋아지고 도움이 된다. 여러 측면을 두루 살피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만 갈수록 기억력이 나빠지는지 독후감 쓰는게 힘들다. 이제 궁극의 독서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후감을 쓰기 위해 재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걸지도. 암튼 '워드 슬럿'의 지은이는 기자이자 작가, 언어학자인데 어릴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냥 관심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학교에서 언어로 '돌출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본능적으로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 제대로 한 가지에 꽂히면 기존 통념을 깨부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의 발화-단어, 억양,문장구조-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보이지 않는 신호다. 이는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도 알려 준다. 잘못하면 발화는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잘 쓰인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언어는 궁극적으로 특정한 문화에 깃든 신념과 권력구조를 반영한다.'-어멘다 몬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젠더화된 모욕에 대해서 비슷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여성에 대한 은어 가운데 90퍼센트가 부정적인 뜻이고 이에 반해 남성에 대한 은어는 46퍼센트만 부정적인 뜻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어휘 중에서 남성보다 여성에 대한 모욕의 함량이 더 높다는 뜻이다. -37
이례적인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남성을 지칭하던 용어들은 의미의 격하를 거의 거치지 않은 반면 똑 같이 격식을 갖춘 인사말이 여성의 경우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함의를 얻다가 성적인 모욕으로 변했다. sir와 madam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데 앞의 경우 의미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오는 반면 '마담은 조숙하거나 자만한 여자아이를 나타내다가, 정부나 성판매자를 지칭,결국에는 성판매업소를 운영하는 여성을 일컫게 되었다.'마스터 master와 미스트러스 mistress 의 경우, 그리고 버디buddy와 시시sissy도 마찬가지다. 다만 저자는 '퀴어'의 성공적인 예시와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을 재전유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