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부러워했다. 그에게서 배우고 싶었다. 그는 진정한 남자였다. 나는………. 나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는 목소리였고, 내 과거와의 잃어버린 연결고리였으며, 내가 다른길을 택했다면 나의 롤모델이 되었을 사람이었다. 그는 야성적이었지만 나는 길들여지고 억눌려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나를 강력한 용액에 담가서 내가 학교에서 배운 모든 습관과미국에 양보한 모든 것을 내 피부에서 벗겨낸다면 내가 아니라 그가 발견될 것이다. 내가 처음 카페 알제에서 용기를 내그의 테이블로 걸어가 침묵을 깼을 때 그가 내게 불쑥 다가온것처럼, 별안간 푸른 지중해가 펼쳐질 것이다.
- P74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시대에 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가 내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나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서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보지 않았다면, 내 안에서 재갈이 물린 채로 잊히던 무언가를 그의 말 속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편향적이고 무분별하게 느껴지는 그의 투덜거림이 내게 말을 걸었고, 나를 과거로 데리고갔다. 마치 카페 알제가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채 무시당하고 있던 무언가에게로 나를 데려다준 것처럼.
- P75

아마도 그는 나의 대리인이었을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잃어버린 원시적인 모습의 나. 나의 그림자, 나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다락방에 숨어 사는 미친 형제, 나의 하이드 씨,
나의 아주 아주 거친 초고草稿, 가면을 벗고 속박의 쇠사슬에서도 벗어난, 완성되지 않은 나, 속박받지 않는 나, 누더기를걸친 나, 격분한 나. 책을 들고 있지 않은, 세련된 매너가 없는,영주권이 없는 나. 칼라슈니코프를 들고 있는 나.
- P76

그가 날마다 늘어놓는 미국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그가 통렬히 비판하는 대상이 실은 미국이 아니었고, 그의 목소리가 막강한 서구 세계를 막아내려고 애쓰는 중동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들은 것은 나이 든 인간의 거칠고 쌕쌕거리며 겁먹은 목소리, 인류애처럼 보이고 그것을 표방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닌,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문명이나 가치관, 문화의 충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현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장기를, 어느 쪽 심실을, 소중한 오감 중 어느 감각을 잘라버려야 하는가 하는문제였다.
- P77

*그게 바로 그가 브뤼뇽 , 즉 천도복숭아를 싫어한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천도복숭아처럼 달콤해지고있었다. 친절함과 진심은 없이 달달한 말만 하고, 조작되고,
꿰매지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진짜로 태어나지 못한 천도복숭아. 머리는 자두 모양, 엉덩이는 복숭아 모양, 고환은 초콜릿 과자 모양. 과일 왕국에 사는 실제 친적은 단 하나도 없는 천도복숭아. 그들의 모든 것이 접붙여진거였다.
- P77

 그는 굉장히 고마워했고, 살면서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해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안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말 말라고, 별일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내 말이 틀렸다면서, 자신이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모르는 것이 좋은 친구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 P83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그렇게 잘 읽은 이유는 우리가 모든 것과 모든 이를 경멸한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멸하는 마음은 서로 다르게 표현됐지만 자기혐오라는 똑같은 원천에서 흘러나온 게 틀림없었다. 내 자기혐오의 원천에서는 증오와 반감이, 그의 원천에선 분노가 터져 나왔다. 처음부터 자기 혐오자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수가 쌓이고 길을 잘못 드는 횟수가 많아지면 자신을 용서하려는 노력을 멈춘다. 어디를 보아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수치심과 패배감을 발견할 뿐이다.
- P85

활화산처럼 분노를 표출하고 인류 전체에 대해 과장된비난이나 쏟아냈을 뿐 그는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나 성장한 척했다. 우리가 그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폭력은 그에게서 열일곱 살 소년을발견하는 것이었다. 그의 삶이 멈춰버린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그 이후로는 실수와 헛소리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을 뿐이었다.
- P87

우리 둘 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내겐 버티고 설 땅이 있었고 그는 언제나 방랑자였다. 내게는 영주권이, 그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있었다.
그는 날마다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나는 벼랑 밑을 내려다봐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게는 그 심연을 가릴 담장이나 생울타리가 항상 있었던 반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차이도 있었다. 그는 그 벼랑에서 물러서서 살아나올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벼랑과 나 사이에 그를 세워놓았다. 그는 내 가림막, 내 스승, 내 목소리였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삶이 그의 삶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P96

나는 그때까지 라 드라그 여자 꼬시기를 삶의 한 방식으로 삼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칼라지는 다른 누구보다도 여자를원했고, 그렇다고 그가 다른 남자보다 잘생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여자가 없으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입으로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 같지는않았다. 그러나 여자들은 이해했다. 그는 항상 여자를 원했다. 여자를 보자마자 눈에 광채가 났다. 흥분하고, 눈을 빛내고, 감사할 줄 알며, 다정해졌다. 그는 여자를 만지고 더듬고키스하고 깨물고 싶어했다. 여자들은 그런 그의 마음을 즉시알아차렸다. 여자들의 피부와 무릎과 발을 보는 그의 눈빛이저걸 만지지 않으면 난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여자들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술을 가늘게 떨면서 미소를 짓곤 했다. 그는 늘 열정부터 느꼈고, 사랑은 훨씬 나중 일이었지만, 관심은 항상 가졌다.  - P119

문득 내가 칼라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지는 아랍인 사이에서는 베르베르인이었고, 프랑스인 사이에서는 아랍인이었으며,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나는 아랍인 사이에서는 유대인이었고, 낯선 이들 사이에서는 이집트인이었으며, 지금은 와스프사이에서 철저한 외계인, 라크로스팀이나 폴로팀*에 지원하는 멍청한 잡역부였다.
나는 대서양 이편에 있는 모든 것을 증오했다.
그러고 보니 대서양 저편에 있는 것도 증오했다.
나는 미국과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증오했고, 지금 이 순간은 프랑스를 증오했다.  - P133

나는이미 고립되어 있었다. 고통이 내가 풍랑에 휩쓸리고 바닥에구멍이 뚫린 배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 P230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유령을 갖고 있다. 나는 처음으로칼라지의 유령을 보고 있었다. 그건 그가 고함을 질러 그 유령을 쫓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P270

 이 어두운 침실에서 문득 아주 선명하게 떠오르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에게서 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
그는 여기서 모든 것을 망치고 모든 것을 잃는 순간에 내가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나는 종합시험에 떨어지고 짐 싸서 뉴욕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었고, 지금으로부터 일 년 후에 이 파티는 물론이고,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 P272

나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외로운 사람이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 심지어 우는 모습을 들킨 것에 대한 수치심도 삶의 매 순간 그에게 휘몰아치는 지독한 고독과 절망의 폭풍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했다.
- P274

우리 각자가 마치 달처럼 수많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지인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측면을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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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神)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 P17

그러다 삶이 조금씩 사례별로, 우리 마음이나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합리적 추론이 아니라 다른 힘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때 지성은 이런 힘의 우월성을 인식하고스스로의 자리에서 물러나 그 힘의 조력자와 하인이 되기로동의한다. 바로 이것이 경험적 신앙‘이다.  - P22

 상상력은 미지의 상황을 그려 보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요소들을 빌리며, 바로 그런 이유로 그 상황을 재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감수성은, 가장 신체적인 것이라 해도, 번갯불이 내는 고랑처럼 거기에는 새로운 사건의 특이하고도오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새겨진다.  - P23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그 모든 불안이 새로운 고뇌의 부름을 받고 달려와서는 고뇌를 견고히 하고 고뇌와 동질적인 덩어리로 합쳐지면서 나를 숨 막히게 했다.
- P24

만일 내가 소리를 내어 생각한다면, 나는 그 이름을 끊임없이되풀이하고, 그리하여 마치 내가 새로 변한 것처럼, 인간이었을 때 사랑하던 여인의 이름을 끝없이 부르짖고 되풀이하는전설 속의 새로 변한 것처럼 그렇게 단조롭고 제한된 말만을계속 지껄였으리라. 

우리는 이름을 말하고 또 마음속에 이름을 쓰는 듯 입 밖에 내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은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며, 그리하여 머릿속은 마치 낙서하기를 좋아하는누군가가 채워 놓은 벽처럼 마침내 수천 번이나 다시 써 놓은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온통 뒤덮이고 만다.  - P36

 행복할 때면 우리는 생각 속에 내내 이름을 다시 쓰지만, 불행할 때는 더 많이 쓴다.  - P36

예전에 그 감동과 고뇌의 과정이 아직 그녀와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행복이 그녀라는 인간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로지 우리 불안의 끝에 달려 있었다. - P37

인간은 나락에떨어지기 직전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 신에게기적을 기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P39

우리의 지성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우리마음 깊은 곳을 구성하는 요소들, 또 그것들이 대부분의 시간동안 머무는 휘발성의 상태로부터 어떤 현상에 의해 분리되고 고정되기 전까지는 짐작도 못하는 그런 요소들을 인지할수는 없다.  - P16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격 중의 한 특징이 우리 자신의 눈에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그 특징은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나기 마련인데, 예전에 우리 자신에 의해 이미 지각된 적이 있으므로 보다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리하여 처음 우리를 인도하던 자발적인 움직임은 기억의온갖 암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인간에게서 가장 피하기 힘든 표절은(자신들의 잘못을 끈질기게 반복하면서 악화시키는 민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바로 자기 표절이다.
🌸🌸🌸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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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5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맙소사. 커피를 마시며 이 대목을 읽다가 하마터면 뿜을 뻔 했다. 안드레 애치먼에 반했다.
47페이지 읽는 중인데 이 책은 이미 소장각이다.




"내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너 뭐야? 눈이 멀었나? 아니면 귀가 먹은 거야? 이 베르베르인의 피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여길 보라고." 그가 자기 팔뚝을 꼬집었다. "이건프랑스인의 피부가 아니야, 친구." 마치 내 말에 모욕감을 느낀 듯했다. 그는 베르베르인의 피부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
다. "이건 밀과 황금의 빛깔이잖아."
"미안합니다. 내가 실수했네요."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서 엎었던 몽테뉴를 다시 집어 들생각이었다.
"자넨 어떤데, 프랑스인이야?" 그가 물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코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그가 나와 장난을 치려는 건가 싶었다. 나는 그가 프랑스인이 아니란 걸 알았고, 그도 내가 프랑스인이 아니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둘은 상대방이 프랑스인처럼 보인다는 듯이 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효과 있는암묵적인 칭찬이었다.
- P47

"유대인?"
"무슬림?" 내가 맞받았다.
"영락없는 유대인이구먼,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걸보니."
"영락없는 무슬림이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걸보니."
우리는 함께 웃었고, 어린 헤밍웨이는 종교 비하 농담을주고받는 대화에 끼지 못한 채 불안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다.
- P49

그들의 언쟁은 전설적이고, 서사적이고, 극적이었다. "난 스라소니의 눈과 코끼리의 기억력과 늑대의 본능을 가졌어"라고 칼라지가 말하면, "그리고 닭의 대가리도"라고 그의 천적인 알제리인이 덧붙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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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3 14: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요기
파리에서
건너온
크레페🌯
놓고 가여😍

미미 2022-02-23 14:29   좋아요 5 | URL
마침 배고팠는데 잘먹겠습니다 스콧님!!🥰

페넬로페 2022-02-23 14: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장각이라~~
흔들리네요.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해놨는데
어서 빨리 제게로 오면 좋겠어요^^

미미 2022-02-23 14:31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지역 희망도서신청 시작했군요~♡ 저희동네도 확인해봐야겠어요. 신청할거 많은데ㅎㅎ얼른 받아 읽어보셨음해요!ㅎ

레삭매냐 2022-02-23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캐너디언 시럽 바른 크레페의 추억이 새록새록...

아까버서 야금 야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미미 2022-02-23 14:35   좋아요 3 | URL
야금야금 읽는 맛도 좋지요! ㅎㅎ
초반인데 마음 끌린 부분들이 많아서 작가가 좋아집니다.

레삭매냐님 덕분에 <아웃오브 이집트>도 가지고 있는데 것도
너무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2-23 14:54   좋아요 4 | URL
제가 나름 애시먼 작가의 책들을
만나본 바에 의하면,

<아웃 오브 이집트>, <알리바이>
그리고 <하버드 스퀘어>를 만나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좀 더 읽었는데, 글맛이 아주
일품이네요. 하버드의 외로운 늑대
같은 자전적 썰이 기냥 아주...

미미 2022-02-23 15:08   좋아요 2 | URL
아! <알리바이>도 갖고 있어요ㅎㅎ

마침 제가 잘 갖추었네요! 😁

튀니지인 칼라지에 관한 부분 너무 재밌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3 15:13   좋아요 2 | URL
뭐랄까 튀니스 시디 부 사이드 출신
이라는 34세(?)의 칼라지에게서는
같은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서인진
몰라도 왠지 조르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는 느낌적 느낌이...

미래의 지식인(아니 이미 현재에도
지식인인 저자)과는 정반대의 모습
도 그리스인 조르바와 궤적을 같이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공간은 하버드 스퀘어라는 공
간에서요.

미미 2022-02-23 15:19   좋아요 2 | URL
그렇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교하면서 꼭 읽어봐야겠어요!🤔

mini74 2022-02-23 14: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좋죠 미미님 ~ 아웃오브 이집트 갖고 계시는군요 ㅎㅎ 저도 작가님책 기웃기웃 거리고 있습니다 *^^*

미미 2022-02-23 15:10   좋아요 4 | URL
네 미니님~♡ 너무 웃기고요 ㅎㅎ제 마음은 벌써 별5개 줘버렸어요.
소설이 여기서 끝나도 마찬가지일듯 해요🥰

새파랑 2022-02-23 14: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왠지 제가 평소하는 말투랑 비슷한데요? ㅋㅋ 미미님은 이 책을 먼저 읽으시는군요. 기대가됩니다 ^^

미미 2022-02-23 15:12   좋아요 5 | URL
앗ㅋㅋㅋ그런가요?! 받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읽던 책을 마저보느라 이제 본격적으로 읽고있어요.
왜 인기인지 알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통통 튀네요???ㅋㅋㅋㅋ
이 책도 또 주문해야 하는가요?
궁금네요ㅜㅜ

미미 2022-02-23 16:17   좋아요 3 | URL
좋아하는 유머코드라서 반해버렸어요ㅋㅋㅋㅋ주인공이 혼자 생각하는 내용도 마음에 들어요! 나무님~♡ 그래도 제가 다 읽고 좀더 분명히 추천할 수 있는지 볼께요~🤭

서니데이 2022-02-23 1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로 프랑스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은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둘 다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걸까요.
미미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미미 2022-02-23 19:31   좋아요 2 | URL
두 사람이 살던곳이 모두 프랑스의 식민지여서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주고 받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요!ㅎㅎ서니데이님 저녁 든든히 드셨나요? 평온한 밤 되세요~♡😆

독서괭 2022-02-23 1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ㅋㅋㅋㅋ 대화 재밌어요. 콜미바이유어네임은 쏘쏘였는데, 이 책이 더 재미날 것 같아요! 매냐님이 조르바랑 비교하시는 걸 보니 더 궁금하네요. 조르바 완전 재밌게 읽었는데 여혐표현 땜에 막 좋아할 수 없는 이 마음…🥺

미미 2022-02-23 19:40   좋아요 4 | URL
이 책도 여혐의식이 담긴 표현이 좀 나와요 괭님! 아무래도 소설 읽을때 저도 그런 대목은 눈과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소설이란 당대 사회의식을 반영하기도 하니...웬만해서는 걍 읽는 편이예요. 🥲 칼라지라는 인물의 말 때문인데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지금껏 읽었던 북웜시리즈에 비해 좀 지루했다. 그래도 이건 축약본이므로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으로 언젠가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기대는 남았다. 이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꽤 험난한 일들을 경험했다. 알라딘 책소개에 따르면 저자인 마크 트웨인은 '문학에서의 링컨, 미국의 셰익스피어, 미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단다. 이런 평에 대해 정작 링컨과 셰익스피어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라고 한다. 필명이 독자로써 익숙하기도하지만 작가들의 본명을 들어보면 필명이 훨 근사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나도 필명이 갖고 싶다. (그냥 필명만) 글도 없는데 필명만 있으면 뭐하나 싶지만. 내맘이지 뭐. 아무튼 '톰 소여의 모험'에도 배경으로 나오지만 미시시피강 인근에서 마트 트웨인은 실제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작가가 남북전쟁을 겪은 사람이니만큼(1835~1910) 소설(1876발표)의 풍경또한 올드한 느낌이다. 




어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폴리 이모와 살고 있는 톰은 말성꾸러기지만 영리한 소년이다. 이모가 상당한 영역의 페인트칠을 시켰는데 지나가던 친구를 꼬셔서 그 일이 무척 재밌고 재능이 있어야 할 수 있는것 처럼 만들어 일을 떠넘긴다. 그것도 친구가 톰에게 간절히 부탁하다 갖고 있던 사과까지 몽땅 주어야 허락했으니 보통 내기가 아니다. 곧 소문이 나서 다른 친구들까지 모여들어 그들끼리 페인트칠을 하는 사이 톰은 멀찍이 앉아 잔뜩 늘어난 대가성(페인트칠의) 물품들을 챙기고 있다. 구슬이니 팽이니 먹거리도 있었겠지?



이미지출처:ORGANIKO



어린 나이에 톰은 적극적이기도 해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이 여자아이가 예쁜지 아닌지는 읽지 않은 독자도 알것이다.-특정 책을 읽은 여파) 친구와 함께 밤에 돌아다니다가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도 한다. 살인자는 '인디언 조'라는 남자였는데 도주를 해버린다. 이후 질긴 인연탓인지 낡은 오두막에서 동료와 큰 돈을 만지게 되는 '인디언 조'를 마침 톰과 허크(허클베리핀)가 숨어서 목격한다. 그러곤 며칠 뒤 친구들과 동굴탐험에 나섰다가 과도한 모험심 탓에 너무 깊숙히 들어가 길을 잃는다. 동굴에 몇번 가봤지만 겁이많은 나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깊이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며칠을 그 안에 갇혔던 톰은 '인디언 조'가 그곳에 돈을 숨긴걸 알게되어 나중에 허크와 함께 부자가된다. 



마크 트웨인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우리나라는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고 개항을 막 시작하던때였다. 개신교가 이때 들어왔고 일본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공중목욕탕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의 소년,소녀가 겪는 일이라고 하면 내가 아는건 감자(1925), 소나기(1953), 동백꽃(1936)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48)정도인데, 톰 소여의 모험에 비하면 시기적으로 꽤 이후임에도 요즘말로 '순한맛'으로 느껴진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읽은 아이들은 진취적이고 (때로 사기도 치면서?)모험을 좋아할것 같다는 생각을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모험의 주체가 되기 힘든 여자아이들을 생각했다.




















이미지출처:블로그 동문선,PASSEGGI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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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23 13: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크 트웨인 톰 원작 강추 합니다
허클 베리 왕자와 거지도 ☺
영화도 강추🤗

미미 2022-02-23 13:55   좋아요 5 | URL
네!ㅎㅎ작년에도 새롭게 영화가 만들어졌더라구요? <왕자와 거지>어릴때 참 재밌게봤는데 역시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네요😄👍

새파랑 2022-02-23 14: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어릴때 축약본? 그런걸로 읽었는데, 민음사 시리즈에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미미님이 읽으신다면 따라 읽어야 겠습니다 ㅎㅎ

미미 2022-02-23 14:12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도 읽어보셨군요. 검색해보니 전체 내용을 알고싶더라구요ㅎㅎ<왕자와거지>좋아하는데 같은 작가라니 더 궁금해요!🤭

페넬로페 2022-02-23 14: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동화로 ‘톰 소여의 모험‘ 읽을 때
이렇게 개구장이 녀석이라니~~
생각하며 읽었어요^^
내용을 너무 잘 알아 원작읽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기회되면 흠흠^^
시대적 비교 유익했습니다**
‘빛 속으로‘ 읽고나서 그런지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미미 2022-02-23 14:28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도 보셨군요!! ㅎㅎ
이 소설이 출간한 해에 백범선생이 태어나신것 외에 소설은 못찾아서 일단 이런 정보라도 올려봤어요!😉

mini74 2022-02-23 14: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톰 소여 보다 허클베리핀에 한 표 ㅎ 저도 어릴적 문고로 읽었다가 원작 두께보고 놀랐어요. ~

미미 2022-02-23 15:05   좋아요 2 | URL
그렇죠ㅎㅎ 360쪽 가량되니ㅎㅎ 허클베리핀이 이 소설에도 같이 등장하니 신기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허클베리핀 읽어 보려다 진도가 안나가서 그래!! 난 톰 소여파였지? 하고선 톰도 허클베리핀도 죄다 읽지 않은???ㅋㅋㅋ
어릴 때 톰 소여의 모험 만화 참 재미나게 봤었는데 말이죠~^^
하얀 담쟁이 페인트칠하는 장면이랑 인디언 조 이름 나오는 게 눈에 익어 축약본을 읽었던 건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요즘 정말 기억력이 메롱거려 치매인가?싶네요ㅜㅜ

Falstaff 2022-02-23 16:22   좋아요 2 | URL
톰과 허클베리..... 대가리 큰 다음에 읽는 건 좀 무리더군요. ㅜㅜ

유부만두 2022-02-23 16:26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만화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미미 2022-02-23 18:06   좋아요 1 | URL
점점 어릴때 기억이 메롱거리는건 정상아닌가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무님 읽고 쓰시는걸 보면 지극히 건강하신듯 보여요~♡
인디언 조 살인장면은 좀 뜨악했어요! 톰 소여랑 허클베리핀이랑 성격이 좀 다른것 같은데 둘다 간 크기는 비슷한듯 합니다ㅋㅋㅋㅋ

미미 2022-02-23 16:30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 그래서 저도 좀 지루했던것 같아요.ㅎㅎ 검색해보니 꽤 많은 일들을 더 경험하는듯 해서 무슨일인지 궁금하긴해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6:34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맞아요^^ 어릴 때 너무 재미나게 읽었거나, 만화 영화로 본 것들은 성인이 되어 읽으니....ㅜㅜ 빨강머리 앤 책을 읽었을 때, 앤이 너무 산만하고 수다스러워 마릴라 아줌마 편에서 앤을 야단치고 싶은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유부만두님....톰 소여의 모험은 아마도 성별 구별 없이 다 좋아했었던 만화가 아녔을까?싶어요...전 남동생 둘이랑 엄청 재미나게 봤었어요^^

미미님...아...지극히 정상인가요??? 다행이다!!!!^^
남들이 읽었던 소설 제목들 보면 책 표지랑 제목은 얼핏 기억나서 읽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지...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맨날 기억이 안나요~만 적고 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더라구요.ㅜㅜ

미미 2022-02-23 16:39   좋아요 2 | URL
나무님께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는데 심지어 작가들도 자기가 썼던거 다 기억하지 못한대요ㅋㅋㅋㅋ
저 이 사실알고 난 뒤로는 잊어버리는거 신경안쓰거든요ㅋㅋ

책읽는나무 2022-02-23 16:44   좋아요 2 | URL
그래요?? 작가들 조차도???
ㅋㅋㅋㅋㅋ
작가들은 좀 심했다ㅋㅋㅋ
아주 큰 위로가 됩니다^^

독서괭 2022-02-23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 때 톰소여의모험 진짜 좋아했어요! 여러번 읽어서 아직도 제법 기억이 나네요. 두근거리는 모험의 세계..! 하지만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영어로..? ㅎㅎ

미미 2022-02-23 21:26   좋아요 2 | URL
이건 축약본이라 마트 시식코너에서 어떤 맛인지 살짝 간만 본 느낌이예요.ㅎㅎㅎ괭님은 완전한 번역본을 읽으셨겠죠? 몇번이나 보셨다니 저도 꼭 읽어볼래요!!😆

페크pek0501 2022-02-25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톰소여의 모험을 연극으로 본 1인입니다. 책은 어떨지 검색해 봐야겠어요.

미미 2022-02-25 11:55   좋아요 1 | URL
어제 영화 보다가 잠들었는데 최근작 보다는 예전에 나온 영화가 원작에 가깝고 재밌더라구요. 연극도 궁금합니다😄
 



여성에게 가장 필요치 않은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다.  - P373



여성들이 상당히 공감할만한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화도 나고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공유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글을 써 올렸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전체 내용을 정리하기가 버거웠다. 언젠가 좀 더 아는 것이 많아지고 이 책과 연결할 수 있을 때쯤, 그 때 재독하고 좀 더 나은 리뷰를 써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이 책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생각의 가지가 많이 뻗어나가가게 하는 그런 사유가 담겨서 그런 것 같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건강한 것과 병든 것의 정의를 조작해 날로번창하고 있다. 지금 미용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것에는 분명한 역사적 선례가 있다. 수전 손택 Susan Sontag 이 <은유로서의 질병llness asMetaphor》에서 말했듯이 "건강하다"와 "병들었다"는 대개 사회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내리는 주관적 판단이다. 사회는 오래전부터 여성을 통제할 목적으로 여성을 병든 존재로 정의했다. 지금 성형수술 시대가 여성에게 가하는 것은 19세기에 의학이 건강한 여성을 병들게 하고 능동적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의 공공연한 재연이다. 미용성형수술 산업은 정상인 건강한 여성의 심리와 욕망, 충동을 병적인것으로 정의하는 고대의 의학적 태도를 넘겨받았다.  - P352



미용, 다이어트, 성형,...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세계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가꾸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물론 나도 어느정도는 꾸미는 걸 좋아한다. 잘 갖춰입고 매력적으로 화장하고 스타일을 완성한 여성을 보면 감탄한다. 도전 슈퍼모델도 초기에 즐겨봤었다. 나는 168인데 170이 넘었더라면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다. 직장에 다닐때는 최대한 그런 쪽으로, 나만의 스타일대로 입고,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 전에 글을 썼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음반가게에서, 서점에서 내 스타일이 좋다며 한마디 건내고 지나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거리에서 잡지사 기자에게 잡혀 인터뷰한적도 있고(그 잡지를 보고 동창들이 전화도 했다) 패션학과 학생들이 내 스타일을 찍고 싶다고 해 명동거리에서 사진찍으며 똥폼을 잡은 일도 있다. 



그러다 한 남자를 사귀고 나는 달라졌다. 그는 송승헌을 닮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꾸며주는 걸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런점이 결코 싫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그는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 남자들도 때로 그렇겠지만 여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단점도 장점으로 본다. 일명 콩깍지. 콩깍지에도 등급이 있다면 나는 콩깍지 1급쯤 될꺼다- 예쁜 원피스도 사주고, 구두도 사주고, 악세서리는 물론 내 돈으로는 결코 사지 않을 스타킹도 사줬다. 허허......게다가 명품 가방도 사주니 친구들은 부럽다고 난리였다. 그렇게 사주다보니 스타일이 점점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진도 잔뜩 찍어줬는데 헤어지고 나서 그 때 사진을 거의 남기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결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차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만난날도 그가 원하는 스타일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나는 그가 사준 고데기로 열심히 머리를 말고 최대한 갖춰입고 약속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그가 내게 같이 미용실에 가자고 했다. 내 스타일이 마음에 안든다며 자기가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안그래도 사귀는 동안 그런점이 점점 힘들어서 친구에게 내가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것이다 장담하던 나는 그날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유예기간을 갖자고 선언했지만 사실 나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그에게 정리할 시간을 준 거였다. 그 뒤로 나는 악세서리며 진한 화장, 정장 스타일의 여성복, 굽 높은 구두와도 이별했다. 


남성이 여성의 성 자체보다 성을 상징하는 것에 더 흥분할 때 그 사람은 페티즘 fetishism(이성 몸의 일부나 옷, 소지품 등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 옮긴이)에 빠진 것이다. 페티시즘은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름다움"에 근거해서만 선택하는 남성은 여성을 페티시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녀의 일부, 그녀의 시각적이미지, 심지어는 그녀의 살갗도 아닌 것을 그녀의 성적 자아인 양 취급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페티시가 성적 욕망을 달성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부적이라고 보았다. 여성이 페티시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에 그가 지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이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닌 객관적 아름다움만을 이유로 선택한 여성과 섹스를 할 때, 방에는 그와 함께 많은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 P282


당시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추리닝에 운동화를 신고 MLB모자를 쓰고 있어도 나를 좋아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그 이전까지는 이런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서 벌을 받은 걸까? 비싼 수업료를 내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으니 썩 나쁜 경험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친구들의 연애상담사가 되었다. 나쁜 연애 감별사가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이 얘기는 굳이...ㅋ)그래서 그런지 나오미 울프의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 더 많이 여성들은 (그리고 나도)'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에 중독이 되어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평생 늘지 않는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것만큼 세상의 여성들은 평생 빠지지 않는 살과의 전쟁속에 살아간다. 문학작품속에도 미디어에도 늘 여성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관해 고민한다. 이것들은 사실 어떤 분야보다 큰 돈이 되는 사업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비난할때 외모를 들먹이며 수치심을 주려 하는데 이건 거의 늘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위해 다이어트하고 우리를 가꾼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온전히 우리의 필요 때문인지 이 책은 질문하게 한다.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끝이 없고 때로 아프지만 온전히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름다움의 신화에 직면했을 때 물어야 할 것은 여성의 얼굴과 몸이 아니라 그 상황의 권력관계다. 이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누가 말하지? 이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어떤 맥락에서 그럴까? 누가 면전에서 여성의 외모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면 이렇게 자문해볼수 있다. 이게 이 사람이 상관할 일일까? 그런 권력관계는 평등할까? 나도 상대에게 똑같이 그런 사적인 언급을 하면 마음이 편할까? 대개 여성에게 외모를 환기시킬 때는 진정한 끌림이나 욕망에서 그러기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 그럴 때가 많다. 우리는 그러한 차이를잘 구별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자신을 해방하는 기술이다. - P442








읽어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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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22 23: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하나의 문제를 생각하고 거기에 들어가다 보면 문제점들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미미님께서 여러번 올려주신 글들로 저 역시 많은 각성을 합니다.
감사하고요, 책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미미 2022-02-22 23:48   좋아요 6 | URL
때마다 공감해주셔서 페넬로페님과 함께 읽은 기분이예요^^* 아프지만 깨닫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시야가 열리는건 늘 기분이 좋네요. 감사해요~♡

새파랑 2022-02-23 07: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맨끝줄 소녀인 미미님은 장신이셨군요 ^^ 내면의 아름다움이 인정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미미님 1등임~!

미미 2022-02-23 10:01   좋아요 4 | URL
헤헷 덕분에 오늘 비타민 안먹어도 되겠어요^^* 아름다움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계기였어요.저보다 새파랑님이 1등입니다~♡

mini74 2022-02-23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형놀이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더라고요. 예전 어느 부자가 혼전계약서애 몸무게가 늘 경우 생활비를 줄인다는 내용이 있었단
기사를 본 작이 있어요 ㅠㅠ 여성의 마음까진 몰라도 껍데기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세상?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있지요 미미님덕분에 ㅎㅎ

미미 2022-02-23 15:16   좋아요 3 | URL
이 책 읽으면서 그때 일이 떠올라서 더 분노했어요!ㅠㅜ 당시에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느라 스스로의 감정도 속였던것 같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쭉 변화할꺼라 믿어요.ㅎㅎ 미니님처럼 함께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요~♡.♡

책읽는나무 2022-02-23 15: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좀 그런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제 남편도 연애시절 치마 좀 입으라고~입으라고~ 그래서 입고 나가서 칠렐레 팔렐레~~간수를 못하는 걸 보고 뜨악!!! 이제부터 함부로 치마 입지 말라고ㅜㅜ
근데 저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어 이 옷 입어라~저 옷 입어라~잔소리 했더니...ㅋㅋㅋ
근데 미미님은 완전 모델이시군요???
왜 미미님인줄 알았어요. 인형!!!ㅋㅋㅋ
어릴 때 내가 가지고 놀던 인형 이름이 미미란 걸 이제 알았어요^^
인형같은 미미님♡

미미 2022-02-23 16:23   좋아요 6 | URL
모델에 관한 제 의견은 아쉽게도 지극히 주관적이예요ㅋㅋㅋ;
당시에 여성학을 공부했더라면, 알라딘을 했더라면 전혀 대응이 달랐을텐데 좀 아쉬워요ㅋㅋㅋ어쩜 제 외모가 아닌 그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ㅋㅋㅋ저도 미미 있었어요 나무님♡ 바비였나? 머리땋아주는 기계도 있었고요ㅋ 남자아이들은 이런거 가지고 놀지못해 참 안타깝다고 생각했더랬죠ㅋ

다락방 2022-02-26 19: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너무 좋습니다. 뭐랄까, 미미님이 쭉쭉 앞으로 나가고 계시는게 보인달까요. 그런데 그게 비단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미미님은 계속 그렇게 살아오셨던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저 앞을 보면서 계속 성큼성큼 걷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좋은 책이나 좋은 사람은 아주 좋은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하게 돼요. 미미님이 알라딘에서 다른 많은 분들과 교류하고 이렇게 책을 많이 읽고 계시다면 미미님의 미래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요? 아무쪼록 미미님의 미래도 이곳에서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미님의 생각과 삶을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세요.

함께 책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

미미 2022-02-26 19:53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을 이곳에서 만났기에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안그랬다면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시간이 길었을텐데 그런 면에서 귀한 인연이구나, 감사하다고 복이라고 느낍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경우가 많더라구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물음은 가지고 있는데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거요. 그래서 엉뚱한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까지는 하는. 다락방님은 <델마와 루이스>영화같은 분이예요. ‘한 번 경험하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각성을 하게 하게 해주셔서 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2-02-26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페티시즘, 권력관계...!
완전 공감!!!

미미 2022-02-26 20:04   좋아요 2 | URL
놀라운 책이었어요! 발췌문들만 읽어봐도 정신이 번쩍듭니다. 최근 어떤 방송에서 10대 한국소녀들의 거식증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출연한 의사 두분이 그 원인에 관심없다고 느꼈어요.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이더라구요. 이 책이 30년전 미국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한국의 상황이 되었구나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