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神)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 P17

그러다 삶이 조금씩 사례별로, 우리 마음이나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합리적 추론이 아니라 다른 힘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때 지성은 이런 힘의 우월성을 인식하고스스로의 자리에서 물러나 그 힘의 조력자와 하인이 되기로동의한다. 바로 이것이 경험적 신앙‘이다.  - P22

 상상력은 미지의 상황을 그려 보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요소들을 빌리며, 바로 그런 이유로 그 상황을 재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감수성은, 가장 신체적인 것이라 해도, 번갯불이 내는 고랑처럼 거기에는 새로운 사건의 특이하고도오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새겨진다.  - P23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그 모든 불안이 새로운 고뇌의 부름을 받고 달려와서는 고뇌를 견고히 하고 고뇌와 동질적인 덩어리로 합쳐지면서 나를 숨 막히게 했다.
- P24

만일 내가 소리를 내어 생각한다면, 나는 그 이름을 끊임없이되풀이하고, 그리하여 마치 내가 새로 변한 것처럼, 인간이었을 때 사랑하던 여인의 이름을 끝없이 부르짖고 되풀이하는전설 속의 새로 변한 것처럼 그렇게 단조롭고 제한된 말만을계속 지껄였으리라. 

우리는 이름을 말하고 또 마음속에 이름을 쓰는 듯 입 밖에 내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은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며, 그리하여 머릿속은 마치 낙서하기를 좋아하는누군가가 채워 놓은 벽처럼 마침내 수천 번이나 다시 써 놓은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온통 뒤덮이고 만다.  - P36

 행복할 때면 우리는 생각 속에 내내 이름을 다시 쓰지만, 불행할 때는 더 많이 쓴다.  - P36

예전에 그 감동과 고뇌의 과정이 아직 그녀와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행복이 그녀라는 인간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로지 우리 불안의 끝에 달려 있었다. - P37

인간은 나락에떨어지기 직전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때, 신에게기적을 기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P39

우리의 지성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우리마음 깊은 곳을 구성하는 요소들, 또 그것들이 대부분의 시간동안 머무는 휘발성의 상태로부터 어떤 현상에 의해 분리되고 고정되기 전까지는 짐작도 못하는 그런 요소들을 인지할수는 없다.  - P16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격 중의 한 특징이 우리 자신의 눈에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그 특징은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나기 마련인데, 예전에 우리 자신에 의해 이미 지각된 적이 있으므로 보다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리하여 처음 우리를 인도하던 자발적인 움직임은 기억의온갖 암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인간에게서 가장 피하기 힘든 표절은(자신들의 잘못을 끈질기게 반복하면서 악화시키는 민족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바로 자기 표절이다.
🌸🌸🌸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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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5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5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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